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한민국 리빌딩의 시작과 그 핵심, '개헌'…왜 지금?

편집부 / 2016-07-26 06:01:22
87년 체제의 한계…과거와는 너무나도 다른 2016년 대한민국<br />
대한민국 미래 지향 제시할 새로운 헌법 필요<br />
개헌 추진 동력 '여론'도 어느 때보다 높아
△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

(서울=포커스뉴스) 헌법은 한 나라의 근본적인 틀을 규정하는 '척추'다. 단순히 국가 법질서에서 실정법상 최고의 단계에 있다는 헌법의 사전적 정의, 그 이상이다.

대한민국 헌법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하는지 등 대한민국의 근본틀을 규정한다. 한마디로 복잡하고 다양한 우리네 삶을 반영하고 근본적인 삶의 근간을 밝힌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에 앞서 만들어지고 공포된 헌법은 대한민국을 규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준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우리 주변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는데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된 이후 아직까지 그대로다. 시대의 흐름을 헌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경제·안보 위기 상황이다. 지금 개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개헌을 얘기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왜 지금 개헌을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먹는다. 경제가 어려운데 굳이 개헌을 해야 하느냐"는 반박이 뒤를 잇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하다. 현행 헌법이 너무 낡은 탓이다. 기계도 계속해서 사용하면 아무리 기름칠을 해도 녹이 슬기 마련인데 현행 헌법은 조금의 수정도 없이 계속 사용됐다.

또한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과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30여년 전에는 너무나도 합법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것도 현재의 눈으로 바라볼 때 잘못된 것들이 많다.

또 국제사회의 변화를 발 빠르게 따라가야 하지만 헌법이 되레 막아서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즉, 현행 헌법은 제정될 당시의 삶을 반영한 것이기에 2016년의 대한민국과는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1987년의 대한민국과 현재의 모습은 상전벽해 수준인데 1987년에 멈춰진 헌법으로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규정하고 앞날을 설정할 수가 없다.


◆ '직선제' 반영 급급했던 87년 헌법…이제는 바꿔야 할 때

헌법이 제정될 당시의 모습을 보자. 전두환정권 말기였던 1987년은 군사독재 막판, 격변의 시대였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은 연일 시위를 벌였고 6월 항쟁은 대한민국의 급작스런 변화를 만들어냈다. 민주화 시대의 도래였다.

이 같은 민주화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은 새로운 헌법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체계적인 준비가 부족한 탓에 권력구조를 제외한 큰 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포커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 헌법을 개정했을 때 급하게 했다"며 "그 바람에 국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으로) 된 것은 직선제뿐이고 독소조항이 많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헌법의 주요 조항들을 살펴보면 제2장에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제10조부터 39조까지로 이뤄진 2장을 두고 '국민'이라는 단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헌법이 제정될 당시에만 하더라도 '국민'이라는 용어가 무난했지만 현재는 '국민'이라는 용어보다는 '인간'이 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외국인이 뒤섞여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내국민'만을 뜻하는 '국민'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와 보호 등을 담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질서유지' '국가안전보장' 등의 용어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 용어라는 이유로 삭제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현행 헌법에는 과거에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사안들이 다수 누락됐다. 소수자 보호, 인권, 환경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헌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1987년 당시에는 '정보화'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기에 새로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현행 헌법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선 강력한 여론이 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개헌에 대한 여론이 높다. 즉, 이를 뒤집어보면 여론은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제68주년 제헌절을 맞아 한겨레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8~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헌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7.9%)에 따르면 '개헌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66.9%였으며 '개헌이 필요없다'는 20.0%, '잘 모르겠다'는 13.1%였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기대만큼 작동을 안 하고, 민주주의 후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틀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조사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금 헌법은 1987년에 제정돼 현재의 시대상황이나 국민 요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므로 개헌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 헌법 조항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기보다는 어떻게 운영하고 적용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개헌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상반되는 두 입장을 제시한 질문에선 '추진 필요' 응답이 66.9%였다.

반면, '필요 없다'는 응답은 20.0%로 3배의 차이가 넘게 나타났다. 김 이사는 "개헌이 자신의 일상적, 일차적 관심사는 아닐 수 있지만 그간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되면서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 '87년 체제로는 사회변화 담아내지 못해'

김선택 교수는 최근 개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엘리트 정치 청산이자 인권과 생명, 환경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선진적인 국가 시스템을 갖자는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퇴행을 경험했기에 개헌 하는 것에 대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헌에 대한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헌법 개정은 길게, 오랫동안 검토해야 한다"며 "단순히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스위스는 수십 년 동안 준비해서 개헌을 했다"고 설명했다.

학계뿐만 아니라 정치권 역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제헌절 경축식에서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민주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의 숭고한 희생의 산물로 탄생했지만 3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현행 헌법은 '철 지난 옷'처럼 사회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새로운 헌법질서를 통해 낡은 국가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며 "이제는 여야 지도부가 국가개조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지난 18일 '개헌을 말하다-어떤 헌법인가'라는 제목의 의원 대담에서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가 당면한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서 "지난 30년 동안 87년 체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여러 모순이 많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 헌법을 볼 때 개헌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현행 헌법에 대해선 "저는 헌법을 개정할 당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에 참여를 했는데 당시 개정한 헌법은 대한민국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는데 급급, 충분히 세세한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여론 역시 뒷받침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란 주제로 열린 14차 국가전략포럼에 참석한 인명진(왼쪽 세번째)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2016.06.13 박동욱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제68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6.07.17 이승배 기자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2015.08.14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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