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 영장' 줄줄이 기각, 대망신…흔들리는 검찰

편집부 / 2016-08-02 10:56:08
국민의당 박준영·박선숙·김수민 의원 영장 또 기각<br />
롯데그룹·폭스바겐 수사 관련 영장도 기각<br />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검찰개혁론에 불씨
△ 일그러진 검찰 깃발

(서울=포커스뉴스) 검찰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최근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연달아 기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리베이트 의혹 등으로 국민의당을 향했던 검찰의 칼날이 재차 빗나가면서 무리한 수사라, '오기 영장 청구'라는 비판과 함께 검찰개혁론에 불씨를 당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국민의당을 향해 휘두른 칼날, 결과는 '망신'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박준영(70) 의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두번째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의원은 원외 민주당 세력인 신민당창당준비위원회를 이끌 당시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모(64)씨에게서 3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의원이 한 홍보업체로부터 8000만원 상당의 선거 홍보물을 받았으면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지출 비용을 3400만원이라고 축소·신고하고, 홍보업체가 돈을 덜 받았다고 진정을 내자 현금 2000만원을 지급한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 한정훈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일 열린 박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할 우려가 없고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기각했다.

또 한 판사는 검찰이 새로 추가한 혐의에 대해 "박 의원의 회계책임자가 구속되고 선거관련 장부들도 검찰에 모두 압수된 후에 발생한 일"이라며 "형사처벌을 묻기 위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16일 박 의원에 대해 첫번째 사건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법리적 다툼 여지가 있다"며 기각 한 바 있다.

박 의원의 경우처럼 국민의당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빗나간 것은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당 박선숙(56)·김수민(30) 의원에 대한 두번째 사전구속영장 청구 기각에서 이미 벌어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했다.

당시 대검찰청은 "20대 총선 선거사범 중 억대 금품을 수수한 사례는 없었다. 박선숙·김수민·박준영 등 국민의당 의원 3명은 이번 총선 선거사범 가운데 혐의가 가장 중하다"면서 "선거사범 수사의 원칙과 기준, 형평성과 공정성 등을 고려했다"고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선숙 의원은 지난 3~5월 20대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민의당 회계책임자인 왕주현(52‧구속기소) 사무부총장 등과 공모해 광고업체에 광고계약과 관련한 리베이트(사례비)를 요구한 뒤 2억1620만원을 국민의당 태스크포스(TF)팀에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홍보위원장이었던 김수민 의원도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TF팀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매체대행사로부터 TF팀 선거 홍보활동 대가로 1억여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다.

그러나 박준영 의원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박민우 영장전담판사는 "주거가 일정해 도망할 염려가 희박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구속은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첫번째와 같은 사유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국민의당 의원들에 대한 총 4번의 구속영장 청구가 연이어 기각되면서 검찰의 망신살이 뻗치게 된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경준(49) 검사장 사건으로 검찰개혁에 고삐를 당기는 국민의당에게 검찰 스스로 칼자루를 내준 꼴이 됐다.

박지원(74)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된 데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구속영장 재청구했다가 기각된 검찰 치욕의 날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남겼다.

이어 박 의원은 "공당을 증거도 없이 범죄집단으로 몰아간 검찰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며 "현재 야권공조로 추진 중인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TF를 8월 1일 비대위에서 검찰개혁 TF로 확대 개편하고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박준영 의원의 사전구속영장 재청구가 기각된 데 대해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우리당은 앞으로의 절차에도 성실히 임할 뿐만 아니라, 격차를 해소하고 검찰개혁 등 현안을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구두논평을 밝혔다.

◆ 기각, 또 기각…관심 끈 사건마다 구속영장 기각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 중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은 비단 국민의당 관련 사건만이 전부가 아니다.

롯데케미칼 세무조사 청탁 관련 세무법인 대표 김모씨에 대한 사건부터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초대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까지 모조리 기각되는 일이 단 하루 사이에 발생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김씨를 상대로 롯데케미칼에서 받은 돈이 실제로 국세청 직원에게 지급됐는지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한 끝에 지난달 31일 김씨에 대해 제3자 뇌물취득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국세청 직원을 상대로 한 로비를 통해 세무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롯데케미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1일 열린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와 일부 범죄혐의에 대한 다툼 여지 등에 비춰볼 때 지금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같은날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문서 변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조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정도 내지 방어권 보장 필요성 등에 비춰볼 때 지금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박 전 사장에 대한 영장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롯데그룹 관련 수사는 검찰 내부에서 힘을 주고 있는 사건이고,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만큼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진 검사장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 쇄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하루 아침에 줄줄이 기각된 검찰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의 입장이 됐다.

앞서 지난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관련 문건 유출 혐의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이 이번 일로 어떠한 비판을 받을지는 뻔하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이 바라보는 영장 발부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연이어 기각되면 자칫 불거질 수 있는 '졸속수사' 내지 '무리한 수사' 비판을 검찰이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장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청사 유리에 비친 검찰 깃발이 일그러져 있다. 검찰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밝혔으나,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했다. 2016.07.18 양지웅 기자 수억원대 공천헌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6.08.01 이승배 기자 국민의당 선거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 관련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던 박선숙(오른쪽), 김수민의원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귀가하고 있다. 2016.07.12 오장환 기자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6.08.01 양지웅 기자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장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검찰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밝혔으나,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했다. 2016.07.18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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