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리아 독재정권 감싸기' 왜?

부자동네타임즈 / 2015-11-27 11:33:44
美의 중동 체제변동 기도 제지할 시험대로 판단…내버려두면 아사드 정권 무너지기 때문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터키를 "테러리스트의 공범"이라며 성토하고 있다.ⓒ게티이미지/멀티비츠


(서울=포커스뉴스)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를 감싸느라 바쁜 러시아는 자국 전투기가 터키군의 공격을 받아 격추될 정도로 시리아 반군 소탕 작전에 열심이다.

 

지난 24일(터키시간)의 전투기 피격 사건도 러시아 공군이 시리아-터키 접경지역 상공에서 이슬람국가(IS)가 아닌 반군을 맹렬히 폭격하던 와중에 발생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시리아 내 IS 공격에 “우리도 힘을 보태겠다”며 지난 9월 불쑥 가세한 러시아는 그간 아사드 축출을 목표로 싸우는 시리아 반군과 인류의 공적(公敵)인 IS 둘 다를 상대로 ‘양다리 공습’을 전개해 왔지만, IS보다 반군 공격에 더 열심이라는 의심을 미국 측으로부터 받아 왔다.

 

미국은 IS는 격멸하되 반군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실제로 반군에 무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다지도 시리아 정권 보호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러시아가 시리아에 갖고 있는 경제적 이익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경제관계는 미미하다. 2011년 러시아의 대(對)시리아 수출은 19억3000만 달러였는데, 이는 러시아 전체 수출의 0.4%에 불과하다.

 

2009년 기준 러시아의 대(對)시리아 누적 투자액은 194억 달러다.

 

러시아 무기 생산업체들에게 시리아는 약간 중요하다.

 

스톡홀름에 소재한 국제평화연구소(IPRI)의 추산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러시아의 대(對)시리아 무기 수출은 11억 달러다.

 

같은 기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무기 수출이 352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비중이 미미하다.

 

러시아 기업들은 시리아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까지 감안하더라도 시리아가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의미 있게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시리아가 러시아에 지난 40년 간 제공해 온 타르투스 항(港)의 해군기지는 물론 중요하다. 러시아는 지중해에 하나 남은 이 해군 거점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지난 몇 년 간 타르투스 항을 대폭 재정비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이 해군 기지는 기능이 매우 제한적이다.

 

중간 규모 군함 4척 이상을 동시에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지가 좁다. 따라서 푸틴의 시리아에 대한 집착의 원인으로 타르투스 항을 지목하기에는 뭔가 미진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반대하는 푸틴의 진정한 동기는 무엇인가.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정치학자 대니얼 트라이스만 교수는 푸틴의 진정한 동기는 단순하다고 본다. 즉, 푸틴은 무력을 사용한 미국의 체제변동 정책에 강력히 반대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푸틴 체제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 미국에 많다는 것을 푸틴은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푸틴 축출이 미국의 정책목표는 아니지만 그는 미국의 체제변동 정책이 어떤 식으로건 확대되는 것에 무조건 반발한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이 후원했던 과거 체제변동 사례들, 즉 이라크, 이집트, 리비아의 체제변동이 안정적인 독재체제를 위험한 혼란체제로 바꿔놓았을 뿐이라고 푸틴이 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독재와 불안정한 부분적 민주주의 가운데 푸틴은 전자(前者)를 선호한다.

 

중동 이슬람권(圈)의 불안정은 까딱 하면 러시아의 북(北)코카서스 및 볼가 공화국들, 그리고 중앙아시아까지 번질 수 있다. 이것은 푸틴이 겁내는 시나리오다.

 

끝으로, 푸틴은 시리아 사태 같은 경우와 관련해 미국이 거듭 강조해 온 약속을 믿지 않는다. 푸틴이 보기에 그것은 미국을 믿고 안 믿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적 사례에 비추어 분명하다.

 

공습이 “제한적”이리라는 미국의 다짐은 2011년 서방국가들의 리비아에 대한 “제한적” 개입 약속을 푸틴에게 떠올리게 한다.

 

그때 미국 등 서방은 말로는 “제한적”이라고 해 놓고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가다피가 축출되고 곧이어 살해될 때까지 군사작전을 밀어붙였다.

 

푸틴은 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며 미국이 이번에 아사드를 징벌하겠다고 나선 작전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1988년 쿠르드족을 상대로 독가스를 사용한 뒤에도 계속해서 후세인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푸틴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국제규범을 제대로 적용하기보다 지구촌 전반에 걸쳐 미국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적들을 전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고 이에 반발하고 있다.

 

푸틴이 보기에 과거 미국의 중동 개입은 불안정성, 그리고 분파적 분쟁이 국경을 넘어 확산될 위험성을 증대시켰다.

 

따라서 푸틴은 미국의 지구 차원 군사 작전을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트라이스만 교수는 분석한다.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scottnearing@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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