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주목받는 대통령 아들들…대(代) 잇나

편집부 / 2016-01-26 06:00:14
더불어민주당 입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br />
불출마와 입당 사이…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 김대중·노무현 사이에 선 김홍걸

(서울=포커스뉴스) "더 이상 아버님과 호남을 분열과 갈등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 특히 분열의 이름으로 아버님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분이 하늘에서 눈물을 흘리실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은 듣는 이에게 명확히 다가왔다. 그는 "김대중 정신은 통합이자 단결"이라며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생전 신념을 5분 가까이 역설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 얘기다.

4·13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최근 '대통령의 아들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 교수 외에도 '문자 정치'로 더불어민주당 합류가 점쳐지고 있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그리고 '김무성 대표 비판'에 앞장섰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까지.

아버지의 뜻을 받든 '2세들'의 발언과 행동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 DJ의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깜짝' 입당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건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교수. 대통령의 아들이지만 정치권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 오던 김 교수가 24일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깜짝' 발표했다.

이날 그의 입당 선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난다"며 더민주 탈당을 선언한지 이틀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김홍걸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저라도 나서야겠다고 각오했다"며 "오늘 더민주에 입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민주와 함께 '통합과 단결'이라는 아버님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입당을 결심했다"며 "보잘 것 없고 굳은 일이라도 당에 보탬이 된다면 그것을 할 것"이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으로 △통합 △단결 △민주주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아버님께서 살아생전 신앙처럼 강조하셨다"고 덧붙여 그 무게감을 짐작케 했다. 그는 "아버님께선 김대중 시대와 노무현 시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며 "더 이상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을 나눠선 안 된다"고 통합을 호소했다.

그가 "당장 눈앞의 총선이 아닌 향후 정권교체를 내다보고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할 땐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이렇게 실천하는 것이 아버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결정이 아버지인 김 전 대통령의 신념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못 박기도 했다.


이에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김홍걸 교수님은 우리 당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김대중 대통령 이름의 통합의 정신, 단결의 정신을 지키겠다고 어려운 결심을 해주셨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또 "김 교수의 입당은 단순한 인재영입이나 당 확장 차원이 아닌 당의 정통성과 정신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60년 야당의 정통 본류로서 통합과 단결의 구심이 우리에게 있다는 대내외적 표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홍걸 교수가 국회의원을 지낸 두 이복형(홍일·홍업)의 뒤를 이어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친어머니인 이희호 여사가 어떤 역할을 할지 호남권을 놓고 경쟁하는 야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불출마 vs 더민주 입당…갈림길에 선 YS아들 김현철

김홍걸 교수가 더불어민주당 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거취가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김 교수에 이어 김현철 전 부소장까지 영입해 '대통령 2세 영입 2연타'를 야심차게 노리고 있다.

사실 김 전 소장은 공식적으로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김 전 소장이 더민주와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피력한 바 있어 아직 속단은 이르다. 김 교수 영입을 계기로 김 전 소장을 데려가려는 더민주의 물밑 작업이 더욱 활발히 진행될 거란 얘기가 여의도 정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김 전 소장은 지난해 말 문재인 더민주 대표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른바 '문자 정치' 논란이다.

지난해 12월31일 제338회 제2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던 서울 여의도 국회. 문 대표가 들여다보고 있던 문자메시지가 한 언론의 카메라에 잡혔다. 문 대표에게 도착한 문자의 발신인은 다름 아닌 김현철 전 소장.

내용 중 특히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이렇다. "저는 앞으로도 문 대표님과 정치노선을 같이할 생각입니다만 그것은 문 대표님과 직접 만나서 상의하고 싶습니다. 김현철 드림."

이날 공개된 문자메시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타계하기 전인 지난해 9월 김 전 소장이 문 대표에게 보낸 것이었다. 당시 문 대표는 야당 60주년을 맞아 김 전 소장 등 상도동계 인사들을 기념행사에 초청하려 했으나 끝내 성사되진 않았다.


