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박찬욱·심재명 등 이용관 집행위원장 제안에 반대
"BIFF 공동집행위원장 제안은 타협…근본 해결책 아냐"
부산국제영화제 공청회 열려…"독립성 훼손은 모두의 수치"
임권택·박찬욱·심재명 등 이용관 집행위원장 제안에 반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최근 부산시에 영화제 발전방안으로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한 것에 대해 "개선이 아닌 타협"이라는 영화계의 반대 의견이 잇달아 제기됐다.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가 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을 마련하고자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공청회에서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한 것과 관련, "제가 물러나겠다는 얘기"라며 "물러나되 영화계와 부산시민이 다 수긍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위원장을 모셔오고 1년 반 정도 인수인계를 할 겸 공동위원장 체제로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영화계에서 비대위를 꾸리고 관심을 둬왔는데 가장 당황했던 부분"이라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는 원칙에 대한 개선 방안이 아니라 타협"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심 대표는 "공동집행위원장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도 오리무중이고 두 사람이 어떻게 소통하면서 영화제를 꾸려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민병록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새 집행위원장이 와도 부산시와 갈등이 있을 것이고 이런 선례를 남기면 국내 다른 많은 영화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 교수는 올해 영화제에서 국제영화제 관계자가 참석하는 세미나를 열어 BIFF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과 내년 영화제에서 아예 국고 보조금을 받지 않고 1회 때처럼 50억∼60억 규모로 축소해 영화제를 열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 교수는 "이번에 후퇴하고 타협하면 부산국제영화제가 20년간 쌓아올린 공든탑이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이용관 위원장 스스로 인적 쇄신과 패러다임의 교체에 대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물러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영화계에서 규탄하고 성토한 것은 다 헛수고가 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참석자들은 부산시의 이용관 위원장 사퇴 종용 논란 등 일련의 사태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며 거듭 우려했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제에 출품하는 사람 입장에서 소재에 제약을 두고 주최 측이 간섭하려고 하는 영화제에 누가 오겠느냐"며 "잘 커온 영화제가 (이번 사태로 인해)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영화제로 전락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라의 수치고 부산의 수치고 영화인의 수치고 모두의 수치"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정치성을 부여하는 쪽은 영화제가 아니라 부산시"라며 "이번 사태는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봐서는 안 되고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고 정치인이 영화제가 한국 영화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를 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시키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서병수 시장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며 "서 시장이 영화제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30분간 영화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더니 '영화제에 마켓이 있느냐'고 묻더라"고 전해 곳곳에서 실소와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심 대표는 "부산영화제의 20년 역사가 무시되고 (영화제와 시가) 소통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안타깝다"며 "영화제는 문화적 위상을 드높이고 그 나라의 영화 발전과 문화적 성숙을 위해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서구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근대화되지 못한 아시아의 모습이라고 볼 것"이라며 "잘못은 몇몇 정치가가 하는데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은 영화제 운영진이 아니라 정치가들"이라며 "부산이 창의적이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과 재능이 결집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형성됐을 때 장기적으로 가져올 이익이 뭔지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는 "문화적 가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역사를 가진 부산국제영화제가 버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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