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법조비리 10년새 2배…말로만 '척결'

편집부 / 2016-08-09 06:01:17
최초 대형 법조비리…'의정부 법조비리'부터 '대전 법조비리'까지<br />
법조 브로커의 등장…'윤상림 게이트'부터 '김홍수 게이트'까지<br />
끊이지 않는 법조비리…10년새 2배 가까이↑
△ [그래픽] 뇌물, 돈거래, 가방

(서울=포커스뉴스) 2016년 '역대급' 법조비리로 법조계가 휘청이고 있다.

한 기업가로부터 시작된 미풍은 전직 검사장부터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향했고, 검사장의 직위를 이용한 만행은 청와대 민정수석에게까지 그 바람이 미쳤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고 개혁을 약속하며 신뢰 회복을 내걸었다.

그러나 국민적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사건이 아직 현재 진행형인데다 법조계는 뾰족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번 법조비리 사건 대응을 답습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 뿐 아니라 전 대한민국의 리빌딩이 중요한 화두인 이때 <포커스뉴스>는 3회에 걸쳐 법조계의 현실을 통렬하게 돌아보고 개선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최초 대형 법조비리…'의정부 법조비리'부터 '대전 법조비리'까지

'의정부 법조비리'는 최초의 대형 법조비리이자 가장 대표적인 법조비리 사건이다. 1997년 국내 사법 사상 처음 판사가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이 사건은 한 변호사로부터 시작됐다.

이순호 변호사는 옛 서울지법 의정부지원(현 의정부지법) 판사 출신으로 1995년 6월 변호사 개업이후 약 2년6개월 동안 210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그는 사건을 잘 끌어오는 사무장들에게 월급 외에 스카우트비로 5000만원에서 1억원을 줬고 사무장들은 경찰서 유치장에 머무르며 사건을 싹쓸이 했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형사사건 70%를 이 변호사가 수임했다는 말도 나왔다.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이 변호사의 사무장을 구속했는데 전·현직 판·검사 20여명의 이름이 적힌 수첩이 발견됐다. '이순호 리스트'였다.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의정부지원 전·현직 판사 15명이 이 변호사로부터 수백~수천만원의 금품과 향을을 제공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9명의 판사를 징계위에 회부했고 의정부지원 판사 전원을 교체한다는 발표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당시 검찰은 '관행적 비리', '사법부 권위존중'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결국 의정부법조비리는 판사 15명, 검사 12명 등 27명이 관련됐지만 판사 5명과 검사 2명 등 단 7명을 자체 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한편 이 변호사는 '브로커를 통한 사건수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부가 국민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명확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한 원심은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3년여가 지난 2000년 8월 서울고법은 이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전 법조비리 사건은 의정부 사건의 여파가 채 끝나지도 않은 1991년 1월 마각을 드러냈다. 이 사건은 법조계의 곪은 종기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대전 법조비리 사건은 대전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출신인 이종기 변호사의 사무장이었던 A씨의 폭로로 시작됐다. 이 변호사로부터 해고당한 A씨는 사건수임장부를 공개했는데 이 변호사가 5년간 모두 379명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112명에게 소개비를 지급한 내역이 기록돼 있었다. 8명의 현직 판사와 31명의 전‧현직검사의 이름이 나왔다.

사건이 커지가 검찰은 수사초기 ‘전원 소환조사’라는 초강수를 뒀다. 대검찰청에서는 감찰부 검사들이 전‧현직 검사들을 소환·조사하는 치욕적인 풍경도 벌어졌다. 전직 장관과 고검장 등 2명이 소환조사를 거부하면서 진통도 겪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법복을 벗었다. 검찰 7명은 징계를 받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입었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검찰 수뇌부의 동반 퇴진을 요구한 심재륜 전 검사장의 일화도 이때 나온다.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역임한 심재륜 당시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은 7명의 징계 대상에 포함돼 퇴임했고 2001년 8월 24일 대법원에서 면직 취소 판결을 받았다. 심 전 검사장은 2002년 사법연수원생 360명이 가장 존경하는 국내 법조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사건의 중심인물인 이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변호사에게는 1994년 1월부터 1997년 7월까지 사건을 소개한 검·경찰 및 법원 직원 등 100여명에게 소개비조로 모두 1억1170만원을 건넨 혐의가 적용됐다.

