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곳간이 급격히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59.4%에 달했던 지방 재정자립도는 2013년 51.1%로 낮아지더니 지난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61.2%로 그래도 나은 편이다. 군 지역은 11.6%로 한계 상황을 넘어선지 오래다. 지자체 243곳 가운데 30%가 넘는 74곳이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못줄 정도다.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2015년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개요’는 이 처럼 지방재정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자립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부채에 기인한다. 지난 2009년에 25조5531억 원이던 지자체의 빚은 지난해 32조 7100억 원으로 급증했다. 5년간 29.1%나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지방 공기업이 갚아야 할 빚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단체장의 업적을 남기기 위한 과시성 사업이나 행사가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공사업을 남발하는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이 지방재정을 어렵게 만든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방재정의 열악성이 이러한데도 현직 단체장들의 대부분은 지난해 6·4지방선거 때 내건 공약 이행을 다짐하는 ‘묻지마 공약증’에 매몰돼 있다. 지방재정의 파산을 부를 수도 있는 ‘폭탄’임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민선 6기 지자체장들의 공약 실천 계획을 분석한 결과는 이 같은 실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제시한 공약은 2138개, 226개 시·군·구청장이 약속한 공약은 1만 4108건 등 모두 1만 6246건이다. 특히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정 부담은 광역단체장 333조 7319억원, 기초단체장 434조 835억원 등 총 767조 8154억원 규모다. 여기에는 공약만 제시했을 뿐 재정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기초단체 21곳이 빠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총재정 부담은 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이들 공약은 지역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 지자체가 재원을 자체 조달할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중앙정부 지원금이나 민간기업 투자금 등 외부 재원 의존율이 광역단체장 공약의 경우 78.1%, 기초단체장 공약은 66.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약이행의 재점검이 시급하다. 이행할 수 없는 공약은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는 게 지자체를 위해서 긍정적일 것이다.
호화 청사 신축, 보여주기식 정치 행사 등 선출직 단체장들의 방만한 예산 집행은 절대 자제해야 한다. 해당 지역민과 국민의 혈세는 아끼고 아껴 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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