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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길의 한 카페에 영화 '그놈이다' 의 배우 주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
(서울=포커스뉴스) "저도 처음 보는 표정이 나오니까 '못생기긴 했는데 신선하다'라고 생각했죠."
영화 '그놈이다' 속에서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을 죽인 범인과 마주한 장면을 본 주원의 소감이다. 해당 장면을 찍을 때 그는 캐릭터의 감정이 상상조차 가지 않아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연기의 방향을 틀었다.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막막했어요. 촬영에 딱 들어갔는데 제가 생각한 건 '그래, 그냥 고삐를 풀자, 개목걸이를 벗어버리자, 제어하지 말자' 였어요. 그러고 범인을 보는데 '내가 얘를 당장 죽여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폭발했어요. 평생 그렇게 울어본 적도 없었어요. 한쪽 팔에 수갑을 차고 있었는데 흥분한 상태에서 힘을 주니까 수갑이 자꾸 풀리더라고요. 철장도 뜯기고요. 초인적인 힘이 나오나 싶었어요. 끝나고도 많이 울었어요. 감정이 주체가 안 되더라고요."
그동안 '용팔이', '굿닥터', '각시탈' 등의 작품을 통해 선한 이미지가 각인된 주원이 달라졌다. 모델 체형의 몸매는 8kg의 증량으로 부풀었고, 뽀얀 얼굴은 검게 탔다. 재개발 어촌 지역에서 얼음 공장, 빨래 공장 등을 가리지 않고 하나뿐인 동생 은지(류혜영)를 위해 일하는 장우 역을 맡아서다. '그놈이다'에서 장우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심증으로만 쫓는다.
"원래 제가 작품에 임하기 전에 살을 빼거든요.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촬영을 안 할 때는 살이 잘 찌더라고요.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그랬어요. 그런데 살을 빼다 보니 그 모습은 장우가 아닌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렸죠. 살을 찌우고 몸집을 키워야 할 것 같다고요. 그 선택은 잘한 것 같아요. 태닝도 직접 하고, 어촌에서 일하는 캐릭터니까 주근깨도 그려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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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놈이다'에서 여동생을 잃은 오빠 장우로 열연하는 배우 주원 모습.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
외형적으로도 달라졌다. 하지만 '그놈이다'에서 주원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감정이었다. 여러 장면을 제치고 그는 가장 마음에 담아둔 장면으로 은지와 행복했던 때를 꼽았다. 여동생을 잃은 오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내내 마음에 담아둔 장면이었다.
"은지한테 처음 헬멧 씌워줄 때요. 장우는 동생이 짜증내고 화내도 정말 예쁜 거예요. 그런데 장우가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니까 이것을 표현할 장면이 몇 개 없었어요. 그래서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에요."
사실 주원하면 오빠보다는 귀여운 남동생 이미지가 강했다. '용팔이'(2015년)에서 김태희와, '7급 공무원'(2013년) 최강희 등과 호흡하며 유독 누나들과의 케미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놈이다'에서는 오빠 주원의 모습이 보인다. 상남자의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냐는 말에 그는 "그게 백 퍼센트 저예요"라고 답한다.
"제가 형, 누나들에게는 애교를 부리고 많이 의지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동생들에게는 달라요. 계원예술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랬어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후배들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했어요. '그놈이다'에서 동생이 도시락 싸왔을 때, 장우가 가죽 재킷을 덮어주잖아요. 그건 제가 한 거거든요. 제 스타일이에요. 만약 제 동생이 짧은 치마 입고 다닌다면, 무조건 말릴 거예요. 실제로 대학교 때, 여자 동기들이 짧은 치마 입고 다니면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운동복 입고 오라고 했어요. 밤늦게 술도 마실 텐데 치마 입고 다니면 위험하잖아요. 오빠로서는 그래요."
주원은 현장 스태프들에게 사랑받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비결을 묻자 그는 "서로 이해하는 것? 다른 게 있을까요?"라고 되묻는다. "완벽한 삶은 없잖아요. 저도 완벽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사람들이 각각 다른 색을 가졌는데, 그걸 틀리다고 하는 게 아니라 다르다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편인 것 같아요. 또 영화는 공동 작업이니까 서로의 부족함을 알고 장점을 살려줘야죠. 같이 해나가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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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길의 한 카페에 영화 '그놈이다' 의 배우 주원. 2015.10.27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
인간적인 면의 주원은 변하지 않지만, 배우로서의 욕심은 계속해서 변하고 싶다. '그놈이다'를 선택한 것도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다크나이트'(2008년), '아메리칸 싸이코'(2000년)에서 상반된 역할을 보여준 크리스찬 베일과 '인터스텔라'(2014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년)에서 과학자와 에이즈 환자를 각각 소화했던 매튜 맥커너히의 이야기를 하며 "'저게 배우 아닐까'라고 느꼈어요"라고 말한다.
"저는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때부터 수도 없이 다른 역을 하고 다른 장르를 했어요. 그런데 이 세계는 멜로하는 사람, 액션하는 사람 등 어느 정도 정해져 있나 싶었어요.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지만 좀 아쉬웠어요. 여러 인물을 보여주는 게 내 직업인데 변화를 추구하는 게 당연하죠. 20대에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면, 이제 30대 때를 보여줄 시기가 온 거고요. 변화는 배우의 숙명이에요. 그리고 그걸 잘 소화해냈을 때, 관객들도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고요."
2016년이면 주원은 30살이 된다. 두려움은 없다. 여태까지 쉴새 없이 해온 작품에도 20대에 그 작품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는 앞으로도 "나이에 맞게 변화를 추구하면서, 그 나이에 어울리는 것을 하려고요"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최종적으로 그냥 보기만 해도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배우가 있잖아요. 보기만 해도 좋고, 믿음이 가는 배우요. 관객들에게 행복을 주는 배우들이 있는데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명현 기자 midol13@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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