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메갈리안은 '여자 일베'다?

편집부 / 2016-07-28 10:03:15
'여혐'에 '남혐'으로 맞서…'여자일베' 비판 직면<br />
여성은 사회적 약자, '남성혐오'는 있을 수 없어 <br />
"메갈리안 미러링은 혐오표현 아니라 분노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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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최근 성우 김자연씨가 '메밍아웃'(스스로 메갈리아 회원이라고 밝히는 행위)을 했다는 이유로 게임 제작사 넥슨으로부터 퇴출당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메갈리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KBS 공채 37기 성우인 김씨는 서든어택으로 잘 알려진 넥슨의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티나'의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김씨가 메갈리아에서 판매한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성들은 왕자가 필요 없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자 이에 반발한 누리꾼들이 넥슨 홈페이지에 비난 글을 올리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해당 티셔츠는 메갈리안이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한 데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판매하고 있는 옷이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5'의 준우승자 안예은씨가 지난 24일 트위터에 '#내가메갈이다'라는 해시태그를 쓴 게시물을 올렸다가 마찬가지로 누리꾼들의 집중포화를 맞아야 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해 '남성혐오'로 맞서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냈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이제 '메갈리안(메갈리아 유저)'의 문제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메갈리안은 누구인가'란 질문의 답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를 메갈리안으로 인증한 공인들에 대해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 "메갈하니"라는 물음을 "일베하니"라는 질문만큼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여혐'에 '남혐'으로 맞서…'여자 일베' 비판 직면

메갈리안을 '여자 일베'로 보는 이들이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그들의 공격성이다. 김자연씨와 안예은씨가 '메밍아웃'을 하면서 네티즌들에게 비판 당한 이유도 필요 이상의 공격성으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페미니즘 운동을 왜곡하는 메갈리아를 옹호했다는 점이다.

일부 누리꾼이 직접 만드는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는 메갈리아를 '인터넷상의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주된 정체성은 남성혐오로, 이를 구실로 인신공격은 물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등 패륜적 행태를 보인다. 일베와 함께 대한민국 자국이성혐오의 쌍두마차처럼 여겨지고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나무위키의 설명처럼 메갈리안은 '그들의 언어'를 통해 공격성을 표출한다. 애초 메갈리아는 기존의 여성 차별적 표현에 성별을 바꿔 끼워 해당 표현을 조롱하는 언어유희, 이른바 '미러링'(Mirroring)으로 화제가 됐다.

창녀를 '창놈'(성을 구매하는 남성)으로, 김치녀·된장녀를 '김치남','한남충'으로 뒤바꾸는 식이다.

맘충의 미러링인 '애비충','허수애비','투명애비'(가사와 집안일에 무심한 아버지와 남편), 더치페이의 미러링인 '루저페이', 낙태녀의 미러링인 '싸튀충'(임신 시키고 도망가는 남성) 등도 잘 알려진 메갈리아의 미러링 표현이다.


또 메갈리아는 성 소수자·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여론의 주목과 비판을 동시에 끌어들였고, 이는 과거 일베가 대중의 관심과 비난을 받았던 방식과 유사하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당시 "한국 남자가 대신 죽었어야 했다"라는 내용의 글이 메갈리아 게시판에 올라와 논란이 됐고, 이태원 살인사건에 대해 "패터슨 고마워요. 김치남 미국남한테 맞아 죽은 것 통쾌하다" 등의 글이 게시돼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메갈리아의 공격성을 비판하는 이들은 메갈리아 로고의 의미가 한국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갈리아 측은 해당 로고가 '같다'를 의미하는 등호(=)를 나타내는 것이고, 남성과 여성의 인권은 평등해야 한다는 양성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 여성은 사회적 약자, '남성혐오'라는 말은 있을 수 없어

