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 적용하는 이유 모르겠어"<br />
여야, 누진제 간소화 개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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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에어컨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폭탄을 맞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정부 발표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도 "도대체 누굴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기요금폭탄이 두려워 일반 가정에서 에어컨을 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채 실장은 "다만 에어컨을 하루에 12시간씩 틀면 전기요금을 싸게 낼 방법이 없으니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정시간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 실장은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은 하루 4시간, 벽걸이형 에어컨은 하루 8시간 사용해도 월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채 실장은 현재 6단계로 나눠져있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간소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국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찜통더위에도 전기요금이 걱정돼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강정화(27·여)씨는 "날씨가 정말 더운데 전기세 걱정 때문에 에어컨을 제대로 켜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도대체 누굴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가정에서 쓰는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누진제가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나 유관기관들이 에어컨을 4시간만 틀지는 않지 않느냐"고 꼬집으며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가정주부 인모(44·여)씨도 "에어컨을 4시간만 트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손을 내저었다. 인씨는 "요즘엔 밤에도 기온이 높아 에어컨을 켜야 겨우 잠들 수 있다"며 "전기요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4시간만 에어컨을 사용하라는 정부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가정용 전기는 총 6단계에 걸쳐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다. 1단계(100kW 이하)에서는 1kWh 당 60.7원을 내지만 가장 높은 6단계(500kW 초과)에 도달하면 709.5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같은 양의 전기를 쓰고도 약 11.7배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
이는 자영업자를 위한 상업용(105.7원)과 기업을 위한 산업용(81.0원) 전기가 누진제 없이 계절 및 시간별로만 차등을 두는 것과 다르다.
이러한 민심이 반영된 듯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현행 누진제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전기요금의 누진배율을 최대 1.4배(3단계)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조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산업용이나 일반용과 달리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그것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6단계"라면서 "1단계와 6단계간 요금 차이가 11.7배나 돼 형평성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택용 전기의 사용량도 전체 전력사용량의 14%에 불과해 누진제 도입으로 인한 전기 절약 효과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최근 누진제 간소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현행 6단계 누진 단계를 3단계로 간단히 하고 현재 11.7배에 달하는 누진율을 2배 정도로 간소화하자는 내용"이라고 개정안을 설명했다.
그는 "전기요금 누진제의 마지막 조정이 10년전인 2007년으로 변화된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현행 체제대로면 650㎾를 썼다면 원래 8만원 정도의 요금에서 갑자기 3배가 되는 26만원 가량을 내야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14만원 안팎 정도로 절반이 된다"고 했다.연이은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정오를 기준으로 최고전력 수요가 7905만㎾를 기록해 여름철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2016.07.25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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