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축구협회장에?…"킹메이커 안해" 김종인, '큰꿈' 꾸나

편집부 / 2016-03-21 09:51:03
총선 이후 대선 행보 나설 가능성 제기<br />
비례 2번에 셀프공천…親金인사들, 당선권 배치<br />
잠잠했던 경선 후폭풍, 비례명단 발표로 증폭
△ 당무위 입장하는 김종인

(서울=포커스뉴스) 오는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총선 이후를 생각하는 듯하다. '큰 꿈'을 꾸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 당 안팎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더민주는 공천 과정에서 당 주류로 통하는 '친노·운동권' 인사들과 최대 계파인 정세균계를 도려냈다. 반발이 있었지만 총선 승리라는 대의명분 탓에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례대표 명단 발표 과정에서 김 대표를 향한 비판의 수위가 사뭇 다르다.

◆ 김종인, 비례 2번에 셀프공천

더민주는 전날(20일) 오후 당 중앙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한 비례대표 명단과 순번을 확정하려 했다.

앞서 더민주 지도부는 비례대표 1∼10번을 A그룹으로 11∼20번을 B그룹으로 21∼43번을 C그룹으로 지정했는데 김 대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3명 지명권'을 사용하면서 자신을 사실상의 최우선 순위인 2번에 배정했다. 1번은 외부 명망가, 혹은 여성에게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례 2번은 '남자 1번' '정치인의 1번'으로 통한다.

그러자 당 주류는 김 대표가 비례대표 순번 2번에 위치하고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한 비례대표명단에 반발하면서 중앙위 추인을 거부했다. 비대위는 중앙위 추인이 거부된 이날 밤 서울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중재안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김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회의장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총선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총 47석으로 지난 19대 총선보다 7석이 줄었다.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21석을 획득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대략 15석의 비례대표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그간 총선에서 107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으며 자신의 역할은 총선까지로 규정지은 바 있다. 특히 비례대표 배정에 대한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나는 봉사하러 왔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당선이 100% 확실한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배정'을 두고 여러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는 이유다.

◆ '대망론' 시사한 "킹메이커, 더 이상 안 할 것"

김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최근 나온 '킹메이커' 발언이 한몫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킹메이커 혹은 직접 대선 후보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이 당에 온 사람이 아니다"며 "그런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어 "(총선 이후 거취는) 나중에 판단할 문제고, 킹메이커는 더 이상 안 할 것"이라면서 "킹메이커 역할은 지난 대선을 끝으로 더이상 안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이 정상적인 과정으로 돌아간 다음에 원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생각했는데 상황이 어떻게 변하냐에 따라 나중에 판단할 문제"라고도 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과 비례 2번 셀프 공천을 끼워 맞출 경우 오는 2017년 대선에서 야권 후보의 조력자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내가 센더스처럼 될까봐?"

김 대표는 킹메이커 발언을 내놓은 후 샌더스를 언급해 자신의 큰 꿈을 재차 드러냈다.

김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이후인 18일 인천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이름을 수차례 거명했다.

김 대표는 "노인 샌더스가 부르짖는 구호에 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지 한 번 상상해보라"면서 "샌더스가 말한 것처럼 '포용적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지난 18대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민주화' 이미지를 씌워주면서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샌더스의 '포용적 자본주의'를 강조하면서 자신 역시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대선에 직접 뛰어들 수 있다는 셈이다.

당시 발언으로 김 대표의 '대망론'이 거론되면서 기자들이 김 대표에게 "오늘 샌더스 얘기를 많이 했다"고 묻자 그는 "내가 샌더스처럼 될까봐?"라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 비례 1·6번에 자기 사람 심기…'親金공천'

김 대표의 대망론이 불거지는 근거는 본인의 셀프 공천에만 있지 않다. 대권을 위해선 세력이 필수적인데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에서 이른바 '친김'(친김종인) 인사들을 당선 우선권에 배정했다.

전체 비례대표 1번으로 배정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김 대표의 친인척인 김창경 한양대 교수가 추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김 대표의 부인 김미경(71) 전 이화여대 교수의 사촌동생이다. 박 교수 역시 김창경 교수가 자신을 추천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본인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3명의 비례대표에 박 교수와 자신을 공천하면서 6번에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배치했다. 최 교수는 김 대표와 함께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바 있다.

게다가 김 대표는 비례대표 당선권인 A그룹과 B그룹에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운동권을 당선 가능성이 낮은 C그룹에 몰아넣었다.



◆ "히딩크가 대한축구협회 회장 하겠다는 것인가"

김 대표의 대권 행보에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공천 경선에서 패배한 김광진 의원은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2번을 받은 건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최소 이 정도까지는 승리하겠다며 17번을 선언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떻게 자신이 셀프로 비례대표 2번으로 공천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정청래 의원 역시 트위터에 "발표된 비례대표 명단은 감동이 없다"며 "표 떨어지는 소리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김 대표의 행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최근 표창원 비대위원이 김 대표에 대해 지난 2002년 대한민국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던 거스 히딩크에 비유했다. 정치권에선 "비상 상황에선 김종인 대표가 히딩크처럼 적임자"라는 표 위원의 발언을 꼬집은 듯 "히딩크가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하겠다는 건인가"라는 비판도 나온다.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더민주 당무위에서는 20대 총선 공천에 대한 인준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03.17 박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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