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속 작은 세계'에 고정된 눈…부주의로 사고 당해<br />
게임하러 '특정장소' 모여드는 이용자들…"제외해달라" 아우성
(서울=포커스뉴스) 닌텐도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가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무섭게 퍼져 나가면서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상의 포켓몬이 현실을 위협하고 있다.
◆ 포켓몬으로 꾀어 내 강도짓까지…범죄 악용되는 '포켓몬 고'
해외 시장 조사기업 '센서 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포켓몬 고는 포켓몬 고 앱 다운로드가 오픈 2주일이 채 안돼 3000만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추월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용자가 많다보니 포켓몬 고를 악용한 범죄도 증가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에서는 스마트폰에 표시된 장소로 포켓몬을 잡으러 갔던 시민 11명이 강도를 당했다. 무장강도 4명은 포켓몬을 인적이 드문 장소에 띄워 사람들을 유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포켓몬 고가 출시된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4일 일본 나고야시 미즈호구에서는 스물두살 여대생이 자전거를 타면서 포켓몬 고를 하다 소매치기를 당했다. 사건 당시 자전거를 타고 피해자를 쫓아온 범인은 피해자의 자전거 바구니에 있는 가방을 훔쳐 달아났다. 가방에는 현금 2000엔(약 2만1000원)과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이 들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포켓몬 고를 하고 있어 소매치기범이 다가오는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게임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느린 속도로 운전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뉴욕주에서는 포켓몬이 자주 나타나는 장소 인근에 아동 성범죄자가 57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범죄자의 포켓몬 고 이용을 금지했다.
◆ '스마트폰 속 작은 세계'에 고정된 눈…부주의로 사고 당해
포켓몬 고는 GPS를 기반으로 현실 장소를 반영한 게임 지도에 표시된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다. 실제 장소가 반영된만큼 강력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강력한 몰입감만큼 손 안의 스마트폰에 온 신경을 쏟게 되면서 사건사고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뉴욕포스트는 지난달 9일 포켓몬 고에 집중해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길을 걷다 다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닌텐도도 사고를 우려해 게임 앱 실행 시 "당신의 주변을 인지하고 매 순간 조심하라"는 경고문구를 띄우고 있다.
또 사고가 나기 쉬운 곳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이용자들도 늘었다. 운전 중 박쥐 포켓몬 '주뱃'이 자동차 계기판 위에 나타나거나 곤충 포켓몬 '캐터피'가 교차로에 나타나기도 했다. 호주 경찰은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절대 포켓몬을 잡지 말라"고 경고했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24일 기후현 미노시에서 포켓몬 고에 몰입한 브라질 출신의 남성이 길을 잃고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게임하러 '특정 장소'로 모여드는 이용자들…"여긴 제외해달라" 아우성
최근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사는 분 셰리던과 이웃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셰리던의 평범한 주택이 포켓몬 체육관으로 지정돼 밤낮없이 집 근처를 서성이는 이용자들 탓에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분 셰리던의 집이 체육관으로 지정된 이유는 오래 전 그의 집터가 교회였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닌텐도는 교회나 지역의 명소를 포켓몬 체육관으로 지정한다. 체육관으로 지정된 곳에서 이용자들은 '체육관 관장'자리를 두고 대결을 벌인다. 무료로 아이템을 제공하는 포켓스탑(poke-stop)으로 지정된 곳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포켓몬이 등장해서는 안 될 곳까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도 있다. 미국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추모하는 기념관에 포켓몬이 출몰해 논란이 일었다. 희생자를 추모해야 할 공간에 게임 이용자들이 소란스럽게 몰려든 탓이다.
게다가 홀로코스트 박물관 내 한 강당에서는 독가스를 배출하는 포켓몬 '또가스'가 등장해 비난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가스실에서 희생된 유대인들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 이웃집 마당에 들어갔다 강도로 오해받아 총격당한 사고도 발생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집 앞에서 소년 2명이 나눈 "너 그를 잡았니(did you catch him?)", "그럼 너는?"이라는 내용의 대화를 듣고 강도로 오인해 총격을 가했다. 두 소년이 포켓몬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를 듣고 오판한 것이다.
최근에는 포켓몬 이용자들이 무심코 일본 원전지역, 군사시설 등 진입금지 지역에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군사시설에 무단침입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게임에 집중하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포켓몬 고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증강현실이 적용된 게임이다. GPS를 기반으로 현실장소를 반영한 게임 지도에 표시된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다.(홍콩/중국=게티/포커스뉴스) 포켓몬 고에 심취한 이용자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뉴욕/미국=게티/포커스뉴스) 포켓몬 고 게임을 하면서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2016.07.13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오클랜드/뉴질랜드=게티/포커스뉴스) 포켓몬 고를 이용하는 이용자.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보스턴/미국=게티/포커스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한 이용자가 닌텐도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을 하고 있다.2016.07.13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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