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공연 여는 조수미 "누군가에게 꿈의 씨앗 되기를"
클래식 음악도 대상 무료공연 자청…내달 '드림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고등학생 때 본 세계적인 소프라노 존 서덜랜드의 내한공연이 제게 세계무대를 꿈꿀 수 있는 큰 영감과 떨림을 줬지요. 제가 그랬듯이 이번 공연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학생들에게 성장의 씨앗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이 낳은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조수미(53)가 세계무대를 꿈꾸는 클래식 음악도들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오직 이들을 위한 무료공연 '드림 콘서트'를 내달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기로 한 것이다.
평소 조수미는 자신의 내한공연이 학생들에게는 부담되는 가격인데다 조기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시간을 쪼개 '후배'들을 위한 공연을 열기로 했다.
예고나 음대 재학생 등 클래식 전공자뿐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초대한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꿈이 있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조수미의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sopranosumijo)을 통해 오는 26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추첨을 통해 최종 참석자를 정한다.
13일 이탈리아에서 전화를 받은 조수미는 "거의 10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는데 여러 가지 사정상 쉽지 않았다"며 "이번에 하지 않으면 일정상 점점 힘들어질 것 같아 어렵게 소속사를 설득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전석 초대이기 때문에 소속사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굉장히 큰 공연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희생해달라'고 제 의지를 충분히 말씀드렸고 감사하게도 동의해주셨죠."
사실 이번 공연은 "거의 불가능한 일정"을 헤치고 여는 것이다. 내달 8∼9일 중국에서 이틀간의 공연을 마치고 10일 서울에 도착해 이튿날 바로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음반 녹음 작업을 비롯한 각종 외부 일정들이 줄줄이다.
그런데도 그가 이번 공연을 고집한 것은 공연장에서 직접 보는 음악은 음반에서 듣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존 서덜랜드와 마리아 칼라스 등의 음반을 듣고 자랐지만, 공연장에서 직접 본 서덜랜드의 목소리와 무대 매너는 제게 정말 큰 영향과 충격을 줬죠.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저기구나!' 생각했으니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는 것과는 천지차이죠. 제가 어릴 때 받은 경험을 학생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어요."
그는 "요즘 아이들은 음반이나 TV,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지만, 음악은 사실 커뮤니케이션"이라며 "단순히 '조수미가 노래를 잘하는구나', 이게 아니라 예술가가 어떻게 노래하고 호흡하는지, 그의 음악적 혼이 객석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음악이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의 목적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죠. 여러분이 어떤 이유든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일단은 감사한 마음으로 끊임없는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해요."
아직은 연주와 음반 작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모교인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등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으면서 그도 교육자로서 후학을 양성하는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는 14일부터는 모교인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의 초청으로 오페라와 벨칸토 창법 수업 마스터클래스를 한다.
"동양의 한 어린 학생이 졸업 후 30년 만에 오페라의 본고장인 그곳에서 그들의 음악을 가르치게 됐다는 것이 저 자신도 믿기지 않고 신기해요."
내달에는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는 "아직은 연주나 음반 활동에 마음이 더 끌리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점점 교육 관련한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이제 그쪽으로도 생각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후학양성을 해야할테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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