메갈리아 운영진과 이용자, 그리고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메갈리아를 '여자 일베'로 보는 시각에 대해 반대한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여성의 '남성혐오'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의 운영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를 단지 일베와의 비교순위로 놓는 것은 이 사회에 넓게 퍼져있는 여성혐오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행위다. 메갈리아가 나온 근본 원인은 외면하면서 강자의 폭력보다 약자의 대항폭력을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기득권 논리와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메갈리아에 관한 최초의 논문 <전복적 반사경으로서의 메갈리안 논쟁: 남성혐오는 가능한가>의 저자 윤지영 한양대학교 교수는 "메갈리안을 여자 일베나 일베의 복사판으로 축소하기 전에 남성중심의 현실을 재구성하고 해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갈리아에 남성혐오는 없다. 남근 질서와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만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혐오에는 두 가지 결이 있다. 하나는 사회 주류층이 소수자를 제도적으로 차별하고 그들을 향해 물리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메갈리아는 남성을 타자화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동안 남성 중심으로 작동했던 우리 사회가 여성을 억압해왔기 때문에 이와 싸우겠다는 의미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메갈리아는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을 넘어서 주체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첫 사례는 국내 최대 불법 음란 사이트 '소라넷'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일이다. 2015년 9월 온라인 행동 네트워크 '아바즈'에서 시작된 소라넷 폐지 청원 서명과 더불어 메갈리아의 관련 폭로가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문제에 발 벗고 나섰다. 결국 소라넷 서버는 지난 4월 폐쇄됐다.

지난 5월 '강남역 포스트잇 추모 프로젝트'도 한국 사회에 커다란 공론장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메갈리아는 당시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데 앞장섰다. '나는 오늘 우연히 살아남은 한 여성이다'를 비롯해 1000개가 넘는 포스트잇이 지하철 출입구를 채웠다. 현장에는 여성 혐오 범죄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단지 살인 사건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삼가야 한다는 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진풍경과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 "메갈리안 미러링은 혐오표현 아니라 분노표출"

전문가들 역시 메갈리아 문제를 그들의 과격한 표현 방식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메갈리안은 여자 일베'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메갈리아에서 등장하는 가장 자극적이고 문제적인 단면을 집어내서 그것을 메갈리아의 전체 얼굴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메갈리안으로 낙인 찍는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단순화하고 축소한다. 이는 여성이 정치적으로 주체화되는 과정에 대한 역공과 반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메갈리안의 혐오표현이 '탈정치적 감정'이라는 비판이 있다. 시민들이 공론장에서 만나 대화하고 정치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적을 구분하면서 그들을 배제시키고 미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갈리아의 언어는 '인터넷 언어를 차용한 여성의 주체화'이자 '여성의 정치세력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메갈리아는 계속해서 다양한 주체들로 분화하고 여러가지 운동을 하면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성주의 활동가들은 메갈리아의 언어유희가 '혐오 표현'이 아니라 '분노 표현'이라고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자신들의 언어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됐던 여성들의 정치화된 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갈리안의 미러링은 혐오의 재생산이 아니라 분노의 표출"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메갈리아가 등장했던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적·가부장적 문화와 일베, 그리고 최근 남성의 여성을 향한 폭력적 혐오에 대항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의 장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메갈리아가 남성이 혐오표현을 하니까 우리도 똑같이 하겠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애초 메갈리아가 등장하고 그들이 지적했던 문제들의 이유를 바꿔나가는 데 적절한 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온건한 여성주의 콘텐츠를 표방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운영자 A씨는 "중요한 건 전체적인 틀이다. 소위 성차별 구조라고 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 이 구조 안에서 여성들에게 여러 차별이나 폭력을 가하는 게 허용이 된다"면서 "메갈리안을 비판하는 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맥락 자체를 소거하고 접근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A씨는 "최근 'K팝스타 시즌5'의 준우승자인 안예은씨가 메갈리아 옹호발언을 했다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일종의 매카시즘이다. 문제는 이러한 '젠더 매카시즘'이 부상하고 있음에도 제동을 걸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진보 세력이나 사회운동세력 역시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터져도 대응을 할 수가 없다. 이는 넥슨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가 철회했던 정의당의 태도에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치권 일각에서도 메갈리아는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메갈리안의 로고 <사진출처=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갤러리저장소3' 갈무리>성우 김자영씨가 목소리 연기를 했던 넥슨의 온라인 게임 '클로저'에 등장하는 신규 캐릭터 '티나'. 넥슨은 김씨의 티셔츠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인지 하루 만에 지난 19일 김씨를 다른 성우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출처=넥슨 공식 홈페이지><사진출처=김자연씨 트위터 갈무리>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5'의 준우승자 안예은씨 <사진출처=SBS 'K팝스타5' 갈무리><사진출처=안예은씨 트위터 갈무리><사진출처=안예은씨 트위터 갈무리><사진출처=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 갈무리><사진출처=포털캡처><사진출처=포털캡처>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에 극우성향 사이트 '일베' 상징물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2016.05.31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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