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일베' '오유' 남성 주도 커뮤니티 '공공의적'된 메갈리안

편집부 / 2016-08-02 10:46:27
남성혐오 단어, 여성 혐오 단어보다 지배력 현저히 낮아<br />
메갈리아·페미니즘·여성 일반에 가해지는 또 다른 '혐오'<br />
남초 커뮤니티, 메갈리아 비난 글 6분에 1개씩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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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메갈리아 1년] 시리즈가 게재된 이후 지난 7월29일 아침, 기자는 두 개의 전화번호를 전달 받았다.

기사 내용과 논조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두 남성의 것이었다. "'페니미즘의 전사'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 등 기사에 대해 항의 전화를 한 남성들의 전화번호였다.

이날 오후, 기자가 두 남성과 통화한 시간은 어림 잡아 3시간에 육박했다. 한 명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A(30)씨였고 다른 한 명은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중이라는 B(28)씨였다.

두 사람 모두 메갈리아의 '미러링(여성혐오 발언의 주어와 목적어를 뒤바꿔 말하기)'이란 단순히 남성혐오 발언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며, 혐오에 또 다른 혐오로 맞서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물었다. "남성혐오가 그렇게 걱정할 만한 수준인가"

◆ 남성혐오, 여성혐오 보다 강력했던 적이 없다

메갈리아는 앞선 기사에서 설명했던 미러링(Mirroring) 화법을 사용한다. "여자는 3일에 한번씩 패야 한다"가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빗대어 비하하는 말)은 숨 쉴 때마다 패야한다"가 되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수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되는 방식, 그것이 바로 미러링이다.

실재하는 것은 여성혐오이고 그에 대한 거울상을 재생산해 남성혐오 발언으로 되갚아주는 것, 실재하지 않는 하나의 '상(像)'을 통해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방법을 온라인 세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구글 트렌드'로 살펴본 검색어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도 변화 추이(2015년~현재)에 의하면, '김치녀'라는 여성혐오적 표현은 메갈리아의 등장(작년 6월) 이전에도 네티즌들의 큰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김치녀'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표현 '한남충'은 메갈리아의 등장 시기를 기점으로 관심 언어가 되었고, 또한 눈여겨 볼 점은 '한남충'이 '김치녀'보다 더 큰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살펴본 '맘충(육아를 하는 어머니에 대한 비하적 표현)'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나타난 새로운 말 '애비충(가사노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비하적 표현)'을 비교해봐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다.

이처럼 여성혐오적인 용어의 지배력은 남성혐오적인 말의 그것보다 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새삼 남성혐오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남성은 '메갈리아'를, 여성은 '여성'을 이야기한다

실상은 남성혐오가 판을 치는 것이 아니라 '메갈리아 비난 글'이 판을 치고 있었다.

우리나라 남초 커뮤니티의 대표격이자 각자 여권·야권 성향을 대변하며 대립하는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와 오유(오늘의 유머)는 그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대 관심사가 메갈리아라는 것에는 일치했다. 이념과 무관하게 메갈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속 트렌드를 알려주는 '소셜메트릭스'의 자료에 의하면, 일베와 오유 모두 최근 한 달 기준 '관련어' 1위가 '메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일베나 오유의 게시글이 SNS나 블로그에 공유될 때, 그 속에 '메갈'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두 대표격 남초 커뮤니티가 메갈리아에 대한 비판 글을 쓰는 것에 열중하고 있으며 공유를 통해 논의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비해 메갈리아의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재미있게도 메갈리아에 대해 말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베나 오유 어디에도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관련어 순위 10위 안에 일베도 오유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여자'와 '여성'이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다음은 '티셔츠'다.

기자와 통화했던 A·B씨 모두 '워마드 부동액 커피' 의혹을 언급하며 "남성혐오가 남성을 향한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했지만, 남성혐오가 여성혐오를 압도할만큼 강력했던 적도 없으며 메갈리아의 최근 관심사는 오히려 남성이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이다.

뿐만 아니라 메갈리아는 지난해 말 이후부터 워마드와 레디즘으로 갈라져 이전과 같은 '강력한 화력'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장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메갈리아와 워마드, 레디즘, 페이스북 페이지 등으로 잘게 나뉜 점조직으로 일베나 오유 같이 거대한 남초 커뮤니티와 대등하게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초 커뮤니티들이 이토록 메갈리아를 의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메갈리아와 페미니즘에 가해지는 또 다른 형태의 혐오

일베와 오유에 실제로 올라오는 메갈리아 관련 게시글을 잘 들여다 보면, 그들이 왜 이다지도 메갈리아를 의식하는지 알 수 있다.



일베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제목은 '여자들의 민낯'이고 내용은 메갈리아와 페미니즘에 대한 비난이다. 여성 일반과 페미니즘 그리고 메갈리아를 모조리 등치시킨 후 과거 여성에게 해오던 방식 그대로의 혐오와 배제의 논리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오유에 올라온 게시글도 큰 차이는 없다.


이런 게시글이 일베와 오유를 합쳐 6분에 1개씩 등록된다. 일베와 오유 모두 하루에 120여개(8월1일 기준) 정도의 메갈리아 관련 게시글이 각각 등록됐다.

토론이나 대화가 아니라 남초 커뮤니티의 일방적인 '퍼붓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난 페미니스트" 주장에도 "메갈리아는 인정할 수 없다"

기자가 통화했던 A·B씨는 모두 페미니스트라고 자인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메갈리안이 하고 있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A씨는 "나도 진보 성향의 사람이라 페미니즘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져왔지만 메갈리아가 선택한 방향은 결코 페미니즘이라 볼 수 없다"며 "메갈리아는 성 평등이 아닌 성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메갈리아는 일단 남성을 대상으로 한 비도덕적인 혐오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근의 넥슨 성우 문제도 남성만이 아닌 남녀 공통의 인식으로 나온 결론이라 본다"고 말했다.

B씨는 또한 "여성운동도 반드시 도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비도덕적인 혐오 사이트인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사람은 배척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가장 최근 1달 동안 인터넷 게시판과 SNS 속에서 '일베'와 가장 연관이 깊었던 단어는 '메갈'이었다. <사진출처='소셜 메트릭스 인사이트' 캡처>오유도 일베와 마찬가지였다. 가장 최근 1달 동안 인터넷 게시판과 SNS 속에서 '오유'와 가장 연관이 깊었던 단어 역시 '메갈'이었다. <사진출처='소셜 메트릭스 인사이트' 캡처>메갈리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베나 오유는 관심사 밖이었다.<사진출처='소셜 메트릭스 인사이트' 캡처>일베에 가장 최근에 올라온 메갈리아 게시글 중 하나. <사진출처=일베 웹사이트 캡처>가장 최근 오유에 올라온 메갈리아 관련 베스트 게시물. 지시를 하는 듯 세뇌를 시키려는 듯 묘한 화법이 인상적이다. <사진출처=오유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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