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로 변신한 대학생들"…이색강의 인기
서강대, '오므라이스 잼잼' 작가 조경규씨 초빙해 강의 개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A4 용지 한 장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려오는 게 여러분의 첫 번째 과제입니다. 무엇이든 괜찮아요."
수십 장 분량의 리포트 제출, 조별 프레젠테이션 발표, 서평 작성…. 품 많이 들고 '무거운' 주제의 과제에만 익숙한 학생들은 과제 주제를 듣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속닥거렸다.
3학년인 한 수강생은 "강의 계획서를 보고 그동안 대학에서 보지 못한 방식의 수업인 것 같아 수강을 신청했다"며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처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과제 고민을 해볼 것 같다"며 웃었다.
9일 서강대에 따르면 이는 지난 4일 오후 열린 이 학교 교양과목 '디지털 문화와 예술' 강의의 개강 후 첫 수업 장면이다.
직접 웹툰 작가가 돼 보는 경험을 하는 이 강의에는 인기 웹툰작가 조경규(41)씨가 초빙돼 직접 모든 커리큘럼을 짰다.
그래픽디자이너, 웹디자이너, 삽화전문가로도 오래 활동해온 조씨는 '오무라이스 잼잼', '차이니즈 봉봉클럽' 등 음식과 요리를 주제로 한 웹툰으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특별히 이 강의는 아이돌그룹 2NE1의 멤버 씨엘의 부친이기도 한 이 학교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젊은 층의 트렌드에 맞춘 수업을 개설해보자'고 제안해 탄생한 첫 강의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급부상해 출판 만화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웹툰은 하루 평균 약 620만명의 독자를 형성할 만큼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생'을 비롯해 수많은 인기 웹툰이 드라마, 영화 등으로 재생산되며 문화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강의는 수강신청 개시와 함께 단숨에 정원 35명을 채웠다.
첫 강의가 끝나고 일부 수강생들이 조씨의 펜이라며 강단으로 우르르 몰려가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강생들은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각자 만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콘티를 짜며 웹툰 줄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웹툰 작법도 배워 학기 말에는 자신만의 웹툰을 완성해 발표하게 된다.
조씨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그림 실력이 좋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 보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은 각자 1∼2편 정도의 웹툰을 완성하게 될 것이고, 이를 블로그에 올리거나 책으로 엮어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非)전공자들이 대다수라는 우려에는 "최종 결과물이 프로 작가의 창작물처럼 완벽하진 않더라도, 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만화라는 매체로 얼마나 잘 풀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에 수업이 있는 3시간 만큼은 딱딱한 강의가 아니라 수강생과 함께 눈높이를 맞추고 즐기는 시간을 만들 생각이에요. 당장 다음 주부터 어떤 새로운 웹툰 캐릭터가 탄생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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