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취업패키지보다 청년수당 지급이 현실적"<br />
"취업지원 아닌 다른 용도에 쓸까 우려…개선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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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둘러싸인 대학생 |
(서울=포커스뉴스) "마약성 진통제? 청년들은 취해있을 시간도 없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을 두고 4일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방침을 내린 가운데 청년들이 한목소리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시의 '취업지원' 논리와 복지부의 '포퓰리즘' 논리가 팽팽한 가운데 사이에 낀 청년들의 고뇌만 깊어졌다.
2년전부터 서울시와 청년수당 제도를 논의해 온 권지웅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29)은 "어떤 이들은 청년수당 지급을 두고 '도덕적 해이', '마약성 진통제'란 말을 쉽게 하지만 청년들은 취업준비로 마약에 취해있을 시간도 없다"며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원인도 점점 복잡해지는 만큼 해법 또한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은 대체로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 정책을 반겼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사연은 제 각각이지만 취업실패와 생활고를 호소하는 맥락은 같았다.
대학 졸업 후 6개월 동안 취업을 준비 중인 방모(26·여)씨는 이번 복지부의 직권취소 명령을 두고 "면접비용 등 취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복지부가 아는지 모르겠다. 지원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국가는 우리에게 헌신하기만을 바란다"며 "'탈조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14년 충청 증평에서 1년동안 일주일에 세번 정도 서울을 오가며 취업을 준비해온 현모(29)씨는 청년수당 지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 지원으로 취업강의도 받아봤던 현씨는 "결과적으로 돈과 시간을 모두 낭비한 지원이었다"라며 "어중간한 취업 패키지 보단 구직자들에게 직접 돈을 지원해주는 청년수당이 구직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와닿는 제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씨는 지난해 모 기업에 입사했으나 생각했던 직무와 맞지 않아 올해 퇴사, 청년수당 지원을 신청했으나 아쉽게 떨어졌다. 지난달 청년수당을 신청한 사람은 6309명(우편접수 미포함)으로, 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씨는 "다음에 또 모집한다면 다시 신청할 생각이다"라며 "복지부의 반대 등 난항을 겪고 있지만 '시작이 반'이라 생각한다. 정책이 개선돼 안정적으로 시행된다면 청년들에게 큰 힘을 실어 줄 것"이라 내다봤다.
늦깎이 취업준비생들의 아쉬움도 있었다. 관악구 봉천동에 살고있는 김동규(34)씨는 "요즘엔 30대 초반에도 취업비용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며 지원대상의 폭을 늘리길 희망했다.
일반기업 입사를 목표로 6개월째 관악구 신림 고시텔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26·여)씨는 청년수당 지급과 함께 일자리 창출 정책 병행돼야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취업이 워낙 힘든 만큼 청년수당 지급을 반대하는 청년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청년들이 돈이 없어서 취업을 못한다기 보다는 신입을 뽑는 기업이 드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취업난이 심각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 정책에 무게를 두고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수당 지급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대학 졸업예정자인 유모(24·여)씨는 "매달 5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취업률이 높아질 것 같진 않다"라며 "지원 범위, 영수증 처리도 애매해 받은 수당을 취업지원이 아닌 다른 곳에 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처 추적이 가능한 카드나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해보인다"라고 말했다.
2년 전 정부가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를 경험한 이모(27·여)씨 역시 청년수당 보단 질 좋은 교육 등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정부·고용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업지원은 교육의 질이 낮아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지원해주는 제도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주호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30)은 "청년수당 제도는 2년 전부터 청년들이 서울시에 제안했고 제안할 때도 청년수당이 취업의 만능키라 생각하진 않았다"며 "정부가 시도하는 일자리 정책들이 엄청난 예산에 비해 큰 효과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의 말대로 지난해 정부는 청년일자리 정책에 2조가 넘는 돈을 쏟아 부었으나 올해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14개 부처(청)가 57개 청년일자리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추경을 포함해 총 2조1113억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6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통계청 기준 10.3%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수준이다.
그는 "1, 2년 준비로는 취업이 힘든 세상에서 청년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주거난 등에 방치돼왔다"며 "청년 취업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일자리 정책과 병행할 수 있는, 보완적인 정책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3일 만 19~29세 미취업 청년 3000여명에게 청년수당 첫 달 분 50만원을 지급했다. 복지부는 정부 고용정책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 청년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 등을 이유로 서울시에 청년수당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서울시가 이를 따르지 않자 4일 직권취소 방침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는 대법원에 복지부의 직권취소에 대한 취소처분 및 가처분을 구하는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부속고등학교에서 삼성그룹 공개채용시험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르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6.04.17 오장환 기자 새학기를 맞은 18일 오전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한 대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2016.03.18 성동훈 기자 대전시청에서 열린 청년희망로드쇼 대전·충남권 우수기업 채용박람회에서 많은 구직자들이 방문해 구직정보를 찾고 있다. 2016.03.14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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