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전형득 기자] 재벌, 정치인, 뱀파이어….
익숙한 소재를 독특하게 변주하는 세 작품이 수목극 판에서 만났다.
지난 5월 27일 방송 시작 이후 줄곧 수목극 챔피언 자리를 지켜온 SBS TV '가면'은 최근 새로운 도전자 둘을 잇달아 만나게 됐다.
지난 8일 첫 방송한 MBC TV '밤을 걷는 선비'와 15일 방송되는 KBS 2TV '어셈블리'가 그 주인공.
'밤을 걷는 선비'는 인간을 위하는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사극에 강한 배우 이준기·한류스타 동방신기의 멤버 심창민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고, '어셈블리'는 사극 '정도전'에서 현실을 꿰뚫는 명대사로 내공을 증명했던 정현민 작가가 집필하는 현실정치극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가면 쓰고서라도 들여다보고픈 상류사회
SBS '가면'은 빚에 허덕이던 변지숙(수애 분)이 자신과 꼭 닮은 유력가 외동딸 서은하 대신 재벌 최민우(주지훈)과 결혼하면서 상류사회의 민낯을 목격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벌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지숙의 눈으로 보는 민우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은하는 연인 민석훈(연정훈)이 경영권을 차지하는 것을 돕기 위해 그의 처남인 민우와 정략 결혼하려 했고, 석훈은 민우에게 환각제를 먹여 그를 정신병자로 만들었다.
살인과 살인미수, 불륜, 협박이 난무한다. 재벌이라는 소재는 그동안 수도 없이 드라마에서 다뤄졌지만 '가면'처럼 그 추악한 면을 극단적으로 그린 예는 찾기 어렵다.
시청자는 지숙의 시점으로 재벌가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그 추억함에 혀를 차기도 하고 화려한 삶에 동경도 느끼며 호기심을 푼다.
정략결혼을 통해 만난 민우와 지숙이 서로 의지하며 서서히 애정을 키워가는 모습도 호응을 받고 있다.
첫 회 7.5%(전국기준, 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출발한 '가면'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9일 14회 방송에서는 11.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 초반 맞붙었던 MBC TV '맨도롱 또�'과 KBS 2TV '복면검사'가 지루한 전개로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며 각각 7.6%, 6.9%의 최종 시청률로 물러나면서 수목극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웹툰·한류스타 인기 등에 업은 뱀파이어
1위 가도를 달리는 '가면'에 먼저 도전장을 내민 드라마는 MBC TV '밤을 걷는 선비'.
지난 8일 첫 방송을 내보낸 '밤을 걷는 선비'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절대 악' 뱀파이어 귀(이수혁)를 제거하려다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선비 김성열(이준기)이 귀를 없앨 비책을 가진 남장 책쾌(책 판매상) 조양선(이유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화가 결정되기 전부터 온라인상에서는 가상캐스팅이 유행하는 등 유명세를 떨쳤다.
뱀파이어 역을 맡은 이준기, 이수혁의 높은 싱크로율과 함께 밝고 싹싹한 매력의 양선 이유비의 남장 연기도 관심을 끈다.
여기에 한류스타 동방신기의 멤버 심창민이 한량처럼 보이지만 속 깊은 세손 이윤 역을 맡아 소녀 팬들을 브라운관으로 모을 것으로 보인다.
사극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온 이준기가 피를 갈망하는 뱀파이어의 본성과 인간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지가 궁금증을 끈다.
다만 '조선판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로맨스 장르를 어떤 방식으로 버무릴지는 안개 속이다. 또 이유비, 이수혁 등 중책을 맡은 신인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될지도 미지수다.
◇가려운 곳 긁어주길 기대해
15일 시작하는 KBS 2TV '어셈블리'의 주인공 진상필(정재영 분)은 해고된 조선소 용접공에서 국회의원이 된 인물이다.
3년째 복직 투쟁을 하던 진상필은 그가 살던 경제시에서 열린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얼떨결에 금배지를 달게 되고 거대 권력에 맞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언뜻 식상해보이는 설정이지만 정재영은 최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잘못된 세상을 모두 바꾼다는 이야기처럼 재미없는 게 어디 있겠느냐"며 뭔가 다른 드라마를 예고했다.
'어셈블리'의 대본은 지난해 KBS 1TV '정도전'에서 통찰력을 보여줬던 정현민 작가가 맡았다.
작가 데뷔 전 10년 넘게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던 정 작가의 경험이 어떻게 우러나올지, 현대극으로도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다.
제작진은 정치영웅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보편타당한 바람을 담겠다고 공언했다.
진상필이 소통없는 정치, 희망 없는 세상살이에 지친 많은 이들의 울분을 대신 토해내겠다는 것.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TV 드라마 출연은 처음인 정재영이 해고노동자와 국회의원이라는 극과 극의 상황에 처한 진상필을 어떻게 표현할지도 기대를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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