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내용이 담길 것인지를 놓고 일본 언론들이 연일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9일 아베 총리가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 간부들에게 보여준 담화 초안에는 사죄는 물론 그와 유사한 문구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다음날 NHK 방송은 담화의 원안에 '침략', '식민지 지배', '사죄', '통절한 반성'이라는 4개의 키워드가 모두 명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교도 통신과 요미우리 신문 등은 아베 총리가 사죄라는 표현을 기술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며 이웃국가들이 일본이 사죄하고 있다고 느낄만한 표현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죄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해도 아베 총리 자신이 직접적으로 사죄를 한다는 것인지, 과거 역대 정권의 담화를 거론하는 대목에서 이 표현이 들어간다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침략이라는 단어도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직접 인정한다는 것인지, 침략을 허용하지 않는 국제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문맥에서 거론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한다. 이들 보도를 종합해 보면 핵심 단어 4개는 모두 집어넣되, 이를 교묘하게 배치해 침략을 인정한 것도 아니고 인정하지 않은 것도 아닌, 사죄를 한 것도 아니고 안 한것도 아닌 모호한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심산인 듯 보인다.
그동안 과거사 반성과 사죄에 한없이 인색했던 아베 총리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 담화에 반성과 사죄의 표현을 어떻게 담을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 자체는 진일보한 것으로 일단 평가하고 싶다. 여기에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역대 총리 담화를 계승한다면 상대방(한국, 중국 등)에 그 점이 전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안보법제 개정으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현실에서 공명당과의 연립 전선이 갖는 무게는 적지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중과의 전략적 관계를 고려할 때 담화에 사죄와 반성의 표현을 어떤식으로든 포함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번 종전 70주년 아베 담화가 50주년 무라야마 담화와 60주년 고이즈미 담화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 이는 참다운 과거청산과 진정한 화해의 여정이 더디게 진행될 수는 있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뒤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으로 사흘 뒤 보게될 것이다. 하지만, 담화에 어떤 내용이 어떤 형식으로 담기건 간에 군국 질주와 역사 수정주의로 일관해온 아베 총리의 본심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식민지 정책은 야만적이고 미개한 조선을 문명화 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일본은 2차대전의 패전국이자 원폭 피해국이며, 전후 일본이 아시아에 기여한 공로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기조에서 한 치의 변화도 보인 적이 없다. 담화 내용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심 단어들이 모두 포함됐다고 해서 아베 정권이 달라졌느니, 우리의 외교적 승리니 하는 말을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엄혹한 동북아 국제질서 속에서 아베 담화에 담긴 일본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대응 전략을 냉정하게 수립해야 한다. 만일 사죄와 반성이 빠진 아베 담화가 나온다면 이는 또 다른 역사도발에 다름 아닐 것이다. 강경하게 대응하되 이 경우 역시 중장기적 전략과 판단 속에서 냉정함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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