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기 대법관 후보자를 둘러싼 제청 거부 논란과 관련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8월31일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모두 존중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부친상을 고려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를 취소하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문에 나서는 등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대치와 별개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국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야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봉기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두고 청와대가 대법관 임명 재제청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공방을 벌였다.
노 행정처장은 예결위 비경제부처 부별심사에 출석해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하면 대통령은 수동적으로 국회에 임명 동의 요청을 해야 하느냐’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의 질의에 “각자의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며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지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답했다.
노 행정처장은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의 ‘대법원장 후보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묻는 말에는 “훌륭한 법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일제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이 (이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후보 4명 중) 기승전 김민기 고법판사를 고집하는 것은 당대표도 대통령 마음대로 지명하더니 대법관도 본인 마음대로 지명하겠다는 것”이라며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권 통일”이라고 비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8월31일 부친의 빈소가 마련된 경북 포항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빈소를 찾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대통령에게 하면 대통령은 기계적,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 동의 요청을 해야 하느냐”며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적 정쟁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대법원장 제청 단계에서 대법원장 제청권, 대통령 임명권이 일치하는 적임자를 찾아 국회에 동의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거부한 건 본인이 원하는 ‘명픽(이 대통령 선택)’ 대법관을 제청하라는 뜻”이라며 “결국 본인에게 무죄를 선고할 판사들로 대법원을 채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제청 거부야말로 탄핵 사유”라며 “사법부는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훈식과 여야 지도부, 조희대 대법원장 부친상 조문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을 고려해 관련 현안 질의를 미루고 공개적인 비판도 자제하기로 했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장례 기간 동안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거명이나 호명을 자제해 달라”며 “공적인 메시지와 언행 전반에서도 최대한 예우를 갖춰 달라”고 공지했다. 김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박성준 수석대변인 등과 함께 조 대법원장 부친상 빈소가 마련된 포항성모병원을 찾아 10분간 조문했다. 김 대표는 조문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병원을 떠났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문상에 나섰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대법원 관련 현안질의를 위한 전체회의는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으로 인해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사위는 당초 여권 주도로 조 대법원장과 노 행정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 논란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조 대법원장 부친상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위로 인사를 전했다. 강 비서실장은 빈소에서 약 30분간 머무른 뒤 빈소를 나서며 “큰 슬픔을 겪고 계신 대법원장님과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직접 오시지 못해 비서실장을 보냈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그런 만큼 더 깊은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대법원장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깊이 감사드린다. 감사의 마음을 대통령께 꼭 전해달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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