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재 여성경제인협회장 "여성, 도전정신 가져야"
전업주부에서 43세 늦깎이 창업…"여성기업, 각종 지원 100% 활용해야"
(경주=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여성들 스스로 자라나야 합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단계를 밟아서 가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남성 최고경영자(CEO) 일색인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만난 이민재(71)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일흔이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차게 이야기했다.
바쁘게 살다 보니 나이들 시간도 없었다고 말하는 모습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최근 여성 기업인을 위한 지원책이 속속 생겨났기 때문에 이제는 여성들이 이런 지원책을 발판삼아 목표에 도전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시행된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는 공공기관이 물품이나 용역을 구매할 때 총액의 5%(공사 발주액은 3%)를 여성 기업에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1 대 1 수의계약이 가능한 금액도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늘었다.
여성 가장에게 연 2%대의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창업자금 지원제도와 사무공간·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산하 창업보육센터도 있다.
이 회장은 "만들어 놓은 제도도 잘 활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런 지원책을 이용해 여성들 스스로 자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성 기업인이 성장하려면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실하고 안정지향적인 여성의 강점은 목표가 있어도 현실에 안주하게 하는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전 정신이 부족하면 성취감을 맛볼 기회를 놓친다"며 "제품 개발하고 판로를 확대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여성 기업인들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고 그냥 안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도전 정신만으로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는 그가 30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몸소 느꼈다.
방직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다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가 된 그는 첫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해, 남편의 명예퇴직으로 다시 사회에 나왔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마흔셋이었다.
수표 용지 등 특수 지류를 취급하는 광림무역상사(현 엠슨)를 만든 뒤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회사를 키웠다.
이 회장은 "1인 4∼5역을 해야 하는 풍토에서 남편·아이·시댁을 챙기고 살림은 살림대로 해야 했다"며 "돈이 금방 벌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자가 뭐 하느라 밤중까지 돌아다니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이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 회장은 "일단 여성이 집 밖으로 나오려면 보육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육아 시설과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업주가 열심히 일하는 여성을 '회사에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육아처럼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일과 가정을 함께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문화도 정착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3년 임기 가운데 2년여를 보낸 이 회장은 남은 임기 안에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을 현실적으로 손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서류상의 여성 사장인 '치마사장'을 내세워 여성 기업으로 위장한 뒤 각종 지원을 받아내는 업체를 걸러내는 등 최근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할 근거를 법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협회 산하 16개 지회 가운데 유일하게 창업보육센터가 없는 의정부에 새 센터를 세우는 것도 임기 안에 추진할 계획 가운데 하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피해를 본 여성 기업인과 여성 소상공인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을 돕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그는 "여성 경제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수익을 내고 이 수익으로 국가와 사회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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