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피해 극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11조8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 추경과 함께 기금 지출 증액, 공공기관 자체투자와 민자부분 선투자 확대, 금융성 지원 등을 포함하면 올해 전체 재정 보강 규모는 21조7천억원이다.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메르스 사태와 가뭄, 거기에 그리스 위기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니 추경 편성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추경 편성에 동의하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6일 국회 제출, 20일 통과를 목표로 급박하게 일정을 잡으면서 부실 심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제와 민생상황이 심각한 만큼 심사에 속도를 내되 원래 취지에 맞게 추경안이 편성됐는지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의 효과가 2013년의 17조원대 추경보다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3년 추경은 경기 침체에 따른 세입 결손을 보전하기 위한 세입 추경이 12조원이고 경기에 직접적인 효과가 큰 세출 추경은 5조원 남짓이었는데 이번에는 세출 추경이 6조2천억이라는 것이다. 추경을 통한 세출 확대분은 메르스 극복 및 피해업종 지원에 2조5천억원, 가뭄 및 장마 대책에 8천억원, 서민생활 안정에 1조2천억원, 생활밀착형 안전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1조7천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추경 편성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번 추경을 위해 정부 계획대로 9조6천억원 정도의 신규 국채를 발행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2.1%에서 -3.0%로 악화하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5.7%에서 37.5%로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의 국가부채 수준은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유럽연합(EU)의 안정협약도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GDP 대비 각각 3%, 6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추경을 어디에 사용해 어떤 효과를 내느냐는 것이다. 추경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만 할 수 있다면 세수가 늘어나 재정이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 결국 추경의 효율성이 이번 재정투입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추경을 올해 안에 모두 소진한다는 정부의 방침도 타당하다. 2013년 추경의 경우 불용액이 3조9천억원에 달해 효과가 반감됐다고 한다.
야당은 6조원 수준의 별도 추경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안의 세입 추경은 경제실정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법인세 인상과 같은 세수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편성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배정된 1조3천억원은 '총선 대비 선심성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에 입장 차가 있겠지만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여야가 추경안 통과를 위해 좀 더 진지하고 속도감 있게 협상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협상 과정에서 메르스 극복, 경기 활성화 같은 본래 목적과 다른 정치적 고려나 꼼수가 끼어들어서도 곤란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추경에서까지 지역 민원성 '쪽지 예산'이 횡행했다고 한다. 추경을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빚을 안기는 것이다. 추경을 놓고 정치공학적 계산이나 지역 민원을 염두에 두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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