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반세기를 쉼 없이 달려온 ‘수출 한국’ 앞길에 빨간 불이 켜졌다.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23억92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9%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8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한 후 5년9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올 들어 5개월 연속 줄어든 수출은 감소폭이 매월 커지고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억5000만 달러 늘어난 63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탓이다. 제조업 부진 등 생산설비에 대한 저조한 투자를 반영하기에 좋아할 일은 아니다.
심각한 것은 지난달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여 만에 처음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고, 더구나 주력상품이 부진하다는 사실이다. 저유가와 엔저, 중국 저성장 등의 영향으로 10대 주력 품목 중 반도체와 휴대폰을 제외한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디스플레이 등 8개 품목의 수출이 급감했다. 올 1~5월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억78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간으론 319억2000만 달러가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의 취업유발계수(수출로 인해 늘어나는 일자리 수)는 100만 달러당 7.2명이다. 예상처럼 수출 부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23만여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국내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란 우려를 사고 있다.
더욱 걱정인 것은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면서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게 큰 폭의 원화 강세를 겪게 되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악화돼 일시적인 수출부진이 아니라 매년 수출 규모가 쪼그라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출부진의 주요인 중 하나인 원·엔 환율 하락 충격을 완화하려면 단기적으로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정책적 결단을 해야 한다. 또한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추가 금리인하 카드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출산업의 구조개편을 도모해야 한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수출구조를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수출은 대기업이 이끌어왔다. 지난해에는 ‘무역 트리플 크라운’(사상 최대 무역규모·수출·무역흑자)도 달성했다. 이런 대외적인 성과와는 달리 경제 양극화 심화와 내수와의 연계 부족 탓에 수출효과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매우 낮다. 이를 반영하듯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최근 5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중견·중소기업이 중심되는 수출구조로 탈바꿈 하는 것이다. 한국은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이 3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9%에 못 미친다. 수출 중소기업의 수는 9만개로 전체의 3% 미만으로서 10% 이상인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과 비교할 때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따라서 수출 중소기업의 숫자와 수출비중을 선진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수출 중소기업이 늘어나면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경제성장에 대한 체감도 또한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대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에 집중하는 까닭에 고용창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9988’(전체 기업의 99%, 전체 근로자의 88% 차지)로 대변되는 중소기업은 사업성과에 따른 고용 및 임금의 상승효과가 내수 활성화로 직결될 수 있다. 정치권의 뒷받침이 시급하다. 수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분야의 구조개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살리는 지상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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