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베트남 특파원이 공개하는 한·베트남 외교비사

편집부 / 2015-04-29 07:30:02
연합뉴스 김선한 대기자 취재기 '베트남을 통하다' 출간

6년 베트남 특파원이 공개하는 한·베트남 외교비사

연합뉴스 김선한 대기자 취재기 '베트남을 통하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김 특파원, 양국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한국이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빠른 해결이 안 되면 양국 관계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손상될 가능성이 큽니다."

모두 6년 4개월간 베트남 특파원을 지낸 연합뉴스 김선한(54) 대기자는 두 번째 부임 후 얼마 안 된 2009년 중반 현지 인사들과 모임에서 '깜짝놀란만한' 말을 듣고 아연 긴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참전유공자로 분류된 베트남전 참전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도록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의 입법예고가 베트남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세계 평화 유지에 공헌한 월남 전쟁 유공자"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갑자기 이 전쟁 참전을 '세계 평화 유지에 공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베트남이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존재입니까?" 다른 인사가 작심한 듯 말했다.

김 대기자가 지켜본 바로는 베트남 측이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항의하며 문구 삭제를 요구했지만 한국으로부터 '납득할만한'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베트남 측은 일부 교민에게 체류 비자를 내주지 않거나 한국 기업의 세무사찰을 하는 등 간접적인 보복에 들어갔다.

김 대기자는 파기 시 추방 가능성을 시사한 베트남 측의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요구를 받아들여 종합적인 취재에 나섰다. 한국 외교의 '야전군 사령부'인 한국대사관에 대한 취재도 당연히 포함됐다. 그러나 워낙 폭발성이 강한 민감한 사안인 까닭에 취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보안'을 내세운 한국대사관에 대한 취재 어려움은 더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은 보름 앞으로 다가온 이 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방문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 현지에 방영된 지 이틀 만에 종영되기도 했다.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간파한 우리 정부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유명환 당시 외교부 장관을 베트남에 급파해 문제 부분 삭제 등을 약속하는 등 진화에 나서 국빈방문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김 대기자는 당시 상황을 "자칫 국교 단절 직전까지 갈 뻔한 긴박한 상황"으로 회상했다. 그리고 기류를 정확하기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한국 외교 당국 특히 현지 대사관 고위 관계자들의 실책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례를 여전히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외교가 반면교사하는 사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합뉴스 정치부 대기자로 있는 저자가가 직접 지켜본 외교 비사의 자세한 이야기는 신간 '베트남을 통하다'에 담겼다.

그는 베트남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보고 겪은 현지 이야기를 책에 자세하게 적었다. 첫 임기를 마치고 펴낸 <베트남 리포트>에 이어 두 번째 베트남 소개서인 이 책에서 저자는 특히 한국의 베트남 현지 투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경제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김 대기자가 겪은 베트남은 한국의 전략 수출 품목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절반가량이 생산되는 곳이며, 지난해 1년 동안 한국이 150억 달러(약 16조620억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수출 효자국'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도 4천개를, 교민 수도 10만 명이 각각 훌쩍 넘어섰다. 하루에 20편이나 되는 항공편이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을 능가하는 교육열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가 5년 연속으로 나왔다. 중국과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의 침략과 지배를 잇따라 물리쳤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베트남의 강점이다.

하지만 베트남 공직사회 부정부패와 도저히 알 수 없는 베트남 사람들의 실제 소득, 한국보다 더비싼 부동산 가격 등은 베트남의 또 다른 특징이자 걸림돌이기도 하다.

김 대기자는 2003년 초부터 2006년까지, 다시 2009년 초부터 2012년까지 두 번에 걸쳐 베트남 특파원을 지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사전신부교실 개설 지원 등의 공로로 외신기자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 최고우호훈장을 받은 그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베트남과 첫 인연을 맺은 2003년 이후 지난 12년 동안, 베트남과 서울에서 절반씩 살면서 지켜본 한국 기자의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37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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