논란이 일자 김 전 소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문자가 공개돼 마치 제가 더민주당으로 총선에 출마할 것처럼 비치게 된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저는 올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그 순수한 의미를 더 이상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고 불출마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또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많은 국민들이 올해 총선에서 정권심판을 해 선거혁명을 이루길 바라는데 야권은 똘똘 뭉쳐 힘을 합쳐도 될까 싶은 상황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염원과 기대를 저버리고 분열의 길을 택하고 있다"면서 야권이 분열되고 있는 상황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저 역시 야권에 힘을 실어 도움이 되고자 했으나 작금의 상황에 너무나 실망하고 더 이상 제 참여가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일찌감치 총선불출마를 결심한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김 전 소장은 총선 출마나 입당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유독 우리나라는 치열한 과거를 살아오다보니 온갖 갈등과 분열 속에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금세 피아로 구분된다"면서 "솔직히 나 자신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럴수록 아버님이 남겨주신 '통합과 화합'이 너무나 절실히 와 닿는다"고 덧붙여 김 전 소장이 향후 더민주에 합류해 '통합과 화합'을 위해 힘쓰지 않겠냐는 관측을 뒷받침했다.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는 동안 공천 탈락 등 온갖 수모를 겪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멀어질 대로 멀어진 김 전 소장이 어떤 식으로든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 '김무성 면전 비판' 후 정치권과 거리 두는 노건호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는 아직 어떠한 정치적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유학중인 것으로만 알려져있다.

건호씨가 가장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다. 중국에서 김 전 대통령 타계 소식을 접한 건호씨는 곧장 귀국 후 빈소를 찾아 슬픔에 빠진 현철씨에게 위로를 건넸다.

당시 건호씨는 빈소에 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경수 더민주 경남도당위원장 등과도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김 대표와 건호씨가 6개월 여 만에 '어색한 만남'을 가진 것이다.

지난해 5월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는 추모식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를 향해 쉬지 않고 뼈 있는 발언을 내뱉었다.

건호씨는 "오늘 이 자리에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다"며 "전직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며 내리는 빗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이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고 직접 김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로도 모자라 선거에서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고 김 대표를 앞에 두고 강도 높게 비꼬았다.



인사말을 듣고있던 김 대표의 표정이 뻣뻣하게 굳어갔지만 건호씨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쌓여온 설움을 폭발시키려는 듯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건호씨는 "혹시 내년(2016년)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다"면서 "사과, 반성 그런 거 필요 없으니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시라"고 재차 당부했다.

특히 "정치, 제발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는 건호씨의 마지막 말은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유행어처럼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였다.

당시 김 대표는 건호씨의 면박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도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그래도 손님인데 너무했다"는 반응과 "역시 호랑이의 아들"이란 평가가 엇비슷하게 주를 이뤘다.

건호씨는 정치와 명백히 거리를 두는 모습이지만, 정치권 여러 곳에서 '언젠가는'이라는 말로, 정계 입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들의 근황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다. 장남 전재국씨와 차남 전재용씨, 3남 전재만씨다.

도서출판 전문 업체 시공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장남 재국씨는 지난해 12월 소유하고 있던 국내 최대 허브 농장 '허브빌리지'를 마리오아울렛에 매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급 환수를 위해 허브빌리지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와 3남 재만씨의 근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미국법 자문사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다. 지난해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타계 당시 아버지를 대신해 빈소에 찾아 조문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동생이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씨는 의도적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7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지만씨는 "난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냉소적이다"라고 밝혀 정치에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 역시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 동생 지만씨는 물론 조카들까지 절대 청와대로 초대하지 않는 등 일부러 가까이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객원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 김대중(왼쪽) · 노무현(오른쪽) 전 대통령의 사진 옆을 지나고 있다. 2016.01.25 박철중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왼쪽)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객원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문재인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6.01.25 박철중 기자 최근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추모 부활 성시 기념예배'에 참석한 현철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6.01.25 양지웅 기자 김 전 소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문자가 공개돼 마치 제가 더민주당으로 총선에 출마할 것처럼 비치게 된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사진출처=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페이스북 캡처>고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는 "작금의 상황에 너무나 실망하고 더 이상 제 참여가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일찌감치 총선불출마를 결심한 것"이라며 기존의 불출마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진출처=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페이스북 캡처>지난해 11월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차남 김현철 씨를 위로하고 있다. 2016.01.25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8월18일 서울 동작구 현충로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의 모습. 2016.01.25 박동욱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지난해 11월25일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차남 김현철씨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2016.01.25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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