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울려' 주연 김정은 "속이 뻥 뚫리는 캐릭터"
MBC 새주말극서 아들 잃은 엄마 연기…"의미있는 작품에 참여해 기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며 두 팔로 커다란 하트를 그려내던 발랄하고 귀엽던 김정은은 이제 옛날의 모습이다.
세월은 누구에게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고, 그 시절의 김정은은 어느새 원하든 원치 않든 인생을 이야기 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배우로서 말이다.
올해 마흔이 된 김정은이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대충 걸쳐입은 옷차림으로 억척스럽게 밥집을 운영하는 아줌마가 돼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오는 18일 오후 8시45분 첫선을 보이는 MBC TV 새 주말극 '여자를 울려'에서 그는 주인공 정덕인을 맡아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하나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전직 여형사 출신 씩씩한 밥집 아줌마이고, 다른 하나는 가슴에 생때같은 아들을 묻고 피눈물을 흘리며 사는 엄마다.
일찍이 '믿고 보는' 배우였던 김정은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방송가의 기대가 크다.
14일 만난 김정은은 "정덕인은 엄청난 상처를 안은 인물이고 그것이 앞으로 차차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초반에는 속이 뻥 뚫릴 것처럼 시원한 캐릭터다. 그게 너무 마음에 든다"며 활짝 웃었다.
'여자를 울려'의 예고편에서도 김정은은 남자들과 마구 몸싸움을 하는 대차고 코믹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강력계 형사 출신답게 정덕인은 피하거나 우회하거나 도망가지 않아요. 여자들은 갈등을 해결할 때 훨씬 복잡 미묘한 방식으로 하지만 남자들은 주먹 다툼으로 뚝딱 끝낼 때가 많은데 정덕인이 딱 그래요. 물론 깊은 속에는 여자 특유의 감성이 있지만 적어도 극 초반에는 남자처럼 간단명료하고 단순명쾌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니 그런 연기를 하면서 저도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
몸으로 부대끼는 장면이 많다보니 이미 방송 시작 전에 그는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여기저기 멍이 너무 많이 들어서 당분간 팔다리가 드러난 의상을 피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많이 다쳤어요. 그런데 제 상대를 해준 무술팀 연기자분들도 많이 다치셨어요. 제가 의욕만 앞선 채 흥분해서 막 때리는 바람에요.(웃음) 여러가지 싸움 신을 찍었는데 다 재미있었어요. 한번은 저를 피해 도망가는 자가 생선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저한테 던지는 신을 찍는데, 원래대로라면 제가 그걸 척하고 피해야 했는데 동선이 꼬여서 생선을 고스란히 얼굴에 맞았어요. 생선 비늘이 제 얼굴을 할퀴면서 얼굴에 0.5㎝가량 상처가 나서 너무 놀랐어요. 다행히 연고 바르고 며칠 지나니까 괜찮아요.(웃음)"
20~30대 때도 안 해본 액션 연기를 마흔에 제대로 하고 있다는 김정은은 "이제라도 액션을 해보게 돼서 즐겁고 장난스러운 액션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액션 연기라 좋은 경험이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이렇게 극 초반 정덕인의 밝고 건강한 면을 부각하지만, 사실은 재벌가의 엄청난 비밀과 무서운 학교 폭력 문제를 중심에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정덕인의 캐릭터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
"사실 아이를 잃은 엄마를 시작하려니까 힘들었어요. 그 깊은 속을 어찌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자로서 알겠습니까. 하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답을 찾고 있어요. 제가 아이는 없지만 아이를 낳는 건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의 마음을 연기한다는 게 의미 있고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행복하면서도, 어렵게 하고 연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골드 미스'인 김정은은 액션 연기와 함께 본격 엄마 연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엄마다.
그는 "제가 결혼을 안 했다고 해도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있는데 사회적 상식선에서 지금 엄마 연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걸 거부하면 저는 할 역할이 없다"며 웃었다.
"물론 실제의 저처럼 골드 미스를 연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다지 재미는 없을 것 같아요. 엄마는 제 또래 여성들에게 가장 값지고 흥미로운 일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배우로서 굳이 거부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흔쾌히 연기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그것 역시 좋은 과정인 것 같아요. 아이를 안 낳은 제가 엄마 연기를 하는 모습이 묘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정덕인은 아들을 앞세웠지만 아들이 다니던 학교 앞에 밥집을 차려놓고는 아들 또래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는다.
김정은은 "홍길동처럼, 원더우먼처럼 배포 크게 아이들을 감싸 안아주는 인물"이라며 "학교 폭력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까지도 엄마의 마음으로 품으며 스스로의 상처도 치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자를 울려'는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김희선 주연 MBC 수목극 '앵그리 맘'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후발주자라 손해를 보는 점도 있다.
그는 "같은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는 것 아니겠냐"며 "이러한 드라마를 통해 학교 폭력에 대해 시청자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면 좋겠다. 의미 있는 이야기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는 전 사실 학교 폭력 문제에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아이들의 미래와 목숨까지도 달려있는 문제잖아요. 그러한 문제를 드라마에서 다루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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