2002년 3월 대법원은 이 변호사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법조 브로커의 등장…'윤상림 게이트'부터 '김홍수 게이트'까지

2005년 발생한 '윤상림 게이트'는 브로커가 개입한 법조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윤상림씨는 검찰과 법원 고위 간부, 군 장성, 건설업계까지 두터운 인맥을 가진 법조 브로커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씨는 2003년 5월 경찰에게 H 건설업체의 비리 의혹을 제보해 수사에 착수하도록 한 뒤 다시 H건설업체를 찾아가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검거 당시 윤씨의 수첩에는 경찰 간부를 비롯해 여러 명의 법조계 인사가 적혀 있었다. 검찰은 윤씨가 광범위한 인맥을 토대로 자신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였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윤씨의 비리 첩보는 사실 청와대에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2003년 윤씨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찾아와 특정 인사의 징계 문제를 거론한 것을 확인하고 자체조사를 벌였다. 이후 윤씨와 관련된 첩보 내용을 대검찰청에 넘겼다. 대검찰청은 2004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이첩했으나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는 답보상태였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 윤씨가 경찰 인맥을 이용해 사건 청탁을 했다는 첩보가 대전지검으로부터 전달됐을 때부터다. 검찰은 윤씨가 강원랜드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강원랜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윤씨가 사용한 수표 980여매를 찾아냈다. 또 윤씨가 H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면서 체결한 합의각서 등도 입수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의 차명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이 실시됐고 결국 법조계 인사 400여명 등이 연관된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윤씨를 검거한 이후 8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의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윤씨로부터 돈을 주고받은 전직 검·경 고위 간부와 대기업 회장 1명 등 일부 관계자만 기소됐을 뿐 로비 대상과 배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1심은 "공직자와의 친분을 범죄에 악용해 수사기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7년에 추징금 12억38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일부 형량이 늘어 징역 8년이 선고됐고 대법원이 2008년 2월 원심을 확정하면서 윤상림 게이트는 일단락됐다.

2006년에는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의 폭로가 있었다. '김홍수 게이트'는 법조비리 사건으로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 등이 한꺼번에 적발된 초유의 사건이다.

김씨는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전직 검사, 경찰서장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자기 인맥으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사건 수사와 재판에 개입했다. 검찰조사 결과 청탁 성공률이 90%에 달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복역중이던 김씨는 2002부터 2005년까지 전‧현직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 총경 등 십수명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들은 구속 됐고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법조계의 자정 의지를 다져온 법원에겐 큰 충격이었다. ‘국민에게 가까이 가겠다’는 대법원의 결의는 한낱 구호에 불과했다. 당시 수도권의 한 판사는 “앞으로 국민들이 법원의 판단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판·검사 임용 제도를 개선하거나 비리 법조인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법조계 차원에서 강구돼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끊이지 않는 법조비리…10년새 2배 가까이↑

법조계의 부끄러운 비리는 객관적인 통계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대검찰청의 '법조 주변 부조리 사범 단속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법조비리와 관련해 사법당국에 적발된 인원은 총 2537명이다. 8명이 구속됐고 2309명은 불구속 됐다.

법조 비리 사범은 2009년을 기준으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부터 2008년까지 1200~1600명을 유지하던 법조 주변 비리 사범은 2009년 2554명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까지 2300~26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4년 1400명이었던 비리 사범이 불과 10년 사이 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단속 유형별로는 브로커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적발인원 중 80% 이상이 민·형사사건 브로커나 경매 브로커가 차지했다. 민·형사브로커 1520명, 경매브로커 612명 등이다.

민·형사사건 브로커는 매년 1000명 이상이 적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적발된 민·형사사건 브로커는 1520명으로 2003년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접근해 소송 승리나 구속 및 형 집행 정지 등을 미끼로 거액의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 초반 60~80명 수준이었던 경매브로커는 2013년 1025명으로 처음 1000명을 돌파했다. 이후 지속해 500~800명 수준을 유지했다. 이들은 압류된 채무자의 유체동산에서 담합 경매를 하고 최저가로 낙찰 받은 뒤 채무자에게 되 팔거나, 낙찰가를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뒷돈을 요구하는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

명의대여나 부정수임으로 적발된 변호사도 최근 크게 늘었다. 2000년대 초 10명 안팎의 변호사가 적발됐으나 2014년 63명, 지난해 61명으로 약 10년사이 5~6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금품수수 혐의로 적발된 판·검사 등 법조 공무원은 지난해 96명 이었다. 2012년(178명)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법조비리 자체가 법조계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감안할 때 이 역시 적은 수는 아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한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연·지연·혈연에 연연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라며 "특히 연수원 같은 경우 그 특수성 때문에 더욱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고 이것이 곧 법조비리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이어 "실제로 내가 검사로 재직할 당시 퇴직하신 선배나 아는 지인을 통해 연락해오는 변호사들이 있었다"며 "단호하게 거절하긴 하지만 가끔 너무 매몰차게 대한 것 아닌가 마음이 쓰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정의의_여신상_디케(dike)<사진출처=픽사베이>2016.02.26 이인규 인턴기자 2016.07.18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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