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4세 한국 디지털콘텐츠 장인들, 세계를 품다

편집부 / 2015-03-18 10:32:19
영어·아이디어로 무장…2015 미국 SXSW 행사서 호평
사내벤처·부부창업·마케터 출신 등 CEO 사연도 화제
△ (오스틴<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디지털콘텐츠, 영화, 음악 관련 문화 산업 행사인 2015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한국 스타트기업 5곳이 참가해 세계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2015.3.18 cany9900@yna.co.kr

평균 34세 한국 디지털콘텐츠 장인들, 세계를 품다

영어·아이디어로 무장…2015 미국 SXSW 행사서 호평

사내벤처·부부창업·마케터 출신 등 CEO 사연도 화제



(오스틴<美텍사스州>=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세계를 무대로 한 디지털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의 젊은 장인들이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세계 3대 문화산업 행사 중 하나인 2015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한국 기업은 로켓(미국)과 로봇(일본) 등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강대국 기업에 비해 규모에서 밀렸지만, 아이디어만큼은 열강 어디에도 뒤질 수 없다는 듯 세계 최초를 지향하는 기발한 제품으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17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오스틴의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한국 스타트업 기업(신생 벤처기업) 공동관에는 세계인의 관심을 모을만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야심작인 애플워치와 기량을 겨룰 건강 웨어러블(착용) 제품, 지구 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구두를 디자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명함을 활자가 아닌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앱과 스마트폰과 캐릭터를 접목해 교육적인 목적을 강조한 앱, 그리고 영어 문법을 실시간으로 고쳐주는 앱까지.

우리 기업이 올해 SXSW 행사에 선보인 디지털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정조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기업가정신센터 D캠프의 도움으로 이달 13일부터 막을 올린 2015 SXSW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 5개 기업은 독창성과 보편성을 겸비한 콘텐츠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정보통신(IT) 업계 종사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이한 SXSW는 세계 디지털콘텐츠, 영화, 음악 등 3대 산업을 아우른 종합 문화행사로, 우리나라 기업은 여기에서 자체 개발한 콘텐츠의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 유명 업체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관심을 보인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지원금을 얻어내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 한국 기업 제품, 무엇으로 시선을 끌었나

한국 스타트업 기업 직토(ZIKTO)는 건강하고 더 즐겁게 걷는 세상을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겸용인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회사는 걸음걸이에 대한 정보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사용자에게 걷는 것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과 직토 제품을 연동하면 걷는 자세 교정, 운동 범위 등은 한눈에 점검할 수 있다.

직토는 5월께 시판을 목표로 현재 사전 예약 주문을 받는 중으로 출시 가격을 119∼129달러로 책정했다.

직토의 한 관계자는 "애플워치와 구매층이 겹칠 수 있지만 건강에 초점을 맞춘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연구를 통해 자생력을 키워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직토 부스 바로 옆 '당신은 디자이너'(You Are The Designer)는 독창적인 구두 디자인과 게임을 접목한 앱으로 여성 방문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모든 세계인의 관심사인 패션을 내세운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 세상에서 유일한 자신의 구두를 소장할 수 있도록 매개 노릇을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용자가 고안한 구두 디자인이 대량 제작돼 시장에서 팔리면 라이선스와 디자인 비용을 창안자와 일정 비율로 나눌 예정"이라면서 "4∼5월 국내에 쇼핑몰을 먼저 열고서 6∼7월 해외 고객을 위한 쇼핑몰을 차례로 개점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를 시점으로 애플의 운영체계인 iOS에 전용앱을 출시한 500비디오스는 일반인들이 모바일로 빠르고 쉽게 15초 분량의 비디오 명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놨다.

만화에서 보는 말풍선을 활용해 개성 넘치는 동영상 명함을 주고받는 시대를 개척한 것이다.

500비디오스는 국내에서 식당을 소개하는 '배달의 민족'의 앱에서 해당 업체 동영상을 일일이 제작한 경험을 발판삼아 일본과 미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만화 캐릭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스마트폰의 교육적인 활용을 목표로 개발된 네스터는 부모 모드와 아이 모드를 모두 제공해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 우려를 불식한 것이 특색이다.

아이들의 불쾌감과 욕구 불만을 스마트폰 게임으로 풀어보는 것으로, 부모는 아이 모드에 울리는 알람을 통해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용 앱으로만 개발돼 iOS 기반 앱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쇄도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채팅캣은 외국계 회사 또는 해외 학교와 전자메일을 자주 주고받는 사용자에게 유용한 앱이다.

영어 문장을 작문한 사용자가 영문법에 맞는지를 문의하면 미국, 영국, 호주 출신 도우미 600명이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해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주는 서비스다.

이 앱을 구경한 미국인들은 문법으로 고생하는 외국인 지인에게 알려주면 편리할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CEO 및 주요 임원 유학파·평균나이 34세

5개 스타트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나이는 34세로 젊다. 500비디오스의 양성호 대표가 43세로 가장 많고, 가장 어린 직토의 마케팅 이사 나이는 28세다.

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한 유학파들이 창업을 통해 세계 시장 개척에 도전한다.

캐나다에서 부동산 사업을 한 양 대표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디지털 동영상 광고가 다른 나라에서 활기를 띠는 것을 목격하고 비디오 명함 사업에 뛰어들었다.

외국 회사 마케터로 일하면서 영어 문장 작성에 어려움을 겪은 채팅캣의 김용경(32) 대표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앱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 주 켈로그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함과 동시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작년 1월부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네스터의 김선혜(33) 대표는 벤처업계의 상징이자 퓨처플레이 대표인 남편 류중희(41)씨와 부부 창업자로 유명하다.

태블릿 PC 아동용 앱 개발에 매진해온 김 대표는 캐릭터를 활용해 보라는 남편의 조언과 적극적인 경제 지원 속에 네스터를 개발해 부부 성공 신화 달성에 도전한다.

제화업체인 ㈜무크에서 1인 사내 벤처기업을 만든 박기범(35) '당신은 디자이너 ' 대표는 수직적인 조직 사회의 한계를 절감하고 수평적인 공간에서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고자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는 "디자이너는 기술보다 감각을 요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에서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세계인들을 겨냥해 쇼핑몰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스타트업 공동관 운영 마감을 하루 앞둔 17일 현재, 500비디오스는 20세기 폭스와 영국의 생활정보검색 사이트인 '타임아웃'에서 대량 비디오 제작 문의를 받았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와 공영방송 PBS는 '당신은 디자이너'를 집중 조명했고, 랄프 로렌은 이 회사에 협업을 제안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미국 스포츠 용품 제조업체인 언더아머는 직토에 관심을 나타내고 계속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 콘텐츠진흥원·D캠프, 스타트업 기업 육성에 2억원 투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D캠프는 세계 진출을 겨냥한 5개 국내 스타트업 기업을 SXSW에 보내기 위해 육성, 지원 등으로 1년 남짓한 기간에 2억 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5개 기업에 합동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 기업이 SXSW에서 외국 바이어를 대상으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1개월간 영어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유학파 출신으로 생활 영어 실력은 최상급이던 5개 기업 CEO는 강도 높은 영어 프레젠테이션 교육을 통해 통역 없이 호소력 짙게 제품을 홍보할 수 있었다.

D캠프의 한 관계자는 "플리토(언어번역), VCNC(커플메신저), JJS 미디어(공연플랫폼) 등이 SXSW를 통해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했다"면서 "올해에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박혁태 과장은 "2013년 7개 기업, 지난해 10개 기업이 SXSW에 나왔으나 올해에는 5개 기업으로 줄었다"며 "더 많은 기업이 세계적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타진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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