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가 몰고 온 지도반출 논란…정치권 '반대' 우세

편집부 / 2016-08-09 16:12:01
구글 지도 기반의 '포켓몬고'…지도반출 놓고 국회 토론회<br />
국회, 野 중심으로 "지도반출 금지" 목소리 높아<br />
구글코리아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도"
△ 공간정보 국외반출 인식조사 결과 발표하는 이양훈

(서울=포커스뉴스)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강원도 속초는 여름철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국내 대표 피서지 중 한 곳이다. 이런 속초가 올해는 조금은 다른 이유로 뜨거워졌다. 바로 '포켓몬고(GO)' 게임 때문이다.

당초 국내서는 '포켓몬고'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속초와 울산 간절곶 등 몇몇 지역에서도 게임 실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지역들은 '헌터'들로 인해 뜻밖의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 '포켓몬고', 우리나라는 왜 안 돼?

'포켓몬고'는 GPS 위치기반서비스를 이용한 증강현실(AR) 게임이다. 일본 게임업체인 '닌텐도'와 미국 게임업체 '나이언틱랩스' 등이 협력해 개발했으며,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게임 방식은 단순하다. 게임 속 지도에 표시된 장소를 직접 찾아가 포켓몬을 잡으면 된다.

'포켓몬고'는 출시 직후부터 북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이유로 화제가 됐다.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서비스되는 '포켓몬고' 특성상 국내에서는 게임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우리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구글 측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요구를 거절해왔다. 국가 안보 시설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서비스하겠다는 구글의 입장 때문이다.

구글 측은 지난 6월 1일 다시 한 번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데이터 반출을 신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오는 12일 미래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자부·산업부·국정원이 참여하는 '지도국외반출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이 요청한 한국 정밀지도 반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 구글 관계자가 국회로 온 까닭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과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공간정보 국외반출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이름의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국토교통위원장인 조정식 더민주 의원을 비롯해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등 여야 중진들이 직접 축사를 보냈을 만큼 관심이 집중된 토론회였다.

이 자리에서 이우현 의원은 "지도반출 여부의 결정은 우리나라에 미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데이터 제공의 의미에서 바라볼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민홍철 의원은 "남북분단 및 대치상황이라는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도반출의 문제는 산업분야의 필요성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측면도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지도반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구글 측 인사도 참석했다. 권범준 구글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모바일 시대에 위치정보와 지도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는 혁신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포켓몬고'는 이러한 혁신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권 매니저는 또 "지도반출을 불허한다고 해서 국가안보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며 "정부가 지도데이터 국외반출을 불허하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야당 중심으로 '지도반출 금지' 목소리 강해

국회에서 지도반출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는 곳은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신용현 의원이 지난달 2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도반출 문제를 두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우리 안보를 저버리는 일이자 우리의 4차 산업혁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지도반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4일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밀지도는 우리 영토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주권의 대상이며 드론‧증강현실‧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과 관련된 미래자산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가진 우리 국가지식자원이자 안보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또 "구글 등 일부 기업들은 현행법에 따라 충분히 지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외 반출을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우선시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책위원회를 통해 지도반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더민주 정책위는 2일 정책 리포트를 내고 "지도데이터의 국외반출은 국내 주요 보안시설의 위치정보 노출로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단순하게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 정부간 협의로 축소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문제‧산업경제적 측면‧국내기업과의 문제 등에 대해 다각도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에서는 지도반출 문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일부 의원들은 토론회와 상임위를 통해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서청원 의원은 8일 정책토론회 축사에서 "세계적으로 공유‧개방‧협력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현실에서 지도의 국외반출은 언젠가는 실행돼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우리 기업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지적했다.

경대수 의원은 지난 6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구글이 우리나라의 주요 시설을 지도에서 가려주겠다는 약속 없이 반출을 요청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질문하기도 했다.닌텐도의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Pokemon Go).2016.07.13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이양훈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수석부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간정보 국외 반출 관련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공간정보 국외반출 신청 및 규제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6.08.08 오장환 기자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한 신용현 의원이 구글 지도 반출 관련 발언하고 있다. 2016.08.04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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