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행령 수정 요구 강제성 유무부터 정리하자

부자동네타임즈 / 2015-06-01 18:49:23

[부자동네타임즈]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권한을 강화한 개정 국회법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섬으로써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라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개정 국회법 통과 직후부터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눈앞의 일로 다가오면서 6월 국회와 맞물려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 갈래를 잡든 개정 국회법 정국은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기존 법 통과 당시의 입장을 유지하면 대통령과 여당, 여권 내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공동보조를 취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극한 대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을 처리하느라 새정치연합이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에 동의해 준 것치고는 대가가 혹독하다. 여권 내부든, 여야 간이든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보니 국회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나 민생·경제활성화법안 처리 등 주요 현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개정 국회법이 그대로 발효돼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이 강화되면 국민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부 정책이 표를 의식해야 하는 의원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300명인 나라가 될 것"이라는 강한 표현도 내놓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꼭 필요한 법안도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는 '식물국회' 상황에서 개정 국회법으로 시행령을 통한 정책추진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 그야말로 '식물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청와대나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만도 하다. 그래서 헌법상 행정입법권과 대법원의 행정입법 심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성을 부각하고 급기야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하게 된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시행령이 각 분야에 널려 있으며 개정 국회법은 오히려 시행령이 입법권을 침해하는 이런 위헌적 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견지에서 누리과정 교부금 지원법을 비롯한 '상위법 위반 시행령·시행규칙' 사례 14건을 찾아내 공개하기도 했다. 서로의 입장이 너무 분명하고 차이가 있다보니 절충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야는 개정 국회법을 통과시켜 놓고도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 권한에 강제성이 있는지를 놓고 서로 정반대 해석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 수정 요구를 행정부가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후속조치가 없다며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행정부가 국회의 수정 요구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률전문가들이 개정 국회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로 강제성 유무를 꼽고 있는데 협상을 통해 법을 통과시킨 주체들은 서로 다른 말을 하고있으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니 청와대마저 나서 "강제성 유무에 대한 입장이 통일돼야 한다"고 요구한 것 아니겠는가. 이미 '블랙홀'이 돼버린 개정 국회법으로 꼬여만가는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 수정 권한의 강제성 유무부터 따져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괜한 분란만 일으킨 것이고, 강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면 정부 주장처럼 '식물정부'가 우려되는 만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요청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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