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야당의 고질병인 계파 갈등이 재현됐다. 4ㆍ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사퇴의사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역구인 여수로 내려가 ‘칩거모드’로 들어갔고 주 최고위원을 공박한 정청래 최고위원도 사과를 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문재인 대표는 사후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호남민심이 비등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계파갈등도 폭발 직전인 양상이다.
주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을 비판하는 박주선 의원을 향해 “구태 구악 세력과는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공격해 주 최고위원에게 사과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두 최고위원의 감정싸움이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지도부 사퇴론이 다시 거론되면서 문 대표는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한길 전 대표를 비롯한 계파 수장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가 주 최고위원과 각별한 사이인 점을 주목해 문 대표가 김 전 대표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사태의 장기화 우려가 적지 않다.
공식회의 석상에서 대놓고 “공갈” 운운하며 인격모독적인 독설을 내뿜은 정 최고위원에게서 최소한의 양식과 품위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당의 지도부 일원이기 전에 한 개인으로서 품성의 문제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런 소동을 접한 국민들이 제1야당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뻔하다.
평소 대안 제시에 미흡한데다 당내 분란마저 보이고 있으니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정당지지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41%, 새정치연합은 24%를 기록했다. 무려 17%포인트 차이다. 당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냉철하게 돌아보기보다 문 대표 체제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주 최고위원의 자세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 민주주의 국가가 굴러가는 이치도 똑같다. 여·야가 다 건강해야 국정의 수레바퀴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의식 잃은 중환자 신세가 된 현실은 그래서 암담하다. 공무원 연금법안의 합리적 대안 제시와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할 5월 임시국회마저 계속 헛바퀴만 돌려선 안 된다. 수권을 꿈꾸는 새정치연합은 막중한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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