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방선거에서는 '야당 표심'…총선에서는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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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재협의 촉구하는 김제남 |
(서울=포커스뉴스) 4·13 총선에서 열전이 예상되는 지역 중 서울 은평을은 현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아성'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같은 지역구에서 5선을 기록 중인 이 의원에게 맹렬한 도전자 2명이 칼을 갈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임종석 전 의원과 현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인 김제남 의원이다.
◆ '5선' 이재오, 자전거 타고 지역구 구석구석 누벼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5대(1996년) 때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나를 청와대로 불러 은평을에 출마하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YS가 '정치는 안 되는 데 도전하는 것이다. 안 되는 곳에 가 당선되라'고 말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며 "'새누리당이 어렵다'는 지역에 뼈를 묻을 생각을 해야 그 진정성을 보고 주민들이 뽑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이 의원은 "'은평' 43년 토박이 이재오는 지킵니다. 은평발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라는 말로 지역구 유세 활동을 했다.
그는 당시 자전거를 타고 은평 전 지역을 도는 게릴라 전략을 펼쳤다. 유세 도중 "평창동으로 이사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지역 주민의 말에 이 의원은 "내가 구산동 집 말고 다른 집에 살고 있다면 그 집 명의를 그냥 주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난 이 의원은 경북 영양군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0년대 민주화 운동에 헌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와 맞서고 1991년 민중당 사무총장을 지냈던 그는 1996년, YS의 영입으로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이 의원은 서울 은평을에서 15~19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의원으로, 같은 당 서청원 최고위원·황우여 전 장관과 함께 국회 최다선 의원 중 하나다.
19대 총선에서 '은평발전을 마무리하겠다'던 그가 20대 총선에 다시 도전장을 내고 '6선' 타이틀을 거머쥘지 관심이 모인다.
◆ 임종석, 이재오 대항마…19대 불출마, 20대 성동에서 은평으로
지난해 12월. 4·13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현재까지 모두 7명의 후보자가 은평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중 유독 주목받는 한 명이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구에 처음 출마했던 임 전 부시장은 당시 경쟁자이던 한나라당 이세기 후보(현 새누리당 상임고문)를 누르고 국회에 입성했다. 17대 총선에서도 득표율 49.61%로 한나라당 김동성 후보(39.10%)를 따돌렸으나 18대에서는 결과가 뒤집히며 낙선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그는 2012년 3월 "민주통합당의 사무총장으로서 그리고 서울 성동구의 총선후보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부시장은 지난해 12월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로의 재기 계획를 알렸다.
그는 불법 정치자금 혐의와 관련해 "최종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4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2012년 공천을 반납하고 사무총장을 사퇴했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그 일로 인해 여러 가지 소득도 있었다"면서 "굴곡진 인생의 맛도 알게 되고, 산을 오를 때 7부 능선을 넘어서면 일기가 고르지 않다는 인생의 지혜도 얻게 됐다. 무엇보다 박원순 시장을 만나는 인연을 얻었다"고 했다.
임 전 부시장은 "지난 박원순 시장 선거를 총괄하고, 함께 1년 반 동안 부시장으로 행정 경험을 하며 참 많이 배웠다"며 "은평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첫 마음을 되새겨 보겠다"고 밝혔다.
전라남도 장흥에서 출생한 그는 서울 용문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을 지내 이재오 의원과는 운동권 선·후배 관계다.
◆ 김제남 "제2고향 은평, 녹색정치 시작"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은평을 지역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은평을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은평 주민으로서 '녹색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처음 국회에 발을 들여놓은 김 의원은 정의당의 원내수석부대표이자 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위원장·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위원장·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고 있다.
녹색연합 사무처장·은평두꺼비하우징 상임이사·한국환경회의 운영위원장 등 정치계에 들어오기 전까지 환경 분야 전문성을 쌓아 왔다. 특히 녹색연합에서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말 자신의 블로그에 "가족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준 은평은 저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15년 지기 은평주민으로서 새롭게 출발하겠다. 녹색정치의 비전을 품고 변화와 새 시대를 원하는 은평주민들과 함께 바른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글을 통해 "녹색운동에서 배우고 체현한 생명의 가치를 서민과 약자를 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진보의 가치로 실현하겠다. 주민 여러분들의 삶 속에 진보정치가 한 걸음씩 내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지역 투표 성향은 야권인데…국회의원은 20년째 '새누리당'
서울 은평을의 역대 선거 결과는 흥미롭다.
은평구는 투표에서 야권 성향을 지닌 지역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나는 표심은 '야당 지지'가 절대적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 은평구민들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개표 결과를 보면 문재인 후보가 전체 투표의 54.18%를 득표하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45.39%)를 2만6299표 차이로 눌렀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득표율 53.69%(13만1386표)로 42.56%(10만4156표)를 얻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겼다.
15대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전체 득표의 44.88%를 차지하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5386표 차로 앞섰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은평구의 야권 성향은 짙게 나타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6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였다. 구·시·군장선거, 시도의회 선거에서도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은평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 당선부터 시작해 현 19대까지 지낸 현역 국회의원이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 후보로 은평을에 출마한 이 의원은 43.63%를 득표율을 기록하며 경쟁자인 새정치국민회의 이원형 후보(35.46%)를 제쳤다.
이 의원의 득표율은 16대 총선 51%, 17대 총선 45.25%, 19대 총선 49.51%다. 다만 18대 총선에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전체 투표의 52.02%를 득표, 이 의원의 득표율 40.81%를 앞지르며 당선됐다.
그러나 곧 문 후보는 비례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확정판결을 받고 결국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있었던 재보궐 선거에서 이 의원은 58.33%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민주당 장상 후보(39.90%)를 누르고 은평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4·13 제20대 국회의원 총선 은평을 지역구는 3파전으로 될 전망이다. 사진은 은평을 지역구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정의당 김제남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출처=각 후보자 SNS>지난 12일 오전 은평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은평구 2016 신년인사회. 20대 총선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할 이재오·임종석·김제남 세 예비후보자가 참석했다. <사진출처=임종석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2012년 3월,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돌아다니는 이재오 의원. <사진출처=이재오 블로그>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진출처=임종석 페이스북>김제남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위안부 합의 무효와 재협의를 촉구하는 결의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12.30 박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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