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격퇴' 2차대전 이후 단결 다지는 유럽

부자동네타임즈 / 2015-12-03 10:29:46
장기간의 국가비상사태, 여행 자유 제한도 기꺼이 감내
△ 파리 연쇄 테러 사건 사흘 뒤인 지난달 16일 긴급 소집된 의회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Photo by Thierry Chesnot/Getty Images)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2차대전 이후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유럽인들이 IS(이슬람국가)의 11·13 파리 연쇄테러로 인한 공분(公憤)을 결전 의지로 승화시키며 시민의 근본적 자유를 테러로부터 지키기 수십 년 만에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13 테러에 앞서 1년에 걸쳐 벨기에·덴마크·프랑스에서 잇따라 IS가 직접 저질렀거나 사주한 테러가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유럽은 말로만 테러를 강력히 성토했을 뿐 정작 테러로 피해를 입은 개별 국가의 정부나 유럽 전체가 나서서 행동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다 몇몇 유럽국이 미국 주도의 반(反)IS 연합전선에 동참했고 자국의 과격한 젊은이들이 혹시라도 IS에 동조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한 변화는 파리 테러 이후 별안간 생겨난 것이다. IS는 파리 테러 말고도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에만 앙카라, 시나이, 베이루트, 파리, 말리공화국 수도인 바마코, 그리고 튀니스에서 530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11·13 테러를 겪으면서 유럽인들은 IS의 이전 테러까지 새삼 인식하게 되었고 IS가 알카에다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유럽연합(EU)의 터키·튀니지·리비아·시리아·모로코 주재 대사를 지냈고 현재 비영리기구 ‘카네기유럽’의 방문학자로 있는 마크 피어리니는 이처럼 IS가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는 것을 대(對)테러작전 관점에서 ‘퀀텀리프(돌연한 비약)’로 본다.

 

워싱턴포스트 2일자 기고문에서 그는, IS의 돌출을 정치적 관점에서 정치적 지진으로 파악한다.

 

왜 지진으로 보느냐 하면, 테러에 맞서 싸우는 것은 유럽의 편안한 일상을 온통 뒤흔들 것이며, 유럽으로 하여금 외교정책과 법치기준을 새로운 각도에서 되돌아보도록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런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정당한가며 의문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IS를 격퇴하는 전선(戰線)에 유럽이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정하면서도, 유럽 전체가 IS로부터 공격받는 것도 아닌데 굳이 EU 차원에서 전쟁 상태에 돌입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U 차원의 단결을 맨 먼저 호소하고 나선 지도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11·13 파리 학살’ 며칠 뒤 올랑드는 프랑스 의회에 나가 “프랑스는 전쟁 중”이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유럽에서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왜냐하면 2차대전 이후 유럽 정치 지도자들은 “전쟁”을 아예 금기어(禁忌語)로 치부해 왔기 때문이다.

 

2차대전 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방대한 해외영토를 잃으면서 유럽국들은 저마다 군비를 감축하고 해외 군사작전을 줄였다.

 

이에 따라 전쟁이라는 개념은 유럽대륙에서 유럽인들에게 그간 생소하기조차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 한복판을 공격당한 프랑스가 앞장서서 테러 집단을 상대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테러와의 전쟁에 제대로 돌입하기에는 프랑스가 직면한 제약이 만만찮다.

 

프랑스는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해 이미 여러 전선에 군대를 파견해 놓고 있다. 여기에다 프랑스의 군사예산은 EU의 철저한 감독을 받는다.

 

프랑스가 대(對)IS 전쟁에서 군사적 동참을 기대할 수 있는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비전투요원 파견이나 예산 지원을 통해 프랑스를 도울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는 EU동맹국은 독일밖에 없다.

 

영국이나 독일 입장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쟁을 지원하는 것조차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행히 영국 하원은 2일(현지시간) 행정부에 전쟁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표결해 이를 통과시켰다.

 

2차대전에서 저지른 나치의 만행이 국가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독일은 해외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리기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더라도 대규모 작전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회원국 가운데 오직 한두 나라만 IS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는 상황에서 유럽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도 상당히 어려운 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판에 합의 없는 전쟁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제적으로, 이 문제는 IS 격퇴에 나서는 이례적인 “동맹” 조합으로 인해 더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IS 격퇴를 표방하지만 유럽이 보기에 이들에게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다른 목적도 있다.

 

프랑스와 유럽 시민이 보기에 러시아와 합동으로 IS와 전쟁하는 것은 아마도 정당한 전쟁이 아니다.

 

하지만 지원이 아쉬운 형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정당하다고 해야 할 판이다.

 

국내적으로, 이례적으로 석 달이나 되는 프랑스의 국가비상사태는 추가 테러를 두려워하는 대중에 의해 환영 받지만 언론자유 같은 근본적 자유를 둘러싼 별개의 우려를 제기한다.

 

그런 까닭에 프랑스는 이런 제약에 관해 유럽회의에 자세히 보고했다.

 

유럽회의는 인권, 민주주의, 법치를 감시하는 범유럽 차원의 기구다.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보안 조처도 여행자들에 의해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IS에 대한 전쟁이 정당한가를 판단할 때 가늠할 많은 고려사항들이 있다. 하지만 유럽 대중이 보기에 아마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IS 위협의 본질이다.

 

IS가 공개적으로 외치는 이른바 그들의 테러 명분은 이교도 식 생활방식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IS는 운동경기장, 록음악회장, 왁자지껄한 식당을 표적으로 삼는다. 학교, 쇼핑센터, 대중교통, 레크리에이션 시설 같은 일상의 현장, 그리고 익숙한 자유가 종교적 이유로 인해 테러범들에 의해 제한당하는 것만큼 파리 시민과 브뤼셀 시민을 화나게 하는 것은 없다.

 

순수 유럽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프랑스·벨기에·독일·스웨덴에 사는 상당수 무슬림은 해당 사회에 깊이 동화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유럽 거주 무슬림은 유럽사회를 분열시키려는 IS의 노골적인 의도에 강력히 맞선다.

 

유럽인들이 IS에게서 지켜내려 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분방한 생활방식만이 아니다.

 

그들은 유럽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근본적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체 유럽국들의 단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scottnearing@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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