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 문제, 1965년에 이미 끝"…뒤통수 맞은 박 대통령

부자동네타임즈 / 2015-11-03 16:05:19
아베, 한일 정상회담 하루도 안돼 말바꾸기…美, 日 통해 남중국해 문제 한국 압박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악수하는 모습. <사진출처=청와대>


(서울=포커스뉴스) 3년 반 만에 재개된 한일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파열음을 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났으나 공동성명은커녕 언론발표문 하나도 내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국의 발표가 달랐다는 점이다.

 

결국 집권 초부터 대일 강경정책을 고집해오던 박 대통령이 미국에 등 떠밀려 한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가 뒤통수만 맞았다는 박(薄)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 일본 돌아가 뒤통수 친 아베 총리…"위안부 문제는 이미 1965년에 끝"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당일 일본으로 돌아가 2일 오후 8시 BS후지TV 방송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이전에 줄기차게 주장해온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한국이 정권에 따라 위안부에 대한 입장이 바뀐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에 서로 합의하면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입장을 반복했다.

 

취임 후 처음 양자회담을 개최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아베의 정상회담 이후 발언은 '타결 가속화'라는 외교적인 수사 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의 기본 입장은 변함없이 똑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한 번의 회담 두개의 브리핑…日 '남중국해 발언' 등 일방 공개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측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일본 언론을 상대로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副)장관은 "아베 총리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중국의 인공섬 주변에 함선을 파견한) 미군의 행동은 국제법에 합치하는 것이라 말했다"며 "열려 있고 자유로운 바다를 지키도록 한국이나 미국과 연대하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춘추관에서 열린 한국 측 브리핑에서 이 내용은 빠졌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합의사항만 밝혔다. 안종범 경제수석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협력 협의사항만 설명했다.

 

오후 들어 일본 언론이 '아베 총리의 남중국해 공조발언'을 대서특필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브리핑이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일본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보도되자 청와대는 뒤늦게 진화작업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뒤늦게 "아베 총리의 발언은 사실"이라고 확인한 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중국해 문제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박 대통령이 일본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강하게 부인한 발언이다.

 

보수우익의 대변인, 아베의 최측인 하기우다 부장관은 청와대 발표에 없는 다른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 외에도 세월호 관련 박 대통령 명예 훼손 혐의로 재판 중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신문(産經新聞) 전 서울지국장 문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 규제 등 "아베 총리가 할말 다 했다"고 밝혔다.

 

하나의 회담이었지만 확연히 다른 두개의 브리핑이 나온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일 100여분간의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청와대>


◆ 미소 짓는 미국…일본 통해 남중국해 문제 소극적인 한국 압박

 

엘리자베스 트뤼도 국무부 공보과장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이 끝나기 무섭게 양국에서 미묘한 파열음이 나오고,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트뤼도 과장은 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민감한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동의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과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소극적인 한국에 대해 일본을 통해 압박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미·일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떠밀어온 미국 입장에서는 한일 정상의 만남 자체가 큰 성과라는 해석이다.

 

◆ 박 대통령에 대한 박한 평가…"왜 대일 강경책 고집했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우려 반 기대 반이었던 우리나라는 일본 측의 언론 플레이가 강화될수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박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일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예상됐던 대로 한 치의 진전도 이끌어내지 못한 실패한 회담"이라고 혹평했다.

 

야당의 평가가 부정적인 것은 당연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우리 최대 관심사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입장 변화가 거의 없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대일 강경정책을 밀어붙였다가 미국에 등 떠밀려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안부 문제 등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뒤통수만 맞았다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이럴 거면 그 동안 왜 그렇게 대일 강경외교를 펼쳤는지 국민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일 정상마저 풀지 못하면서 이 문제는 현 정부에서는 미제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한일중 3국 정상회담이라는 형식 논리와 미국에게 등 떠밀려 한일 양자회담에 나서긴 했지만 일본 측의 변화를 전혀 끌어내지 못한 채, 회담 내용마저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청와대에 대해 국내 반응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박진우 기자 tongtong@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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