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의 주말 기자회견은 왜 단 한 명의 감염 여행자를 통해 유입된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한국에서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졌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정부의 안이한 초동 대응이었다. 합동평가단 한국 측 단장을 맡은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늦은 것이 (초기 대응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였다"며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거버넌스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초기에 혼란이 있었다"고 했다. 정부와 의료기관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부족, 신속한 병원정보 공개 거부 등이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던 전염병을 이처럼 창궐케 했다는 것이다. 물론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의 말처럼 그 어떤 국가라도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깜짝 놀라고 조정을 하는 시기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초기 환자 발생 시 강력한 초동대응의 필요성을 주문하며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한 여론을 외면하고 그 중요한 골든타임에 우리 정부가 취했던 일련의 조치들을 돌아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낙제점 수준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합동평가단 지적 가운데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의료관행과 간병문화, 병원의 감염 예방 및 관리 부실이다. 우리 의료 시스템은 그동안 수차례의 개혁을 통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췄고, 선진화된 체계를 갖췄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환자들이 더 큰 병원으로 옮겨다니는 의료쇼핑 관행, 응급실로 가면 대형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는 큰 병원 쏠림 현상 등이 이번 메르스 확산의 주된 요인 중 하나였다는 WHO의 지적은 뼈아프다.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이 환자들로 붐비는 응급실에서 진행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암 등 중증 질환 수술, 성형외과 시술 등은 선진화됐을지 모르지만, 전염병 예방 등 공중보건 위생 분야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우리의 의료 현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되짚어 봐야 한다. 가족이나 친지가 입원했을 때 병문안을 가지 않으면 매몰찬 사람으로 취급하는 우리의 인식도 차제에 서로의 안전을 위해 삼가고 조심하는 쪽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합동평가단은 "한국 내 메르스 유행이 대규모이고 복잡한 상황이므로 조치가 완전한 효과를 발휘하는 데 수 주가 걸릴 것"이라며 "단기간에 해결될 것을 예상하면 안 된다"고 했다. 확산세가 당장 멈추고 빨리 상황이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한결같을 것이다. 특히 메르스 확산으로 관광객이 급감하고 소비가 위축돼 있는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조속한 메르스 종식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조급증은 상황을 더 악화할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총력 대응 조치와 감염자 및 접촉자의 철저한 통제조치 이행, 특히 감염자와 접촉자의 해외 여행 금지 등을 통해 우리 조치의 국내외 신뢰도를 높이고 상황을 통제하게 된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빨리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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