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도 나서 직격탄…靑·與-野 '사드 전선' 형성<br />
더민주 내부서도 이견 속출…'선명성 경쟁'으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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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방중 피켓항의 |
(서울=포커스뉴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6명의 중국 방문을 두고 정치권의 논쟁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더민주 김영호·김병욱·소병훈·손혜원·신동근·박정 의원 등 초선의원 6명은 지난 4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는데 이후 여권은 줄곧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도 비판하면서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에 일명 '사드 전선'이 고착화되고 있다.
게다가 야권 내에서도 이견이 속출하고 당권 주자들 간 사드 문제로 인한 선명성 경쟁마저 불붙으면서 정치권이 '사드 블랙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 與 "방중 6명, 대한민국 국회의원 아냐"…靑도 野 때리기 합류
새누리당은 중국을 방문한 더민주 6인방을 비롯해 더민주를 향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5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미 군사동맹을 훼손하고 주변국에 기대는 사드 외교는 대한민국의 자존심만 구길 뿐"이라며 "굴욕적인 중국 방문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도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당내 초선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그냥 방기해선 안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번 중국방문이 성사된다면 중국의 중화주의 외교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정치에 수치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중앙당 차원의 공식 브리핑 및 논평을 통해서도 더민주를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상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직무를 행하겠다는 선서를 중국에 갖다 바친 이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며 "이제 대한민국에는 294명의 국회의원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 대변인은 이어 "국가 간 외교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최고의 전문가들이 나서도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청개구리식 인식만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들이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지 대변인은 또 "자신들이 속한 당 대표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이번 방문이 얻을 것은 없고 중국에 이용만 당해 결국은 국익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며 "이들이 중국에서 들고 올 것은 중국의 사드반대 윤허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의원외교를 위장한 신(新)중국 사대주의에 불과한 탓"이라고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진석·김영우·김학용·경대수·백승주·이종명·이철규 의원도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이 민의를 대변하는 것인지를 잘 살펴주기 바란다"며 "조선시대 청나라 사절단 마냥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는 언행은 절대 없기를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중국에 방문한 더민주 의원들은) 방어용 무기체계 배치를 반대하면서 부당한 외교적 간섭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모자라 중국에까지 가서 여론의 추이를 살피겠다는 정치집단"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사드 전쟁'에 청와대도 합류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휴일인 7일 이례적으로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더민주를 향해 "(중국 방문 일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또 "중국 측은 우리의 순수한 방어적 조치를 문제 삼기 이전에 북한에 대해 보다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중요한 시점에 더민주 의원 6명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의견교환을 한다며 중국을 방문하려는 계획은 다시 한 번 재검토를 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도 나섰다. 박 대통령은 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면서 중국을 방문한다고 한다"며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했다"면서 "그동안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라며 재차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野 "나라에 폐 끼치는 것처럼 매도" 반발
야당은 여당의 공세에 적극 방어하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권의 비판에 대해 "중국의 의사결정과정에 영향력 미칠 수 있는 분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한국의 의견을 전달하는 건 여야를 넘어서 해야 할 일"이라며 "칭찬은 못할망정 나라에 폐를 끼치는 것처럼 매도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반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사드 배치로) 관련 산업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사드대책위 차원에서 간사인 김 의원이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해 중국의 과잉대응을 막고자 하는 판단에서 방문 계획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공식적인 관료나 공산당 간부를 만나는 게 아니라 중국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학자나 지인, 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교민을 안정시키는 다각적인 의원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과잉 우려해 정치쟁점화 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이 사드 배치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도 전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한중 우호관계를 해칠 수 있는 경제적 보복조치는 자제해달라고 가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대화하러 가는 건 국익에 부합하는 의원외교"라고 강조했다.
또한 8월 27일 치러지는 더민주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주자들도 정부여당의 비판을 방어했다.
추미애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제공조로 풀어야할 북핵문제에 사드배치로 한중갈등을 초래했다"며 "한국 국민 대표로 의원님들 의원외교 잘 하고 오시라"고 소속 의원들의 방중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곤 후보 역시 "우리 당 의원단은 그 누구보다도 국익을 생각하고 한미관계의 전략적 가치와 함께 한중관계의 중요성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드 관련) 위기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우리당 의원들의 중국방문과 의원외교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의원 외교는 정부가 처한 어려움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청와대는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을 중요한 외교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을 뿐 아니라 국내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나아가 더민주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정쟁을 유발하는 일을 또 시작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어떻게 야당의원들을 매국노, 사대주의, 북한 동조 세력으로 만드는 식의 발언을 할 수 있느냐"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여당과 야당, 대통령 사이에 여러 사안에 대한 이견은 존재할 수 있고 해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다. 협조를 호소하고 정책 방향에 대해 설득하려 하는 건 좋다"면서도 "대통령, 집권여당 입에서 파트너인 야당 의원을 상대로 이런 식의 낙인을 찍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당론으로 사드배치 반대를 채택하는 건 침묵하다가 더민주 의원들이 방중한다니까 이렇게 매도해도 되겠느냐"며 "이렇게 해놓고 야당 협조를 부탁하나. 매국노, 사대주의, 북한동조 세력의 협조가 필요하냐"고 몰아세웠다.
뿐만 아니라 "협치는 상대방 존중과 견해 차이를 줄이기 위한 대화와 설득에서 시작한다"며 "지금같은 박 대통령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번 더 이런 식의 일이 있다면 국회 차원에서 협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野 내부 이견 속출…이념 논쟁으로 이어지나?
이처럼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의 중국 방문으로 인해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그렇지만 야당의 경우 당력이 하나로 뭉쳐지지는 않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야권에선 이견이 속출하면서 이념 논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일단 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부터 초선 의원들의 중국 방문에 반대했다. 초선 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수차례 내비쳤던 김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사실상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더민주 전당대회에 나선 이종걸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속 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진의와 상관없이 이미 '사드 반대파'로 분류되어 중국 측에 이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더민주는 그 동안 사드 문제에 대해 특별한 당론을 정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혀왔는데 중국을 방문한 소속 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대상으로 떠오르자 부담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문제는 당내 이견이 선명성 경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장 더민주는 오는 27일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사드 문제는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그렇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사드 문제가 선명성 경쟁으로 떠오르면서 소속 의원들의 방중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그간 고질적인 이념문제로 진통을 겪어왔던 야권이기에 소속 의원들의 중국 방문은 선명성 경쟁에 이어 당내 고질적인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나온다.
더민주 소속 의원들의 방중 문제가 여야 관계, 당내 이념문제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방문 일정을 위해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출국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도중 한 시민단체 회원의 피켓 항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박정·소병훈·손혜원·신동근 의원 등 초선의원 6명은 8일부터 2박 3일간 중국에 머문 뒤 10일 귀국한다. 2016.08.08 허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2016.06.13 사진공동취재단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마지막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오늘 사드 관련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16.08.08 허란 기자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우상호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08.09 박동욱 기자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 참석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8.05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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