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팀이 20일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 짓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내부적으로 불구속 기소 결론을 내리고 검찰총장 보고 과정을 밟고 있어 21일 중에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금품 로비를 시사하는 리스트를 남기고 자살한 지 43일 만에 명단에 포함된 인물에 대한 첫 사법처리 결정이 나오는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현 정권의 핵심인사 8명이 거론된 성완종 리스트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총리까지 자리를 내놓는 등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던 것에 비춰볼 때 불구속 기소 결정은 국민의 법 감정상 용두사미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특별수사팀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그나마 증거가 구체적이던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이 정도면 아직 시작도 못 한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도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성 전 회장 자살 사흘 뒤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8일 홍 지사를, 14일에는 이 전 총리를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에 1억원을,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에 3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적용됐으나 본인들은 이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두 사람의 금품거래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공소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뇌물죄에 비해 양형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하다 보니 애초 한계가 있었다. 검찰은 두 사람이 경남기업의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겼다기보다는 정치인으로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쪽에 가깝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검찰 내부 영장청구 기준에 맞춰 불구속 기소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별수사팀 나름대로 철저히 수사하고 전례와 기준을 따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법리 문제를 떠나 의혹이 한껏 부풀려진 상황에서 이뤄진 불구속 기소 결정을 국민이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검찰 내에서는 2억원 이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치인에게는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추세를 반영해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영장청구 기준을 2억원으로 잡아놓고 있다고 한다. 금품거래 액수만 놓고 보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가닥을 잡으면서 불구속 기소가 이미 결정됐던 셈이다. 그러나 홍 지사나 이 전 총리가 핵심 관계자들을 회유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다는 점에서 불구속 기소는 봐주기라는 지적이 있다. 검찰은 회유나 증거인멸 등의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으나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는 구속영장 발부의 핵심 요건이라는 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옳았을지 모른다.
검찰은 홍 지사나 이 전 총리의 말이 바뀔 것에 대비해 금품거래 시점이나 장소,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첫 재판에서 공개한다는 전략까지 마련하는 등 공소유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첫 기소인 만큼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진행하기 바란다. 특별수사팀은 이번 기소가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의 매듭이 아니라 시작일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수사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수사를 여러 차례 촉구한 만큼 특별수사팀이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검찰 몫이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해 리스트에 있는 이름만 갖고 수사를 한다는 것이 어렵겠지만 불구속 기소로 결론이 난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한 보강수사뿐만 아니라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이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번 사건의 성격상 특별검사가 다시 수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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