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인생은 시행착오 연속일뿐, 실패에 그치지 않아"
고양원더스 다큐 '파울볼' 주인공…"영화 처음 봤을때 눈물 흘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프로야구 한화의 사령탑 김성근(73) 감독이 16일 오후 야구장이 아닌 서울 왕십리의 한 영화관에 등장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 주인공으로서다.
'파울볼'은 2011년 9월 우리나라 최초 독립야구단으로 출발했다가 작년 11월 해체된 고양원더스를 이끌었던 김 감독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 감독은 "감독보다는 스승을 모시고 싶었다"는 고양원더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었던 선수들을 다시 키워냈다.
그는 3년 만에 90승 25무 61패의 성적에 31명이나 되는 선수들을 프로구단에 보냈지만, 작년 가을 구단의 갑작스러운 해체라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날 시사회가 끝나고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에 머무를 때 '파울볼'을 처음 봤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이 영화가 완성됐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세상에서 버림받던 '아이들'을 촬영해서 영화 자체도 그런 상황이 아닌가 했는데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김 감독은 국내 최고령 야구감독이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6개 팀을 이끌었고 한국 시리즈 3회 우승 기록을 보유했지만 13번 쫓겨난 감독이기도 하다.
"(아직 아웃이 아닌 상태인) 파울볼에는 사람에게 언제든지 기회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노감독은 인생과 야구,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펼쳐 놓았다.
"인생이나 야구나 영화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인생은 시행착오 연속일뿐 실패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김 감독은 또 "야구나 인생, 영화가 주는 공통된 진실은 거짓이 없는 곳에 세상의 길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것이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원더스를 통해) 몇 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길이 생겼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는 김 감독은 구단이 문 닫는 날까지 남았던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고양원더스 아이들은 지난 2012년 일본 캠프에 들어갔을 때 47일동안 살이 20kg도 빠졌습니다. 그렇게 힘들었지만 전부 버틴 결과 승부에서도 이겼고 자기 갈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속에서 스스로 몰아치면 얼마든지 길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수들에게도 말했는데, 이런 의식을 가지면 어디에 가더라도 남에게 절대로 지지 않을 겁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조정래 감독은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고 지지하는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독립야구단 미라클 창단 소식에 "매년 800~900명의 야구 실업자가 나오는데 그들에게 새 길이 생겼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라면서 "(구단이) 제발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맡은 한화의 가을 야구 성적에 대해서는 "한화는 항상 고민 중"이라면서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2세 출신인 김 감독은 "야구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제 조국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면서 "원래 우리 가족도 이북에 갈 계획이었는데 제가 만류해서 가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마이크 앞에 앉았던 김 감독은 이날 "여기에 (영화와 야구) 감독이 3명이니 누구에게 묻는지 알 수 없다" 는 등의 농담을 툭툭 던져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영화 흥행 성적표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고민 끝에 "야구장 같으면 계산할 수 있을 텐데 영화는 계산이 안 된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보면서 제게 야구가 정말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면서 "영화가 활력소가 된 덕분에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식이 살아났다"고 전했다.
"저는 야구를 시작해, 특히 감독 생활을 하면서 야구가 지겹거나 싫었던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야구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명예롭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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