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조영재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각각 ‘당원중심정당’과 ‘오픈 프라이머리(상향식 국민공천)’를 내걸고 보수 재건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결집력이 높은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장 대표가 당원 중심 정당을 내세우자, 한 의원은 지도부의 공천 권한을 내려놓자는 제안으로 맞불을 놨다. 보수 재건을 위한 리더십 재편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주도권 경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월4일 국회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 등 현안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가 강조한 당원중심정당 노선은 더불어민주당 모델을 차용한 것이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 모델을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총리는 2018년 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권리당원의 권한 확대를 추진하며 당원 참여를 당 운영의 핵심축으로 끌어올렸다. 민주당이 강한 조직력과 높은 결속력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배경에 당원 중심 모델이 있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당권파도 같은 이유로 이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권(黨權)을 장악하고 대선 승리까지 거머쥔 배경에는 어떤 외풍(外風)에도 흔들리지 않는 결집력 강한 당원층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민주당은 이미 발 빠르게 당원 중심 정당으로 전환을 마친 상태”라며 “국민의힘도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 내부의 반발도 상당하다. 소수 강성 당원의 목소리에 공당이 끌려갈 가능성이 커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확장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승리 모델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라는 결정적 실책(失策)에 따른 반사이익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반대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진영 내 분열로 집권 1년여 만에 흔들리는 것도 강성 당원의 과도한 영향력 때문이라고 본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국정 운영은 결국 파탄으로 간다”고 경고했다.
강성 팬덤 정치의 폐해를 비판해 온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전철을 밟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영남권 의원은 “우리 정당 이름이 ‘국민의힘’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처럼 강성 당원만 바라보는 식의 정치를 하자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 관계자도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갔다가 극단적 성향을 지닌 지지자의 목소리가 극대화되면 당이 특정 집단의 입맛대로 좌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 내부에서는 강성 당원의 지지를 받는 지도부가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장악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강성 지지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이 휘둘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한 의원의 오픈 프라이머리 제안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당대표 등 지도부가 칼자루를 쥐는 하향식 공천 대신 국민 중심의 상향식 공천을 도입해 양당을 옥죄고 있는 ‘공천 포비아’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심과 상관없이 당권만 잡으면 자의적 공천을 할 수 있고, 그 공포심 때문에 멀쩡하던 정치인도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세력에 굴복하는 ‘좀비 정치’가 양당과 정치를 망치고 있다”며 “공천권을 국민이 가져야 지금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권만 잡으려다 민심과 멀어지는 여의도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의 제안에는 보수 진영 내 ‘공한증’(한동훈 공포증)을 불식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이 복당해 당권을 쥐면 공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해소해 복당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한 의원과 반목했던 옛 친윤(친윤석열)계와 영남권 주류 의원들을 염두에 둔 전략적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 영남권 의원은 “공천 때 한동훈에게 다 잘릴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적 보복 공천은 없고, 국민 공천이라는 시스템 공천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도 “공한증 해소용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우리 당원과 국민은 이기는 길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 프라이머리 등 국민공천제는 민심을 반영해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수 정당만 단독으로 채택할 경우 역선택 우려가 크고, 현역 의원 등 인지도가 높은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한 당권파 인사는 “말이 좋아 오픈 프라이머리이지 사실상 현역 기득권을 평생 지켜주겠다는 얘기”라며 “영남권 주류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고 구애하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이어 “영남권 주류도 한동훈이 대표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어 크게 동요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한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장 대표 쪽이 ‘장동혁을 걷어내고 한동훈이 들어오면 다 죽는 것 아니냐’는 공포 마케팅으로 당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장 대표의 당원 중심 정당은 당원을 앞세워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양당을 사로잡은 공천에 대한 공포심이 대한민국 정치를 망치고 있다”며 “당대표가 공천 전권을 갖지 못하게 해야 정당이 공익과 민심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당원 중심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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