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정치권…여야 공히 '킬러공천'

편집부 / 2016-03-10 06:00:23
새누리 "더민주 스스로 정리 안되면 우리라도 나서야"<br />
더민주, 외부 영입인사 전략공천 및 단수추천지역 지정<br />
국민의당 정치특위 "10개 지역 특별공천 당 지도부에 요구"
△ 이한구 위원장

(서울=포커스뉴스) '정조준' '정밀타격' '자객' '킬러'

4‧13 총선을 30여일 앞둔 3월의 여의도는 스산하다. 갱영화, 무협영화에 나올법한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정치권 전체를 휘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어들은 '공천'이란 두 글자를 뒤에 붙인 채 여야를 막론하고 등장한다. 이른바 정조준공천, 정밀타격공천, 자객공천, 킬러공천 등(이하 킬러공천)이다.

킬러공천이란 경쟁력 있는 후보를 특정지역에 공천해 당선 가능성을 높이던 기존의 전략공천에서 한 발 더 나간 개념이다. 단순히 자당 후보의 당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상대당 후보를 낙선시키는 게 목표이기 때문.

쉽게 말해 '떨어트리고 싶은 상대당 후보가 있는 지역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전략공천 하는 것'이 바로 킬러공천이다.


◆ 이한구 공관위원장 "킬러 투입할 것" 의지 표명

킬러공천이라는 단어는 예상외로 새누리당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지난 2014년 7월 '상향식공천'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 대표 자리에 오른 김무성 대표는 여전히 "전략공천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우선추천지역에 대해 설명하며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국정 발목만 잡고 민생을 외면했던 야당의원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출마예상 지역구에는 킬러를 투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처음으로 킬러공천을 입에 올렸다.

그는 "(킬러공천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되면 우선추천으로 할 것"이라며 "국정 발목만 잡은 야당의원들을 낙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분들이 많이 신청해주면 선택의 여지가 넓어지니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공천룰을 두고 김무성 대표와 팽팽하게 맞서오던 이 위원장이 마침내 공개적으로 전략공천 시행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탄력 받은 이한구 위원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8일에는 킬러공천 대상자의 범위를 좀 더 좁혔다. 이 위원장이 암시하는 야당 의원들의 이름을 정치권이나 언론들이 유추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날 이 위원장은 "19대 때 허구한 날 아는 것 없이 옛날 아스팔트 데모하던 기분으로 국회의원 생활한 사람들은 20대 국회에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며 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을 직접 겨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 스스로 정리가 안 된다고 하면 우리라도 정리해야 될 것 아니냐. 이런 사람 가만히 놔둘거냐"며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호소방식이 킬러를 투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우리 후보자로 신청하면 특별히 대우해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위원장의 발언 직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 정청래 의원 등의 이름이 '킬러공천 리스트'에 오르내렸다.


◆ 발끈한 더민주…그러나 '사실상' 킬러공천

이한구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떤 보도에 의하면 저를 포함해 우리 의원 10명이 (새누리당의) 자객공천 대상으로 거론된다고 한다"며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해하는 야당 의원들의 낙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자객공천 대상) 리스트는 청와대가 보증해주는 진실한 야당의원 리스트"라며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막을 수 있다면 여당 의원 10명이든 20명이든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했던 무리수를 기억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도 '킬러공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상대당의 특정 후보를 지명하진 않지만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전략공천하고 있기 때문. 사실상 킬러공천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더민주는 지난 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부 영입인사 6명을 전략공천하고 김영춘 전 의원 등 9명을 단수추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전략공천 인사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영입 당시부터 크게 화제를 모았던 표창원 비대위원. 당초 그는 재직했던 경찰대학교가 위치한 용인을에 도전장을 냈지만 이후 선거구가 변경됨에 따라 용인정 지역에 출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게임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김병관 비대위원은 분당갑에 전략공천됐다. 김 위원의 전략공천 배경에는 이 지역에 게임 관련 업체와 IT 회사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정과 분당갑 모두 새누리당은 복수의 예비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터라 아직 이들의 경쟁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더민주는 이날 부산 진갑의 김영춘 전 의원,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전 의원, 경기 수원무 김진표 전 의원 등 단수추천이 확정된 예비후보 9명도 발표했다.


◆ 국민의당 "수구진박‧친노패권‧무능86 몰아내자"

국민의당도 '특별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킬러공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정치혁신특별위원회는 7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3 총선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수구진박세력과 친노패권‧무능86을 심판하고자 한다"며 현역 의원이 새누리당과 더민주 소속인 지역구 5곳을 각각 지목했다.

정치특위가 지목한 지역구는 새누리당 △서울 송파병(김을동) △인천 남구을(윤상현) △경기 의정부을(홍문종) △경기 용인수지(한선교) △전남 순천곡성(이정현), 더민주 △서울 마포을(정청래) △서울 금천(이목희) △경기 안산 상록갑(진해철) △부천 원미갑(김경협) △세종시(이해찬) 등 총 10군데다.

정치특위는 "253개 지역구 의원 중 가장 뚜렷하게 수구진박과 친노패권, 무능86 세력을 대표하는 현역의원이 20대 국회의원으로 또 다시 당선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우선적으로 10개 지역에 대해 특별공천 해줄 것을 당 지도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2차, 3차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치특위가 콕 집어 거명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친박계로 분류되며 더민주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친노계다.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 당사에서 당내 지역 예비후보 여론조사 문건 유출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03.09 박철중 기자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야당이 세계 최장 기록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지막 주자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토론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정청래 의원의 기록인 11시간 40분을 경신한 12시간 31분을 기록하며 토론을 마쳤으며,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약 193시간만에 종료됐다. 2016.03.09 김인철 기자 국민의당 정치혁신특별위원회 간사인 문병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16.03.09 박철중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