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에 가보니…"불안심리가 걱정이에요"

편집부 / 2015-06-09 18:02:52
"무조건 검사해 달라는 환자와 실랑이까지" 하소연
최 총리대행, 마스크 안 쓰고 병원 둘러봐
△ 텅빈 병원 (대전=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9일 오전 대전 건양대학교병원을 방문, 현장을 둘러본 후 의료진들과 함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관련 간담회를 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병원엔 메르스 여파로 내원객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메르스 병원'에 가보니…"불안심리가 걱정이에요"

"무조건 검사해 달라는 환자와 실랑이까지" 하소연

최 총리대행, 마스크 안 쓰고 병원 둘러봐



(대전=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병원은 한산했다.

평소 외래환자로 북적였을 1층 로비에는 두세 명이 서성일 뿐이었다.

병원 직원 10여 명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구를 지키며 드문드문 들어오는 방문객들에게 손 세정액을 뿌려 줬다.

최경환 총리대행이 9일 오후 찾은 대전 건양대병원의 모습이다.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 8명이 나왔다.

최초 메르스 환자와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실에 있던 16번 환자(40)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모르고 대전 대청병원(5월 25∼28일)과 건양대병원(5월 28∼30일)을 거쳐서 일어난 일이다.

메르스 확산 이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백화점이 텅텅 비고 각종 행사가 취소된 것은 물론 대형병원들의 외래환자도 대폭 줄었다.

최 총리대행은 건양대병원을 찾은 이유에 대해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에 온다고 해서 다 메르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 총리대행은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라 하더라도 마스크를 끼고 손세정을 한 상태에서 진료받고 가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걱정하는 것도 메르스 감염에 대한 국민의 지나친 불안 심리였다.

최 총리대행이 건양대병원에서 연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료진은 "사망자만 강조되다 보니 국민의 '메르스 공포'가 지나치게 심해졌다"고 했다.

그는 "메르스 의심 환자 관리도 힘이 드는데 증상이 없는데도 무조건 검사해 달라고 찾아오는 환자와 실랑이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문가들은 4차 감염자 차단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들어 격리환자들에 대한 관리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병력을 속이거나,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는 환자들이 메르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만큼 공권력을 행사해서라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박창일 건양대병원장은 "자가격리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메르스 추가 확산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라며 "자가격리 중인 메르스 환자 접촉자들은 시민 의식을 발휘해 정부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총리대행은 메르스와 전쟁을 벌이는 의료진이 겪는 고충에도 귀를 기울여야 했다.

일부 환자들은 격리상태를 유지하라는 의료진에게 "당신들 가만 놔두지 않겠다"며 험한 말을 서슴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메르스 확진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20대 남성 환자는 격리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달아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인 일도 있었다.

자가격리로는 메르스 확산을 제대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시설격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김봉옥 충남대병원장은 "외부통제 없이 격리하게 되면 바깥으로 나가게 되기 쉽다"며 "최대한 시설격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번, 14번, 16번 환자 한 명 한 명이 미친 파급력을 생각해 보면 철저한 격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실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음압시설과 감염 방지용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료진의 호소도 이어졌다.

배명희 건양대병원 간호부장은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 3일 만에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감염관리 물품 1년치가 소진돼 물품을 구하러 전국을 뛰어다녔다"며 "감염방지 물품 공급을 일괄적으로 하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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