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가 꺾일 줄 모르고 이어지는 와중에 고무적인 소식이 들린다. 메르스 2차 유행을 유발한 슈퍼전파자를 이송했던 119대원들이 모두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4번 환자로 불리는 이 슈퍼 전파자는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인 1번 환자가 입원한 평택 성모 병원에서 병이 옮아 평택굿모닝병원을 경유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오면서 2차 바이러스 확산의 진앙이 됐다. 1번 환자는 지금까지 30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14번 환자는 전파자가 무려 63명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전염력을 보였다. 이때문에 이 환자를 삼성서울병원에 이송한 119대원들은 감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됐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14번 환자를 이송한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119 대원 3명과 이들과 같은 출동차량을 쓰는 야간 교대대원 3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자택에 격리됐다가 10일 격리에서 풀려났다. 이들은 격리 기간에 메르스와 관련된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환자를 직접 이송한 대원 3명은 30분 이상 14번 환자와 '밀접 접촉'을 한 상태였다. 당시 14번 환자는 증세가 심해 바이러스를 다량 뿜어내면서 강력한 전염력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는 14번 환자와 훨씬 덜 밀접하게 접촉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자가 다수 감염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119 대원들이 감염에서 벗어난 이유는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27일 환자 이송 때 119 대원들은 국민안전처 지침에 따라 마스크, 장갑, 고글을 착용하고 있었다. 결국 적절한 선제적 예방조치가 파생적인 대규모 확산의 위험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119 대원들이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면 환자 이송 이후 확진까지 나흘간의 공백은 끔찍한 재앙의 시간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119 대원의 사례는 메르스 대응 수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의료진은 물론 일반인들이 적절하게 대응만 한다면 바이러스 확산은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메르스 확산 초기에 나왔던 막연한 공포심은 이제 떨쳐버리고 과학적인 설명을 신뢰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비록 사망자가 10명을 넘어서기는 했으나 지금까지 집계를 보면 전염률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또 전파 양상을 보면 공기전파의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며 따라서 지역사회 감염은 만약 발생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이 점에는 해외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 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폐의 깊은 곳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기침으로는 공기 중으로 나오기 어렵고 사람 간 감염은 의료처치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방 수칙을 정확하게 지키는 게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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