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관료 출신 해설가, 생방송서 "나는 아베가 아니다"
"방송사 회장 때문에 방송 하차" 돌출발언으로 사회자와 설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정부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 온 일본의 관료 출신 해설가가 생방송 도중 자신이 방송사 회장의 입김으로 출연을 중단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사회자와 설전을 벌였다.
28일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의 해설가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 씨는 전날 오후 민영방송 TV아사히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생방송 '보도 스테이션'에 출연해 돌출발언을 했다.
생방송 도중 갑자기 "TV아사히의 하야카와 히로시(早河洋) 회장과 (연예·제작기획사) 후루타치(古館) 프로젝트 회장의 의향에 따라 (내가) 오늘로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후루타치 이치로(古館伊知郞) 캐스터의 중동 정세에 관한 해설 요청을 무시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비롯해 (총리)관저의 여러분에게 비난을 당했지만, 그보다 많은 여러분의 응원에 즐겁게 일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고가 씨의 돌발 행동에 후루타치 캐스터가 "지금 발언에 승복하지 못한다. 방송국 측이 그만두게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맞섰다.
이에 고가 씨는 "내가 이렇게 된 것에 관해 후루타치 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분장실에서의 발언을) 다 녹음해뒀다"며 압박했다.
고가 씨는 "내가 다시 한번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엠 낫 아베'(I am not Abe, 나는 아베가 아니다)"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판하는, 같은 내용의 문장이 쓰인 종이를 들어 보였다.
TV아사히는 해설자가 특정 인물로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고가 씨를 중도 하차시키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그가 개인적 의견이나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내용을 말한 것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가 씨는 그간 아베 내각의 원전 재가동 방침 등에 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올해 1월 일본인 2명이 이슬람국가(IS)에 인질로 잡힌 사건 때 일본 정부의 대응에 관해 '아이엠 낫 아베'라는 표현으로 비판했으며 이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집권 자민당은 주요 방송사에 선거 보도를 공평하게 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가 언론사에 압력을 가한다는 논란을 빚었으며, 이번 소동으로 아베 정권이 물밑에서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