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로 잘 알려진 산악 내륙국 네팔에서 진도 7.8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집계된 참사의 사망자가 3천200여명, 부상자 6천500여명이라고 하지만 이 숫자가 무의미할 정도로 사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고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1만7천명이 사망한 1934년 네팔 대지진과 비슷한 정도의 재앙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인명 피해가 이 정도이니 재산 피해는 당장 파악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문화재 피해도 심각하다. 네팔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7곳 중 4곳이 크게 훼손됐고 카트만두의 랜드마크였던 다라하라 타워는 거의 완파됐다. 대규모 산사태까지 발생해 적어도 19명이 숨졌는데 에베레스트에는 아직도 수백명이 고립돼 있다는 소식이다. 인접국인 인도에서도 67명, 중국 티베트 자치구에서는 18명, 방글라데시에서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이번 대지진의 규모와 강도를 짐작할 만하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의 고봉들은 네팔의 주요 관광 자원이자 국가 자산이지만 이번에는 히말라야 생성 때와 비슷한 원인으로 국가 재난이 발생했으니 아이러니하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판이 북쪽으로 이동해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해저 퇴적층이 솟구쳐 생긴 습곡 산맥이다. 이번에도 매년 5㎝씩 북쪽으로 움직이는 인도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파고들면서 그 충격파로 두 판의 경계선에 있는 네팔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여기에 진원이 지하 11㎞로 비교적 얕은 지점이라 지진의 충격이 더 커졌다. 그런데 이런 자연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재난에 대한 준비태세가 좀 더 진지했더라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수도 카트만두의 주택 대부분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아닌 벽돌로 허술하게 지어졌다고 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0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로서는 내진설계가 배부른 얘기일 수도 있겠다.
네팔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인력을 동원해 구조와 수색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겨운 모습이다. 장비가 부족해 삽과 곡괭이, 그마저도 없으면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은 네팔을 도우려고 하나된 모습으로 발벗고 나선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는 물론 자국에서 수십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인도, 중국도 국제사회의 구호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 정부는 100만 달러(약 10억여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긴급 구호를 위한 선발대를 급파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제규모 세계 14위라는 위상에 걸맞게 인류애적 관점에서 네팔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으로, 매우 적절한 조치로 평가한다. 이왕이면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지원이 아니라 도탄에 빠져 있는 네팔 주민들의 눈높이 맞춰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들여다봤으며 좋겠다. 구호작업처럼 시간을 다투는 부분은 빠르게 결단해 지원하고,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울 부분이 있는지도 꼼꼼히 찾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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