이 전 총리 "절대 결백…항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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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전 총리, 1심서 유죄 |
(서울=포커스뉴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는 29일 오후 2시 이 전 총리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완종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볼 때 금품수수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죄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에 대해 “원진술자인 성완종 전 회장이 사망한 관계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인정되면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분노와 배신의 감정으로 모함의 의도를 가지고 허위진술을 했을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자신의 진술이 가감없이 전달되고 검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자에게 녹음을 먼저 요청한 점, 정치권 주요 인사에 대한 금품 공여사례를 거론하며 이완구 전 총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정치인보다 적은 금액을 얘기한 점, 자결을 통해 결백을 증명하고자 할 정도로 명예를 중시하는 성완종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거짓을 남겼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점 등을 볼 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작성한 메모도 역시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3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를 만났고 금품을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성완종 전 회장의 차량을 운전한 기사, 수행비서 등의 카카오톡 내용이나 일정표에도 나타나 있고 관련자들의 진술 역시 경험이 없으면 진술하기 어려운 일화를 진술하고 있다”며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두 사람이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금품이 전달된 4월 3일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던 김한표(61) 새누리당 의원 등이 성 전 회장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톨게이트를 지난 시점 등을 고려할 때 김 의원 등이 선거사무소를 떠난 후 성 전 회장이 방문했다면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품수수에 있어서도 당시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성 전 회장 보좌진들의 진술을 종합해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만나고 있는 장소에 쇼핑백이 전달된 사실을 인정했다.
또 “이 전 총리가 당시 당선이 확실시됐다고 하더라도 선거자금이 필요한 상황이고 국회의원간 품앗이 관행이 있다는 점도 인정된다”며 “당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성 전 회장이 충남지역 당선이 확실시된 피고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 사망 후 보인 태도도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 사망 후 오전 2시쯤 ‘성 전 회장이 사망 전날 지역 인사 2명과 만나 피고인의 이름을 여러번 언급하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고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성 전 회장과 만났다는 지역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며 “자신을 원망한 이유는 기사에 나와 있어 이 전 총리가 스스로 헤아릴 수 있었고 결백하다면 새벽부터 수차례 전화를 거는 행동을 하며 기사 내용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절대로 결백하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전 총리는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다 받아들였는데 나는 결백하다”며 “이 모든 수사상황을 백서로 만들겠다”고 말해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또 “해외자원개발 문제에 대해 수사가 개시된 후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됐는데 해외자원개발 문제는 심각하다”며 “오늘 이완구가 한 말을 꼭 기억해달라. 해외자원개발 문제는 심각한 문제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선거사무소에서 불법선거자금을 수수했고 정치자금 투명성 제고라는 입법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공여자가 사망해 공여자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면서도 “그의 육성 진술과 메모가 입수됐고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 진술을 뒷받침 할만한 객관적인 물적 증거들이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진술에 주목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유언과 같은 언론인터뷰에는 금품공여의 일시와 장소, 금액, 교부 이유가 구체적으로 진술돼 있다”면서 “성 전 회장의 이 전 총리 선거사무실 방문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의 인터뷰에는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 부여 소재 선거사무소, 상자에 포장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기자와의 인터뷰는 검찰수사 이전에 이뤄진 내용으로 수사기관의 개입과 왜곡의 가능성이 없다”면서 “성 전 회장의 진술로 그의 형사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고심 끝에 나온 양심선언으로 진정성 담보를 위해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한 것”이라며 “그 임의성과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변호인은 “성 전 회장은 사망 직전 기자회견에서 어깨를 들썩이는 등 피고인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면서 “피고에게 악감정과 적개심이 있던 상황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머니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피고인에 대한 금액이 기재돼 있지 않다”면서 “스스로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게 아닌가 판단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성 전 회장이 사건 당일 피고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는지 여부가 사건의 핵심”이라면서 “사무실 직원 누구도 성 전 회장을 봤다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성 전 회장이 1시간 가량 머무렀다고 주장하지만 도의원 등 지역 인사들이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사람들 중 누구도 관련 증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도 최후진술에서 “지난해 3월 총리담화를 통해 해외자원개발 손실 우려를 언급하고 강구책을 마련한 바 있다”면서 “공교롭게 경남기업의 수사와 맞물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 전 회장의 ‘총리가 사정을 주도했다’는 말은 저의 원칙적인 입장 표명에 대한 서운함과 오해, 실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4월 9일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당시 사망한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는 이 전 총리를 비롯해 김기춘(76)·허태열(70)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권 핵심 실세 8명의 이름과 불법정치자금으로 보이는 액수의 숫자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인사 중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 6명은 불기소했다.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 등을 선고 받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01.29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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