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첫 女 선출직 탄생…여성 인권 신장엔 '글쎄'

부자동네타임즈 / 2015-12-14 14:11:49
여성 유권자 투표율 82%로 적극 참여…보수적인 지역서도 여성 후보 당선
△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신화/포커스뉴스) 1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한 투표소에서 베일을 쓴 사우디 여성들이 투표를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사우디 건국 이래 여성에게 처음으로 참정권이 부여된 이번 지방선거에선 여성 유권자 약 13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신화/포커스뉴스 photo@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건국 이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부여한 지방의회선거에서 여성 후보 20여명의 당선이 유력해 사우디 최초의 여성 선출직이 탄생할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잠정개표결과 최소 19명 이상의 여성 선출직이 탄생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방의회 의원 3159명 중 2106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선 여성 978명이 후보자로 나섰다.

 

처음으로 참정권을 부여받은 선거이니만큼 여성은 남성보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유권자 135만명 중 91.3%를 차지하는 남성의 투표율은 44%에 머무른 반면 전체 유권자 중 8.7%만을 차지하는 여성의 투표율은 무려 82%로 집계됐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여성 당선자들은 메카, 제다, 알자우프 등 사우디 전국 곳곳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수적인 지역에서도 여성 후보자가 당선돼 이번 선거는 여성 인권 신장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여성 선출직 당선에는 성별 외에도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 북부 7번째 구에서 승리한 여성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13일 남녀가 분리된 기자회견장에서 베일을 쓴 후다 알제라이시 당선자는 "나는 남성을 어떻게 다루는지 안다"며 "절대 그들과 맞서거나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를 대표하는 거대 기업 제라이시 그룹의 압둘라만 알제라이시 의장의 딸인 후다 알제라이시 당선자는 가족의 도움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같은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다른 여성 당선자 또한 상류층 자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사우디 여성들은 일부 여성 후보자들의 당선은 그들 가문의 인맥과 부 덕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여성 투표자는 "사우디에선 아버지가 비즈니스계에서 인맥을 잘 쌓아두면 (여성에게도) 이미 많은 문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첫 선거임에도 선거운동 기간에 사우디의 뿌리깊은 양성불평등 '악습'은 고스란히 이어졌다.

 

여성 후보자들은 남성 유권자들에게 직접 유세를 펼칠 수 없어 칸막이 뒤에서 연설을 하거나 남성 대변인을 통해야만 했다.

 

또 후보로 등록한 많은 여성운동가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후보 자격이 박탈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들로 일각에선 여성 참정권 자체에 회의적인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사우디의 여성 참정권 인정은 지난 1월 타계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개혁군주'로 평가받는 압둘라 전 국왕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봇물처럼 터져나온 민주화 요구에 2015년 지방선거부터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전제군주제인 사우디는 대선과 총선이 없고 지방의회 선거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송은경 기자 songss@focus.kr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