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위 "현행 프로그램만 2000여개…혜택 확대 지속할 것"
(서울=포커스뉴스) 7월의 마지막 수요일인 지난 27일.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 미술관은 휴일을 방불케 했다.
2층 매표소에는 전시회 표를 구입하기 위한 수백명의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고, 전시관은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빽빽했다.
특히 아이들과 부모들이 많았다. 유치원생 아들을 데리고 온 신인호(35‧여‧동작구)씨는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이 전시되는 '앤서니 브라운전'을 보러 왔다.
신씨는 "성인 1명, 어린이 1명이면 원래 2만1000원인데 반값에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지난주부터 벼르고 있었다"며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송파구 잠실야구장은 궂은 날씨 영향으로 관람객이 평소 수요일보다 적은 사람들이 찾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외야석을 3500원(반값)에 구입할 수 있는 이 날을 위해 먼 길을 온 사람도 있었다.
LG트윈스의 열성팬이라는 김모(50‧여)씨는 강서구에서 1시간30분을 달려 야구장을 찾았다. 그는 "마침 오늘 오후에 할 일이 없었는데 딸이 얘기해줘서 (반값인 걸) 알았다"며 "싼 값에 야구를 즐길 수 있단 생각에 바로 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오후 7시20분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에도 평소 주말처럼 수많은 관람객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중년으로 보이는 12명의 무리가 '인증샷'을 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대 교직원 '영화동아리' 구성원이었다. 이들은 "문화의 날에 영화표가 반값이라서 다함께 관람하러 왔다"며 "이런 날이 생겨 참 고맙다"고 말했다.
시행된 지 2년 7개월이 된 '문화가 있는 날(문화의 날)'이 이용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문화의 날은 정부가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문화‧스포츠 관람 및 시설 이용을 장려하는 날로 이 날에는 할인 등의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용객 수가 늘면서 문제점도 생겨나고 있다.
이날 퇴근하고 대학생 딸과 '로이터 사진전'을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찾은 박모(49)씨는 "차가 몰리는 바람에 평소 30분 거리를 1시간 넘게 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어린 아이들도 많이 모여서 전시관이 너무 시끄럽다"며 "싼 값도 좋지만 제대로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돼 아쉽다"고 말했다.
영화 예매도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의 한 영화관 안내원 고모(20)씨는 "문화가 있는 날 이틀 전부터 예매할 수 있다. 하지만 관람하기 편한 자리 대부분은 바로 예약 되서 대기하고 예매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관을 찾은 문효정(35‧여)씨는 이날 신작 영화를 맨 앞줄에서 보게 됐다. 문씨는 "영화표 값이 전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나. (문화가 있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말고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화의 날을 주관하는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문화의 날에 시행되는 프로그램은 2000여개에 이른다. 정확한 이용객 집계도 힘들 정도로 활성화된 상태다.
문화융성위 정다정 연구원은 "프로그램 내용도 버스킹 공연(길거리 공연) 등 다양하다"며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예상보다 호응이 커 각종 프로그램 수 및 혜택을 확대하는 데 문화융성위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확대된 분야는 스포츠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의 경우 지난 5월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뿐만 아니라 화요일과 목요일에도 같은 혜택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고궁 등 국‧공립 문화재는 관리 차원에서 제재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매주 수요일로 확대 운영되는 추세라고 정 연구원은 전했다.27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매표소에서 관람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16. 07.27. 박나영 기자. 27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매표소에서 관람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16. 07.27. 박나영 기자. 27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영화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2016. 07.27. 임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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