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EC출범과 한국기업> ②'아시아의 마지막 시장' 미얀마

편집부 / 2015-02-18 06:00:12
△ 함석지붕 재로인 아연도금강판을 생산하는 미얀마포스코스틸 공장.

< AEC출범과 한국기업> ②'아시아의 마지막 시장' 미얀마



(양곤=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아시아의 마지막 시장' '황금의 땅'이라고 불리는 미얀마. 1인당 국민소득이 라오스, 캄보디아와 비슷한, 동남아시아의 최빈국 중 하나지만 두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제 투자자들은 지난 2011년 민주화 개혁과 함께 경제 개방을 시작한 미얀마를 지구 상에 몇 개 남지 않은 마지막 큰 시장으로 간주하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말에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출범하면 미얀마의 투자 매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어느 나라 기업 못지않게 투자와 수출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화 개혁 지속 여부 등 정치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고, 사회간접자본 부족 등 투자환경이 열악해 본격적인 투자에는 망설이고 있다.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거대 시장 = 미얀마는 자체 인구만 6천여만 명에 달하는데다 중국, 인도, 아세안 등 3대 인구 밀집 지역이 만나는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정치적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클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기업들은 미얀마가 막대한 시장을 제공하고,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소년 인구가 전체의 30%를 넘고, 인구의 60%가량이 60세 미만이어서 노동력이 젊고 풍부하다.

가스, 석유 등 에너지 자원과 광물 매장량이 많아 거대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특히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동남아 시장을 중국과 일본이 선점하고 있지만, 미얀마는 그렇지 않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일본, 중국과 대등한 선에서 출발할 수 있는 시장이다.

미얀마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502억 달러이다. 지난해 4월 시작돼 올해 3월까지인 2014~15 회계연도에는 8월 말 현재 3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태국, 싱가포르, 홍콩 등이 주요 투자국이며, 한국은 미얀마 투자 순위 6위이다.

미얀마의 주요 교역국은 싱가포르, 중국, 태국, 인도 등이다. 미얀마가 상품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는 태국, 중국, 인도,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이며, 주요 수입 대상국은 싱가포르,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얀마가 앞으로 몇 년 동안 8%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MF는 미얀마가 2014~15 회계연도에 애초 7.7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이를 8.25%로 높여 잡았다.

IMF는 풍부한 천연자원, 비옥한 토지, 젊고 낮은 임금의 노동력, 지정학적 위치 등 때문에미얀마가 고성장할 요건이 충분하다면서 민간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인프라, 건강, 교육 등에 대한 공공지출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코트라(KOTRA) 양곤 무역관의 안재용 관장은 "미얀마가 못 산다고 해서 비슷한 소득 수준의 라오스나 캄보디아와 비교하면 안 된다"며 "미얀마는 전략적 위치, 많은 인구, 값싼 노동력, 풍부한 지하자원 등으로 인해 기회가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 한국기업 잇단 '노크' = 미얀마가 민주화 개혁과 경제 개방을 시작해 시장이 열리자 한국 기업인들의 현지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의 다른 나라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예상보다 개혁과 개방의 속도가 빨라 기업들이 조급함과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다.

컨설팅 기업인 '오케이 미얀마'의 양돈호 대표는 미얀마 시장의 잠재력과 한국 기업들의 진출 가능성을 예상해 개혁 개방이 시작되기도 전인 2010년 현지에 진출했다.

양 대표는 "개방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특히 경제 중심지인 양곤의 개발과 발전은 하루하루가 달라 이곳에 살면서도 생소함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대표적인 미얀마 투자 성공 사례는 가스전에 투자한 대우인터내셔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로 대부분의 서방 기업들이 철수할 때 끝까지 미얀마 시장에 남아있던 대우인터내셔널은 가스전에 27억 달러를 투자해 현재 하루 5억 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앞으로 25~30년 동안 연간 3천억~4천억 원의 세전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축자재인 함석지붕으로 쓰이는 아연도금강판을 생산하는 미얀마포스코스틸도 성공 사례다.

1999년부터 가동된 이 공장은 미얀마 정부의 두께가 얇은 아연도금강판 생산 중단 조치로 2000년대 중반 2년 동안 생산을 중단하면서도 철수하고 않고 시장을 지킨 끝에 지금은 7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2011년에는 2천770만 달러 매출, 순익 530만 달러를 달성해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순익을 내고, 미얀마 내 납세 순위 17위를 기록했다.

