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어왕', 우리 시대 담은 가장 현대적 작품"

편집부 / 2015-03-31 14:37:37
내달 개막하는 연극 '리어왕' 윤광진 연출

"연극 '리어왕', 우리 시대 담은 가장 현대적 작품"

내달 개막하는 연극 '리어왕' 윤광진 연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연극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어느 다른 작품보다도 현대적 감각의 작품입니다. 어느 시대보다 지금 이 시대와 소통하는 우리 시대의 연극이라고 할 수 있죠."

명동예술극장이 올해 첫 제작공연으로 내달 무대에 올리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리어왕'의 연출가 윤광진의 말이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가운데서도 가장 심오하고 진지한 작품으로, '셰익스피어 비극의 정수'로 꼽힌다.

리어왕이 두 딸에게 배신당해 폭풍우 치는 황야로 쫓겨나 분노로 미쳐가다 결국 죽는다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복잡한 인간관계와 갈등을 그리며 그 안에서 빈부격차, 세대문제, 노인문제, 가정과 국가, 자연과 운명 등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사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집약한다.

윤 연출은 31일 명동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어왕'은 어느 연극보다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연극"이라며 "세대 간의 문제, 노인 문제 등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관객들이 다양한 초점으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출은 "영국에서는 '리어왕'을 에베레스트 산에 비유한다.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 그 높이를 측정할 수 없는 험난한 산이라는 뜻"이라며 "연습하면서 정말 힘든 산을 올라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 연출은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황금용', '못생긴 남자' 등으로 각종 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휩쓴 한국의 대표적 연출가이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셰익스피어를 읽었고, 좋아했지만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고 과연 이 작품은 어떤 배우가,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점에서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주어져서 과감하게 해보게 됐습니다. 리어왕'이 현대와 소통할 수 있는 연극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윤 연출은 원작의 언어와 통찰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직접 번역을 다시했다. 두달에 걸쳐 7차례 수정했고, 고연옥 작가의 윤색을 거쳐 완성했다.

"셰익스피어의 핵심은 대사 원문에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해석되고 분석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번 번역이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대본보다 좋은 대본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단어가 가진 의미, 거기서 파생되는 이미지를 생각해서 무대 위에서 대사가 갖는 조형성을 중요시했습니다. 관객들이 조금 더 투명한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연극에서는 무엇보다 원작 속 인물들이 지닌 호전성과 공격성, 폭력성이 생생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리어왕'에선 배신과 폭력, 고통, 죽음이 이어지고 리어와 세딸을 비롯해 거의 모든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죽어갑니다. 극의 행위는 잔혹하고 인물들은 공격적이고 호전적이죠. 무대 위의 폭력은 인물들에게 고통을 주지만 그 고통은 그냥 헛된 고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고통으로 인물들은 새롭게 깨어나고 이웃과 세상을 보게 됩니다. 고통은 성찰과 사랑의 가능성을 갖죠."

연극에서 배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인물들도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무대는 단순하다. 가림막 없이 무대 전체를 드러내고 중앙에 경사무대를 올려 폭풍우 치는 황야와 혼돈의 대지 등을 표현한다. 시대적 배경은 너무 예스럽지도 현대적이지도 않은 "과거와 현대가 중첩된, 중성적 시대"로 설정했다.

'리어' 역은 세계적인 연출가 피터 브룩의 '마하바라타' 등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세계적인 연출가들과 작업했던 배우 장두이가 연기한다. 윤 연출과는 2012년 연극 '아메리칸 환갑'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윤 연출은 "고전적인 대사들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은 물론이고 태도 등 여러 면에서 셰익스피어에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해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두이는 국내에서만 '리어왕' 출연이 세번째다. 이전에는 '광대'와 '에드먼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은 굉장히 큰 산이고 엄청난 대양 같아서 연기자로서는 특별히 많은 부담을 갖게 된다"며 "작품이 굉장히 방대하고 각 인물간의 관계가 굉장히 거칠고, 열린 무대를 연기자의 에너지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요즘은 잠자면서까지 대사가 자꾸 떠오를 정도로 '리어'가 몸속에서 탄력을 받는 것 같다"며 "45년간 연기 인생에 새로운 탈바꿈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4월 16일∼5월 10일 명동예술극장. 관람료는 2만∼5만원. 문의 ☎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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