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면서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줄곧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공언했던 '4차 감염'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 3차 감염자를 이송했던 구급차 운전자가 메르스로 확진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 2~10일 발열 등의 증상이 있었지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계속 이송 업무를 담당했던 137번 환자가 뒤늦게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돼 또 다른 4차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자 메르스 최대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이 환자 이송요원을 통한 메르스 재확산 우려에 결국 '병원 부분폐쇄'에 준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정확한 추적과 방역이다. 메르스 확산이란 국가적 방역(防疫)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 내 지휘·대응 체계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이런 실정이기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제9차 메르스 긴급위원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WHO가 한국정부와 일주일 간 메르스 전염 경로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벌인 결과 등의 최근 자료가 보고된다고 하니 국제기구와 유기적 협력 체제를 유지해 메르스 조기종식에 도움을 받도록 해야겠다.
메르스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은 일상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수학여행은 물론이고 대형병원 예약, 문화·체육대회 등 크고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불황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예약 취소도 급증하고 있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메르스 후폭풍'에 강타를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의심환자가 제로가 될 때까지 고강도 대응태세를 유지해야겠다.
현 시점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역사회 감염환자가 나올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병원에서 환자의 침을 통해 감염될 뿐 병원 밖 공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의 경우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 당초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로부터 옮았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119번 환자는 52번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119번 환자가 지역사회 감염이 아니길 바라지만 맞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는 기존 방역체계를 전면 재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결핵처럼 공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 등에 대한 격려다. 메르스가 퍼지면서 의료진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환자와 접촉하면서 감염돼 위험상태에 빠지거나 메르스 감염 공포에 빠진 이웃으로부터 기피의 대상이 됐다. 간병인과 자가격리자를 지원하는 전국의 공무원, 요양병원의 근무자들도 모두 위험에 노출돼 있다. 주변의 시선이 힘든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우리는 세칭 일류 대형병원의 한심한 감염 관리 수준을 목격했다. 병원 감염 관리의 부실은 중소병원이 더 심각하다.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병원이라는 점에서 의료진이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동체를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헌신이 있어 국민은 보다 안전해진다. 이들은 밤낮을 잊은 채 사명감으로 묵묵히 힘든 고글과 마스크,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의료진에 대한 격려와 그 가족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국민 건강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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