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재벌 경영체제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재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6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당정회의를 갖고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416개에 달하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재벌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며 공개 토론회를 여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볼썽사나운 경영권 다툼을 통해 재벌 지배구조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산 만큼 법적,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는 극히 일부 지분만 갖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80여개 계열사로 구성된 롯데그룹의 자산규모는 93조4천억원에 달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이고, 자녀 등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2.4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손가락 지시'로 임원들을 해임하는 등 황제경영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순환출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정은 우선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한 현행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함께 재벌 총수가 소수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데 대한 견제 장치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롯데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 대기업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재벌경영의 폐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황이다. '반(反) 롯데정서'가 번지면서 일부 소비자단체가 불매운동에 나서고, 그룹의 광고대행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연말에 재입찰할 예정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 대해 면세점 특허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는 쪽으로 법개정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체(459개)의 90.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재계 1,2위인 삼성그룹 10개, 현대차그룹 6개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롯데 측은 2013년 말 9만5천33개에 달했던 것을 지난해 417개로 줄였지만 올해는 1개를 없애는데 그쳤다. 당국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한 것은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은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겠지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그룹을 넘어 국가경제에 영향을 주고 국민의 반기업정서까지 자극한다면 하루빨리 환부를 도려낼 수밖에 없다. 재벌이 공격적 오너 경영을 통해 경제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번처럼 경제의 발목을 잡고 국민을 좌절시키는 것도 현실이다. 당정이 재벌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야당도 재벌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니만큼 차제에 재벌 대기업이 다시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이 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적어도 총수 일가의 황제경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은 확실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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