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학부모·교사들 모여 제도 문제점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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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7월 시행을 앞둔 '맞춤형 보육제도'를 두고 전국 어린이집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전국 민간 어린이집들이 부분 휴원에 돌입했다.
앞서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등이 이날부터 "전국 규모의 집단 휴원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보육 대란이 일어날 것이 우려됐지만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휴원을 유보하고 민간 어린이집들도 자율 등원을 시행하면서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 시행을 둘러싼 갈등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 2층 아름드리홀에서는'이라는 주제로 제도의 문제점에 관해 토론하는 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집담회에는 민간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홑벌이·맞벌이 가정의 학부모와 일선 어린이집 교사 등이 참석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토로했다.
◆"현장 목소리 외면하는 정부 정책 '맞춤형' 될 수 없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일을 병행했다. 어린이집 덕분에 조부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양육할 수 있었는데 맞춤형 보육제도가 시행되면 프리랜서 일마저 그만둬야 할 것 같다."
경기 고양시에서 0세·3세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안정인씨는 "맞춤형 보육제도가 홑벌이 가정 주부들의 사회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씨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6개월분의 통장 사본과 자기 기술서 등을 제출했다"며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일을 병행하고 싶은데 어린이집에 3시간 더 맡기려고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 서글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많은 여성이 사회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주부들은 보육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뜻 취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맞벌이 가정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워서 일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성북구의 민간 어린이집에 1세 자녀를 보내고 있는 김은정씨는 맞벌이 가정이 느끼는 고충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는 "보육(保育)은 아이들을 지키고 돌보는 일인 동시에 가정과 사회의 미래를 돌보는 일이다. 공공재 성격이 있어 국가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라며 "맞춤형 보육제도가 시행되면 민간 어린이집의 상황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고 결국 피해는 아이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도가 시행되면 결국 '아이 돌봄' 등 추가적인 보육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각 가정의 경제 사정에 따라 보육에 대한 질적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며 "영유아 때부터 사회적 양극화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좋은 정책이란 지속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육제도는 매년 예산 문제로 홍역을 치르지 않고 넘어간 경우가 없다"고 꼬집었다.
◆교사들 "임금·노동환경 악화하면 보육 질 하락 불가피"
이날 참석한 어린이집 교사들은 제도 시행이 노동환경의 악화를 불러와 결국 보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경숙 교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보육교사로 일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사실 교사 1명이 4세 아이 15명을 돌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라며 "맞춤형 보육제도가 시행되면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보육 수당이 줄어들 것이고 결국 교사의 임금과 노동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정서적인 부분까지 보호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가 않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보육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15년 차 보육교사 김호연씨는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으로 인해 보육 예산이 오히려 줄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결국 예산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간, 보육 교사 간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가 어떻게 '내실화'라는 말로 포장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보육 정책은 영유아의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보육예산 확충 없이 제도만 시행하는 것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맞벌이 부모와 그 아이들에 대한 현장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전업 부모에 대한 역차별이 제도화된다면 더 큰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책의 출발점이 가족의 보육 책임을 공공이 함께 지겠다는 취지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맞춤형 보육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육아휴직 의무화·노동시간 단축·홑벌이 부모를 위한 양육서비스 확대 등의 대책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어린이집 0~2세반 이용 아동을 대상으로 맞춤형 보육을 시행한다. 앞으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해당 연령대의 영아는 하루 12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종일반'과 6시간만 이용 가능한 '맞춤반'으로 구분되며 종일반 입반 여부는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종일반의 입반 대상은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다자녀 가구' 등의 영아로 제한되며 이 외에는 '맞춤형'으로 분류돼 1일 6시간만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맞춤형 가정에는 월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를 지급, 필요하면 나눠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이 아이와 부모의 보육 필요에 맞게 보육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정책"이라며 "영·유아에 적정시간의 보육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아이와 부모의 애착관계 형성을 유도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맞춤형 보육에 대한 학부모·교사의 곡성' 집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호연 보육교사. 장지훈 기자 jangpro@focus.co.kr(서울=포커스뉴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후문에서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비대위가 주최하는 '맞춤형 복지 시행 반대 단식 농성'이 열리고 있다. 2016.06.22 성동훈 기자 (세종=포커스뉴스)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충남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맞춤형보육 제도개선 및 시행연기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16.06.23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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