미얀마포스코스틸이 생산하는 함석지붕인 '슈퍼스타'는 일본, 태국 등의 경쟁국 제품보다 가격이 20~30% 비싼데도 소비자들이 구매를 원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미얀마투자청 통계에 따르면 대우 가스전 투자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한국 기업들의 투자 금액과 건수는 약 5억 달러, 104건이다. 투자 규모는 평균 500만 달러(한화 약 54억 원)이다. 아직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얀마에 있는 한국 기업은 200여 개이며, 이중 제조업체가 77개로 가장 많고, 서비스업 39개, 운송 7개 등이다.

투자 분야는 제조업, 운수업, 호텔, 관광, 부동산개발, 통신 등이며, 제조업 중에서 특히 봉제업에 대한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값싼 인건비의 이점을 얻으려고 1990년 대 초 미얀마에 처음 진출했던 한국 봉제업은 개혁이 시작된 2011년에 80여 개였던 공장이 현재 120여 개로 약 1.5배 증가했다.

봉제업계의 노동자 임금은 월 70~120달러로 중국에 비해 2분의 1, 베트남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낮아 미얀마 내 한국 봉제업은 앞으로 10~15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얀마에서도 인건비와 땅값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민주화 개혁 바람을 타고 노동자들의 권익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한국 봉제업계가 수익 감소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승부가 판가름나고 있는 분야가 요식업이다.

롯데리아는 2013년 4월 미얀마에 1호점을 개설하고나서 한달도 못돼 1차 수출 물량을 완전 소진하고, 1일 매출액 1천만 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롯데리아는 현재 양곤에 매장이 5개에 이르며, 내년까지 30개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미얀마 롯데리아 매장들은 절반 이상이 한국 매장을 포함해 전체 매장 중 최상위 수준의 매출을 보이고 있으며, 나머지 매장도 평균 이상의 매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롯데리아의 현지 파트너인 정주아 MYKO 사장은 롯데리아를 개설하기 전 한류 퓨전 레스토랑 10개 이상을 성공시켰다.

중국계 미얀마인과 결혼한 정 사장은 "미얀마에서 한국인이 요식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상품, 마케팅 등에 한류를 접목시킨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얀마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큰 인기를 끄는 등 한류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과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이 강하다.

한류에 힘입어 지난달에는 한류 전문 방송채널이 출범했으며, 한국산 화장품, 식음료 등 소비재가 인기를 끌고 있다.

◇ 정치 리스크는 여전 = 민주화 개혁이 순조롭게 지속할 것이냐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민주화 개혁이 시작되고 나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개혁 작업이 순항하는 것으로 국제사회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10~11월로 예정된 총선이 민주적으로 실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대선 출마를 가로막는 헌법 조항도 개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가 민주적으로 실시되지 않거나 정권 이양이 평화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대규모 소요 사태, 군부의 비상계엄령 선포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대형 투자자들은 총선 이후로 본격적인 투자 시기를 늦추고, 투자 환경을 조사하면서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는 총선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후 민주화 개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정치 안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전기, 도로, 항만 등 인프라가 열악하고, 정부 기능의 비효율과 관료주의 때문에 투자 환경이 나쁜 것도 기업들이 진출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지난해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법인설립 환경은 한국이 17위인데 비해 미얀마는 라오스(154), 캄보디아(184)보다 낮은 189위이다. 건축허가 130위, 전기공급 121위, 투자자 보호 171위 등으로 전반적인 기업 환경이 189개국 중 177위이다.

무역 및 재정 확대, 달러화 강세 등 때문에 환율과 전반적인 경제 사정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김창규 미얀마포스코스틸 법인장은 "미얀마는 외국기업들이 들어와 사업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산업 체계가 거의 갖춰져 있지 않아 물건을 만드는 데 원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는 인건비가 싸지만 산업 기반이 없어 원자재와 설비를 수입해야 하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비용이 많이 드는 등 기업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법인장은 "앞으로 5~6년 동안 경제가 7~8% 성장하고 서비스업 위주로 외국 자본들이 들어오겠지만, 산업이 고도화되고, 경제가 질적으로 개선될 정도로 발전할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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