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창범 대사 "EU 외교는 곡예…하이브리드적 접근 필요"

편집부 / 2015-04-09 20:00:02
"EU의 북한 인권 관심·압박, 북한 인권개선에 간접적 효과"
"EU의 통합 경험, 동북아 대화협력 틀 마련하는데 도움 될 것"
△ 김창범 주 유럽연합(EU).벨기에 대사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김창범 주 유럽연합(EU) 벨기에 대사가 9일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5.4.9 photo@yna.co.kr

<인터뷰> 김창범 대사 "EU 외교는 곡예…하이브리드적 접근 필요"

"EU의 북한 인권 관심·압박, 북한 인권개선에 간접적 효과"

"EU의 통합 경험, 동북아 대화협력 틀 마련하는데 도움 될 것"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김창범 주유럽연합(EU)·벨기에 대사는 EU 외교에는 양자 및 다자 외교의 '하이브리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임을 앞둔 김 대사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는 아직 미완성의 통합 단계에서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따라서 EU 외교는 통합 기구와 아울러 28개 회원국 정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하는 '외교적 곡예'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북한 인권에 대한 EU의 지속적인 관심과 압력이 북한 인권 개선에 간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을 제고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김 대사와의 일문일답.

-- 3년 가까이 주 EU 및 벨기에 대사로서 재임하면서 이룩한 성과는.

▲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브뤼셀 방문을 계기로 대(對) EU 관계가 확대·심화됐다. 기존의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한 경제협력 관계에서 더 나아가 과학 기술 연구협력, 개발 협력, 테러 대응, 사이버 안보 공조 등으로 협력이 확대됐다.

재임 기간에 EU의 수도인 브뤼셀에 '유럽 KIC'(한국혁신센터)가 문을 열고 유럽한국기업연합회가 출범하는 데 조력했다. 브뤼셀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해 문화외교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 즉 저출산 고령화, 복지 재원 확보, 교육의 질 향상 등을 위한 고민을 유럽 국가들도 하고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한 유럽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를 본국 정부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장에 있는 외교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 EU 외교가 개별 국가 외교와 다른 점과 주의할 점은.

▲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24시간 워치하고 대응하는 곳은 워싱턴과 브뤼셀, 두 곳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U는 아직 미완성의 단계, 진화단계에 있다. 따라서 다자와 양자외교의 하이브리드적 접근이 필요하다.

EU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유럽의회 상임위원회 등 각종 기관 뿐 아니라 28개국, 개별 국가 정부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외교적 곡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EU 회원국이 아니다. 행위자가 아니라 국외자의 지위로 EU 관계에서 한국의 이익을 관철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EU는 통합으로 향하는 구심력과 개별국 주권을 강조하는 원심력이 혼재하는 기구다. 하나의 열쇠로 열 수 있는 문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내전 사태와 그리스 경제 위기에서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역할이 두드러진 것도 EU 구심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 EU는 인권외교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EU 인권 정책이 북한 인권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 보편적 인권의 확산이 EU 탄생의 배경이며 EU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 축이다.

EU가 제출한 북한인권 결의안이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되는 등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EU의 일관된 인권 정책이 북한 인권 개선에 간접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압박을 느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수용 외무상이 직접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를 해명하는 등 북한의 태도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EU가 계속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인식이 제고되고 이는 북한에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EU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해도 EU와 북한 간 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 한국-EU FTA 발효(2011년 7월) 후 EU 측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평가와 해결 방안은.

▲ 통계상으로 EU 측이 유리한 것으로 나왔다. EU가 대 한국 무역에서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한국은 작년에 107억 달러 적자를 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침체, 한국 대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으로 한국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FTA로 관세가 폐지되거나 감축된 품목의 수출은 10∼20%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한국-EU FTA가 체결되지 않았으면 한국의 적자 폭이 더 커졌을 것이다.

EU와 FTA는 상품 교역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서비스 등을 망라하는 '뉴제너레이션 FTA'다. 단순하게 상품 교역 통계로만 FTA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 인력 자격증의 상호 인증 등이 이뤄지면 보이지 않는 효과가 커질 것이다.

현재 EU-일본, EU-미국 간 FTA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FTA 선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 EU 통합이 동북아시아평화협력구상에 시사하는 점과 EU의 경험을 활용하는 방안은.

▲ EU가 201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유럽은 1차, 2차 세계대전을 치른 이후 EU 통합으로 전쟁과 반목의 대륙에서 평화와 번영의 대륙으로 변모했다.

반면 동북아시아는 경제, 통상, 인적 교류의 상호의존성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 안보 협력은 이에 못 미치는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제의한 동북아시아평화협력구상은 동북아 국가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만들려는 것이다.

EU는 이 구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EU의 통합 경험은 동북아의 대화 협력 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군사동맹체이기 때문에 협력의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동서 냉전 당시의 군사적 신뢰구축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 향후 EU 통합의 방향과 속도는.

▲ EU는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두발자전거와 같다. 통합의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한다.

다만 그 속도와 방향은 유로존 경제 위기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U 회원국 국민의 반(反) EU 정서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 정당이 득세한 것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의 EU 지도부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통합의 속도를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EU 시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미 국경이 없어지고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공동체로의 전환을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EU 시민의식을 고취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통합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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